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정책과 부동산정책에 관한 메모

다른 이들의 글을 보고 든 몇 가지 생각들

by 남재준

많은 부분에서 배울 것들이 있었지만 몇 가지 비판적 의문도 있어 메모로 남긴다.

1. “대학만 고쳐선 아무 것도 안 바뀐다.”

대학의 위기는 대학 내부 문제보다는 구조적 문제다. 중등교육·고용시장·산업·재정·지역정책 등 외부 구조가 얽혀 있다. 예를 들어 대학에 수급되는 인재는 기본적으로 중등교육을 통해 배출되며 대학은 현실적으로 중등교육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산출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입시를 설계ㆍ실시한다. 또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재와 그에 따른 프로그램은 산업과 고용 구조ㆍ관행 등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지방거점국립대의 발전 문제는 대학을 더 지원하는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지역 인프라까지 감안해야한다. 특히 고등교육은 중등처럼 국가전담 체계가 아니다. 대학 외부 레버를 동시에 바꾸지 않으면 개혁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 요컨대 “대학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협소한 접근이다. ‘복합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

2. “현재의 대학개혁론은 현상만 짚고 본질은 놓친다.”

대체로 학계의 담론은 진단까지는 일견 타당하지만 대안이 공허하거나 방향이 모이질 않는다. “두 마리 토끼(보편적 고등교육 vs. 글로벌 경쟁력)”를 잡자고 하지만, 제도 분화·재정 구조·외부 신호 전환이 제시되지 않아 정치적 수사에 머무른다..

3. “대학을 직업훈련·기술개발 기관으로 만든 게 문제의 본질이다.”

지난 20여 년 간 교육정책의 주요 화두가 대학구조개혁이었다. 요지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슬림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 만들기가 아니었나 싶다. 결과적으로는 학문연구보다 직업훈련ㆍ기술개발이 대학에게 상당 부분 떠맡겨진 측면이 있다. 혁신적인 기업가도, 뛰어난 기술자도, 석학도 뭐 하나 뾰족하게 나온 게 있었나? 그리고 사실 말이 좋아 보편교육화지, 사람들이 대학에 그토록 가려고 하는 이유는 화이트칼라 직종에의 취업에 학력ㆍ학벌이 요인이 되기 때문이며 실질적으로 볼 때 대학에서 시민ㆍ교양 교육이 그리 큰 의미를 가지지도 못한다. 대학을 나온 사람이 나오지 않은 사람보다 시민성은 고사하고 인성부터 못한 경우도 상당하다. 그리고 시민교육이나 직업ㆍ기술훈련은 애초에 굳이 대학이 맡을 필요가 없다. 기업의 고용 관행 등에 영향을 받았을 것인데, 직업·기술훈련은 분리·전문화되는 것이 나으며 그에 맞춰 재정·평가 언어(블루머니 vs. 레드머니)도 분리해야 한다.

4. “등록금·재정 문제는 제로섬으로 해결할 수 없다.”

품질 재원은 등록금이 아니라 공공재정(블루머니)으로 확보해야 한다. 학생 순부담은 소득연계·장학·생활비 보조로 고정하거나 줄이는 것이 맞다. 한편으로 보편교육화 유지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학생의 등록금 부담 인상을 말하는 건 과욕이고 상치되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극단적으로는 대학과 대학생을 소수로 남기고 그들에게 등록금 부담 완화를 더 확실히 하는 것도 방법이다. Cf. 피사 점수를 가지고 최근에 교육강국 핀란드에서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라 경보음이 있다고 한다. 보편에 대한 집착이 꽤 심한 게 우리나라 문화 중 일부라고 볼 수도 있을까? 예컨대 애초에 왜 모든 사람이 수학을 미적분 수준으로 잘해야 하지? 논리력 때문에? 중등수학은 계산력의 차원은 이미 넘어가고 논리력이 남을 텐데 생활 속에서 수학까지 가지 않아도 국어 등에서도 커버 가능하다. 수학에 능한 학생이 제대로 역량을 펼치지 못하면 문제지만 모든 사람이 중학수학 초과 수준에서 능할 필요가 있나? 대학교육도 결국에는 산업ㆍ계층과 연계되면서 계층사다리로 이용되는데, 이 지점이 대학교육 정도가 높아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기능적으로 부정합이고 자원 낭비인 측면이 있다. 모두가 대학을 가고 싶어하기보다 대학을 가는 게 조금이라도 덜 불리해질 것 같으니까 대학을 많이 가는거면 문제가 있는거다.

5. “인문사회계를 기술·경영 프레임에 종속시킨 게 지식 생태계를 병들게 했다.”

인문사회과학과 통폐합·성과평가 왜곡·SCI 중심 사고로 지식의 다원성과 공공성이 훼손되었다. HSS는 느리지만 축적형 지식을 생산하므로, 정책반영·표준·아카이브·교육 같은 사회적 채택을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 통폐합은 최후수단이며, 지식교류(KE) 보상체계가 새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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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사항에 동의하지만 비전공자로서 든 몇 가지 생각들.


1. 사람들 정확히는 정부나 시장 관계자들은 종합적으로 자신들의 의사결정을 위해 글을 본다. 보통 과학적 분석은 결국 다소 복잡ㆍ모호하게 끝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나 분석은 그 자체가 목적이므로 사람들은 복잡하게 풀이를 해 놓은 글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무지하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2. 규제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고, 규제가 만든 매개변수 같은 것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 원인을 따지는 것과 정책적 책임을 따지는 것은 성질이 다르다. 매개변수가 있더라도 그것을 정책적 책임의 회피 용도로 쓰는 것은 곤란하다. 사람들은 글로벌 유동성 풍부 등의 현상을 감안하고서라도 정책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존재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임의적이고 비과학적이다. 통상 비실험연구에서도 최대한 유사한 두 지역을 상대로 처치ㆍ통제를 가정해 연구를 하지 아예 사고실험 같은 것을 하지는 않는다. 문재인 정부 때 이미 실패를 겪어 보았으므로, 이번 정부가 같은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 뿐이다. 모두가 문재인 정부의 규제를 절대적 근거로 삼아 규제 반대를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 그때와 지금의 수요와 금융 등 제반 여건이 다르고 이전의 실패 경험도 있으니 규제를 신중하게 하라는 주문이 나오는 것이다.


3. 기본적으로 공급 제고 등의 방안도 있을 수 있긴 한데 이것도 시차 등의 문제가 있다. 민주당계 정권의 기본 관점은 집은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목표는 구조적이고 철학적인 것이다. 단기 규제ㆍ세제ㆍ금융ㆍ보조 등만 가지고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심리나 자금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이 점을 인정해야한다. 또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가는 이유는 그것이 안정자산이요 또한 노후보장이 개인에게 떠맡겨진 상황에서 충실한 가계경제의 보루가 되어주는 등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적 현실은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 대책은 신중하게 내고 중장기 청사진을 가져가는 게 나을수도 있다. 공급 제고는 하나의 대안 중 일부일 뿐이다.


4. 사실 경제정책은 오히려 사회정책보다 쉬울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윤 동기나 시장 메커니즘과 같은 비교적 확실한 요소들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급하게 손을 대려는 제스처를 취하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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