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사회

by 남재준

예전엔 '민주당계는 비(非)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보수정당은 비(非)민주주의적 자유주의'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후자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경제적 자유주의 성향만 가지고 자유주의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보수정당은 앞으로도 자유주의 정당으로 불릴 수 없다.)


그런데 이제는 전자가 확실히 맞아 보인다.


다수의 의지를 타당성 검증이나 소수에 대한 존중 없이 그냥 자기들의 정의(定義)와 정의(正義)만을 가지고 밀어붙인다.


이건 민주주의이긴 하지만 자유주의적 요소는 없다.


민주당의 내외부로 민주당을 견제하거나 견실하게 생산적인 비판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이 아무도 없다.


이는 정치과정이나 정치문화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되는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의 핵심 정책 이니셔티브 중 자유주의적이라고 볼 수 있을만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내 생각엔 우리나라에선 차라리 공화주의는 달성하기 쉬울 수도 있다.


공화주의를 구성하는 두 요소인 체제로서 전제정에 대한 반대와 원리로서 시민적 덕성을 강조하는 측면을 보면 둘을 합친 소위 '비지배 자유'는 어쩌면 자유주의에서 요청하는 자유보다 달성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어떤 문화적 정서가 그 국민국가의 사회에 전제되어 있는지가 공화주의와 자유주의 중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볼 때, 오히려 공화주의는 서구에 필요한 가치이지 우리나라에 필요한 가치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행의 흐름이나 집단주의 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오히려 사회에 대한 강한 회의감이 되려 비사회성과 이기주의로 전환되려는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이기주의가 집단주의를 통해 번성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성의 보존'과 '관용을 통한 공존'이라는 자유주의적 원리의 달성은 훨씬 더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뭘 마음대로 하는 걸 그냥 그러려니 하지를 못하니까.


최근의 '영 포티'라던가 '상의탈의 러닝' 등에 관한 얘기들을 보면서 '참 할 일들도 없구나. 다들 시간이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자기 표현을 어떻게 하건 그건 개인적 평가의 대상일 뿐 사회적 평가의 대상은 아니다.


그 논의의 필요성도 딱히 없다.


그게 부적절하다는 결론?


아니면 그걸 막자?


게다가 그런 사회적 논의라는 것도 정확히는 논의도 아니고 그냥 여론의 급속한 가열과 냉각에 가깝다.


이미 그런 논의의 부재와 여론만의 존재 자체가 특정한 경우 형성 과정 자체에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어떤 명사를 '나락'으로 보내기 전에 어느 정도 온도 조절을 한다고 공개적으로는 다들 말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그런가?


개인과 사회가 너무 쉽게 서로에게 번지는 특성을 지닌 한국사회에선 불길이 번지듯 순식간에 여론이 확 일어난다.


그러다가도 또 그 감정적인 여론은 순식간에 확 식는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돌아간다.


이미 손상된 개인의 심리적 상처와 사회적 평판은 회복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는 개인에 대한 존중이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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