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에노믹스'의 함정

by 남재준

다카이치 사나에 高市 早苗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는 마거릿 대처 Margaret Thatcher를 롤모델로 제시했다.


그런데 경제정책을 보면, 대처주의 Thatcherism와는 정반대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대처주의는 대대적인 감세(특히 기업에 대한)와 복지 축소를 특징으로 한다. (물론 안보에 대한 강조는 있었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주의+안보 현실주의의 이 조합을 신보수주의 Neoconservatism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나 사나에노믹스나 '적극적 재정 출동'과 '초저금리 즉 양적 완화'를 강조한다. (반면에 대처주의는 시카고 학파의 통화주의 경제학에 기초해 물가상승률의 엄격한 관리를 중시한다)


아마도 그나마 차이는 적극적 증세까지는 수반하지 않는다는 것일 텐데, 그 지점에는 재정과 무역의 쌍둥이 적자를 가져온 레이거노믹스와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어 보인다.


다카이치 총재는 2021년부터 그리고 2025년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신아베노믹스' 내지 '사나에노믹스'를 제안했다.


기본적으로 '확장재정-확장통화-구조개혁'을 '세 개의 화살'로 제시했던 아베노믹스와 같이, 사나에노믹스도 '세 개의 화살'을 제시했는데 앞의 2개는 똑같고 마지막 하나가 '위기관리투자'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 그것은 방재 인프라, 사이버 보안 등 방위산업을 경제성장의 기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국헌법 제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군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안보국가'를 만들겠다는 발상과 무관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더 강화된 아베노믹스라고 볼 수도 있다.


아베노믹스에선 방위산업이 이 정도까지 강조되지는 않았던 것 같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지속가능성이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디플레이션보다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총선 때에도 자민당 스스로가 '물가상승을 상회하는 임금상승'을 정책목표로서 공약한 바 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재정 차원에서 어느 정도로 해당 전략이 지속가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일본의 명목GDP 대비 일반 정부 총부채 비율이 235%~245%(IMF, OECD)라고 한다.


아베노믹스 당시에도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고 그것을 중앙은행이 흡수하게 하는 방식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이미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호황인 한 그 방식의 지속가능성은 걱정할 것이 없다는 식의 낙관론이 지배했었다.


하지만 국채는 어떤 식으로든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되며, 경기가 언제까지 호황일 수만은 없다.


되려 현재는 실물보다 화폐의 순환이 더 빨라 약간의 경기 과열이 문제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한편 사나에노믹스에서는 법인세와 별도로 기업의 현금 예금에 대한 과세를 하겠다고도 언급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어떻게 볼 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물론 과거 민주당 정권이나 현재까지의 자민당이 대개 해 온 소비세 인상이 가계 소비에 대한 찬물 끼얹기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투자가 너무 저조한 한 해당 제안이 일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활보장도 아닌 방위산업에 그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경제의 근본 체질 개선과 성장 그리고 나아가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결국 '사나에노믹스'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한 제일 중요한 원인이었던 구조개혁에 대해 관심을 그다지 가지지 않은 채로, 아베노믹스의 위험 요소였던 국채 발행에 더하여 방위 산업을 키우는 방향의 경제정책 프레임이다.


화면 캡처 2025-10-11 094853.png '일본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 다카이치 사나에의 2025년 자민당 총재 선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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