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를 위한 짧은 변론

by 남재준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러면 이재명 당시 후보의 판결을 선거를 이유로 해서 연기했다면 그게 꼭 중립이라고만 봐야 할까? 사실상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것과 비슷한 셈이 되지 않았을까?


선거 때 검찰 수사의 중단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검찰의 수사는 아직 범죄 혐의의 소명을 하는 중간 단계일 것이지만 이미 공소제기를 넘어 재판이 최종심까지 갔다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리고 재판은 본래 법적 안정성 등을 위하여 가능한 한 신속하게 완료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도 있다. 보통 법률심이 본질인 상고심에서는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는 것이 옳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고 본다. 그런데 이 사건은 사실관계가 그렇게 복잡할 것도 없었고 다만 개별 행위에 대한 사법적 해석만이 문제된 사안이었다. 굳이 판결을 미룬다는 것이 되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판결을 하는 것이 유권자에게 정치적 파장을 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애초에 유권자에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는 건 사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사법부가 할 일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법리적으로 정합적이고 구체적 타당성을 갖춘 판결을 하는 것 뿐이다. 판결의 정치적 영향은 유권자가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 수사와 재판이 정치적 여론에 그렇게 큰 지각 변동을 준 바도 없다고 본다.


물론 연기론을 일괄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니다. 맥락에 따라서 큰 문제가 없거나 반대로 너무 과도하게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사유를 밝히고 판결을 연기할 수도 있기는 하다고 본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이 사건에서는 연기 자체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현지는 되고, 조희대는 안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