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문화는 대강 2022년 즈음을 기준으로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윤석열-이재명이 주도하는 시대가 열린 기점이다.
이때를 계기로 종래의 보수와 진보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인식이 완전히 무효화되었다.
예컨대 '권위가 있고 상식에 기초하며 관료적 합리성과 현실 감각'이라던가 '인본주의적이고 민주적 정당성을 중시하며 소수를 보호하는 감성'이라던가.
이제는 양측이 모두 비슷해진 상황이다.
내용은 없고 감정 정확히는 서로에 대한 혐오와 자기 편의 리더에 대한 추앙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 같은 양상이 그렇다.
정치-정책과정이 완전히 이러한 문화적 행태에 잠식되었다.
예컨대 중국에 대한 문제를 보면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친중, 반중'이라는 단순화된 위험한 레토릭은 항상 존재했는데, 그 결과 내용에 약간의 차이가 생겼다.
한중관계가 이슈가 되었던 것은 2010년대 중반의 사드 설치 사태 때였다.
이는 외교안보적으로 고도로 복잡한 또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었고 친중-반중이라는 레토릭 싸움이 동원되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내용이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은 거의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이 결합된 '중국 자체에 대한 정서'의 문제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그때와 지금은 국제 질서나 중국의 태도 등에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강도가 세졌을 뿐, 그때도 이미 미중 간 긴장 상태는 있었고 애초에 사드 갈등도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게다가 그때에도 지금도 여전히 중국은 시진핑 체제 하에 있다.
중국인 자체에 대한 경멸은 예전부터 한국인의 기저에 있어 왔으나, 이것이 정치적으로 전면에 부상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때 미래통합당 측의 입국 통제 문제 제기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중국인 자체의 사회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려는 입법이 제안되고 있다.
물론 냉정하게 볼 때, 나는 항상 인도주의적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의 문화가 우리의 문화와 심하게 부정합되는 부분, 중국 정부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태도, 중국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해 참는 것은 매우 그릇되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입법론이나 중국에 관한 논쟁이 거리의 정제되지 않은 정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건 사실상 '내용이 없는' 논쟁에 가깝다.
게다가 중국에 대한 정서라는 집회-시위의 내용의 문제와 집회-시위 자체의 행태 문제는 일정 정도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중국에 대한 문제 제기 취지의 시위를 일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듯한 뉘앙스도 문제지만 반대로 그러한 집회-시위의 행태의 문제를 외면하고 단지 취지만 놓고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듯한 뉘앙스도 문제인 것이다.
전자가 민주당과 정부의 태도이고 후자가 국민의힘의 태도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깽판' 발언은 언어의 정제이나 품위 없음은 둘째치고, 정치인의 언동으로서는 마치 포괄적으로 중국 비판 취지 시위를 통제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최근의 민주당은 이와 같이 전혀 섬세한 감수성이나 정무적 감각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대통령이 그런 식이면 국무총리나 당대표, 원내대표 등이 소방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들은 되려 충실히 받들고 부채질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반명-반중 정서에 기초해 내셔널리즘 정서를 자극하려는 듯한 국민의힘의 대응도 부적절한 것은 같다.
정책적으로 볼 때, 중국과의 관계는 호오를 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중국은 객관적으로 지근거리의 강국이고 우리는 어떻든 중국을 상대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안미경중'과 '균형외교' 논리가 신냉전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과만 친하게 지내겠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지향한다' 이런 단편적인 외교 노선 제시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을 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에 대한 비판적 공적 발화를 필요할 때만 하되 그 수위를 조절하면서, 동시에 서서히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 디테일의 문제들이 그다지 다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포퓰리즘적 시대 변화상이 최근 이러한 중국 관련 이슈들과 관련해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라 할 만하다.
양당 모두 정책이라는 내용 없는 상대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 팬덤과 극단적 진영논리와 다수결 등에 기초한 포퓰리즘 등에 잠식되어 있다.
어느 당도 근본적으로 비자유주의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어느 한 당을 지지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자유주의니 하는 신념적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정치가 해주어야 할 성숙한 기능과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다수의 국민들도 비슷한 심정일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