언어교육이 필요한 이유

by 남재준

잠깐 중등 영어 강사를 하며 생각한 건데, 국어나 영어와 수학은 수업ㆍ교수자가 필요한 이유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언어는 이해보다는 훈련의 영역이다.

수학은 이해가 우선이고 그 다음은 훈련이다.

하지만 언어는 사회화되면서 습득하고 생활 속에서 항시 사용하므로 문법이나 문학 일부를 제외하면 그 자체로는 도구적 과목이지 개념 중심 과목은 아니다.

그럼에도 언어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어교수자는 적어도 중등 수준에서는 '안내자' 내지 '트레이너'에 가깝다.

더 잘 말하고 읽고 쓰는 법을 트레이닝하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보면 언어 역량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가 많이 말하고 읽고 쓰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평소에 그렇게 하지는 않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언어가 세상을 구성한다는 철학적 관점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생활인이건 직업인이건 시민이건 연구자ㆍ학생이건 간에, 그의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가 되는 게 사실이다.

언어는 사고ㆍ이해와 연계된다.

투표하러 가기 위해서는 정치교육보다 언어교육이 우선일 수 있다.

아이들은 고전시가나 영문법 수업을 지루해하지만 거기에도 나름의 의의가 있다.

언어가 문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곤란하지만 기본적인 언어 사용의 매뉴얼로서의 문법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고전시가에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인간의 깊은 정서나 깨달음 같은 것이 있으며 표현 양식의 심미성은 학생들을 보다 내적으로 풍부하게 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얼마나 언어교육의 내용과 역량을 체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같은 수업에서 같은 교수자가 최선을 다해도 어떤 아이에겐 여전히 고리타분한 외계어가 되고 어떤 아이에겐 새로운 차원으로의 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각하고 이해하는 일들을 의도적으로 하는 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강제적으로라도 공통교육에선 그러한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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