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중심 정치로의 정치문화 혁신이 필요하다

by 남재준

요즘같이 매우 시끄럽고 병존만 있을 뿐 공존이 없는 시대의 가장 큰 원인은 정치에 있다. 그렇다면 정치를 바꾸어야 근본적으로 나라가 바뀌고 사회와 경제가 평안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정치를 바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통 정치개혁을 말할 때 선거제도나 정부형태와 같은 정치제도의 개혁을 말하나, 더는 그러한 정치제도 자체가 제대로 이슈조차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정치문화 즉 정치적 태도와 바이브를 바꾸는 것이 2020년대(그리고 나아가 어쩌면 2030년대까지도)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이는 어쩌면 개혁(Reform)에서 더 나아가 코드를 바꾸는 혁신(Innovation)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본다.

사람마다 정치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정치를 어떻게 대하고 다루느냐가 달라진다. 내 경우에는, 나는 정치를 이념, 제도나 이해관계, 권력관계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정치도 결국에는 전체 사회구조 내의 한 체계이며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가 왜 필요한가?


현대 선진사회의 정치과정과 정치체제는 무엇보다 인간존엄성,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 사회통합 등을 보존하기 위하여 존재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이념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적으로 ‘번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치는 정치 공동체 안의 사람들에게 삶의 안정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나는 본다. 이때의 삶의 안정이란 구체적으로 건전한 논쟁을 바탕으로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정치사회, 지속가능하며 충실한 생활보장, 자유와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교육과 경제 등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목표일 뿐,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실천 목표와 전략들을 논하여 정해야 하며 우리는 그것을 정책이라 부른다.

세부적인 정책설계 역량은 단순한 이념적 선언이나 정책목표 제시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민주정치가 관료제를 실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의 관건이며, 민간의 사회생활이나 경제생활 등의 안정과 개선을 위한 정책이나 법적 프레임워크 등에 대한 정부의 국민에 대한 설명책임(Accountability)에 속하며, 국민이 선거에서 어떤 정치인과 정당을 택할 것인지를 실질적으로 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며, 설계&결정-집행-효과는 절대로 의도한 대로 순연하지 않고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현실에서의 의도하지 않은 역기능이나 부작용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다른 무엇(이념적 선명성, 언변 능력, 카리스마 등)보다 정치인에게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량이라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거의 교과서적 설명이다. 문제는 자꾸 교과서적 설명이 더는 설명이 아닌 주장 내지 규범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치는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위한 정책이라는 산출물을 내는 것’이라는 종래의 정의가 더는 현실정치를 정의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 현실정치는 정책이나 국정에 별 관심이 없다.

정치와 정책이 분리되어, 정치가 자신의 본령인 정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상대에 대한 극단적 혐오, 자기편에 대한 극단적 진영 논리, 자기 진영 리더에 대한 과도한 추앙, 소수 존중 없는 다수주의와 팬덤 정치, 상대의 스캔들이나 약점 잡기와 정치의 형사화 등의 정체성, 그것도 어떤 독자적 세계관이나 이념으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단지 민주-독재, (한국적 맥락에서의) 좌파-우파 등의 ‘껍데기만 남은’ 역사적 정체성이 핵심이게 되었다.


현재 기성세대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이미 모두 60년대생인 민주화 세대인데 아직도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가 대립하던 시절의 그 프레임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가관인 것은 정작 당사자인 윗세대보다 더 극렬하고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는 ‘정치적 양극화’가 문제라고 했다면 지금은 ‘양극화의 극단화’로까지 나아갔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양당 모두가 완전히 포퓰리즘에 잠식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는 민주-보수의 구도 대립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문화와 태도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정치문화의 변동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새로운 오피니언 리더십의 등장이나 지속적인 소수의 정치사회적 변화 촉구 목소리 내기 등 개별적인 차원에서 생각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식으로 계속 치고받는 동안 사회와 국가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계속 침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제도나 관료제, 일상의 국민 등이 이를 버텨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더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근본적으로 정치란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토론과 논의를 거친 산출물이 있을 때에만 의미를 가진다는 본령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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