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것'이 청산 대상이 되는 민주당

by 남재준

언론중재법 제1조상 언론중재는 언론사 등의 언론보도 또는 그 매개로 인한 명예훼손 또는 권리 그 외 법익에 관한 다툼이 있을 때 이를 조정하고 중재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조화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다. 언론중재신청인은 개인, 공공기관, 사기업 등 누구든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된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문제 삼은 해당 MBC 보도를 보면, 전체적인 취지는 제목 그대로 ‘막말과 고성만 난무하는 국정감사’이다. 국정감사가 국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 취지를 벗어나 양 진영 간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이 난무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 외의 내용들은 그냥 양당이 서로에게 가했던 공격을 건조하게 전달한 데 지나지 않는다. (사실 고성-막말 국감은 역대 국회마다 그래 왔던 것인데, 이제는 그 배후의 맥락이나 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점을 지적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해당 보도만 놓고 보면 취지조차 매우 건조한 편이라고 본다.)


국회의원이, 그것도 상임위원장을 지내는 중진 국회의원이 사실관계에서 좀 더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론을 공격했다. 게다가 가관인 것은 ‘친국힘’이라는 프레임을 언론에게 붙여 놓고는 사실상 ‘객관적인 사실 보도’와 ‘친민주 보도’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친국힘 보도’는 ‘주관적인 거짓 보도’라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해당 보도의 기본 취지는 개별적인 국회의원 간 다툼에서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느냐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언론은 제도정치와 국회 전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하며, 그 기능을 그대로 수행한 것이다. 더구나 최민희 의원 본인이 언론 출신이고 언론운동가 역할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섬세하게 다루기는커녕 아예 노골적으로 ‘합리적인’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개별 의원 간 다툼에 관한 사실 보도일지라도 해당 보도가 명예훼손 등에 해당하면 맨 처음 문단에서 언급했듯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하면 된다. 아니라면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


문제된 언론보도는 그러한 종류의 문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해당 보도 내용은 단지 보도 전체의 취지를 보조하는 사실관계를 전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보도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그 보도의 일부분으로서 최민희 의원이 지적한 사실관계 부분도 명예훼손이나 그 외 권리 침해, 여론의 호도 등을 할 여지는 없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그것도 여당 국회의원이 함부로 언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사실상의 침해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MBC 보도본부장의 발언대로, 개별 보도에 대해 언론사 간부가 시비를 가리는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할뿐더러 심지어 그 보도의 지엽적 사실관계에 대한 내용이라면 국회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고 가치가 없는 일이다.


이 전체 국면을 보면, 민주당의 모든 ‘개혁’ 프레임이 그래왔듯 소위 ‘언론개혁’ 프레임도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가 보인다. 언론개혁은 본래 신문 중심의 언론 구조에서 조선-중앙-동아가 대주주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에 제기된 의제였다. 객관적 보도인 것처럼 말하지만 실은 보도라는 사회적 과정 전체가 온전히 객관적일 수 없으며, 나아가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언론들이 균등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는 뉴미디어 등의 미디어가 부상하면서 언론(생산자)과 독자(소비자)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일명 ‘프로슈머’로서 유튜버 등이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더는 ‘기성 언론은 기득권이다.’라고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게다가 정치권 자체도 이미 국회 원내 구성부터가 민주당이 원내 주도 세력이 된 지가 거의 10년 차이다. 민주당은 더는 다윗이 될 수 없는 존재임에도 실제 다윗일 때보다도 더 다윗처럼 행동한다.


조중동이 ‘국민언론’이던 시대에도 적어도 제도정치권에서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최소한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말하는 경우는 없었다. 본인들이 정치사회적 소수파이기 때문에, 또 직접 보도 통제 같은 걸 하는 게 아니고 항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SNS에서 선동을 하고 언론사 간부를 국감장에서 쫓아내는 등의 행위들을 하는 것일까? 다수파인 걸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심각한 문제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중요 원리 중 하나는 ‘싫은 것을 참는 것’에 있다. 이는 정확하게 말하면

1. 내용이 자신이 보기에 객관적이거나 타당하지 않아도 말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2. 참는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주체가 표현을 할 수 없도록 막지 않고, 가급적 논박을 통해 논쟁을 하거나 언론중재 등의 절차를 통해 해결한다는 의미이다.

3. 권력이 클수록 그에 비례해 참아야 하는 강도도 높아진다.

3번이 매우 중요하다. 최민희 의원이 한 행동 자체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당 중진 국회의원이자 국회상임위원장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건 매우 심각한 일이다.


MBC는 보기에 따라서는 민망할 정도로 이 정권 편에 있는 언론이었다. 본래 처음에 민주당 측은 ‘우리 편’인 언론과 ‘저쪽 편’을 보다 노골적으로 가르기 시작했는데, 이후에는 ‘우리를 오독하거나 반대하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는 모든 대상’에서 다시 ‘우리를 오독하거나 반대하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한 모든 대상’에서 결국 ‘우리를 오독하거나 반대하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한 것 같은 모든 대상’으로 ‘청산’의 대상이 옮겨 갔다.


게다가 더 위험한 것은, 법원이나 정부에 대해 그랬듯 언론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전문성 자체에 대해 ‘보수 편향’이라는 식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언론, 사법, 행정 등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는 모든 행위들은 사실상 ‘우리 생각 = 객관적 사실, 타당한 의견’으로 완전히 동치시켜 버리고 조금이라도 이와 맞지 않은 것 같으면 모조리 ‘기득권’으로 배척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미 앞서 언급한대로 뉴미디어 등의 부상으로 인해 약해진 전문성의 권위가 더 약해진다.


민주주의가 기본원리인 사회에서는 반대급부로 전문성의 권위가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수결이 무조건 옳은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다수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의견의 다양성 등을 넓히며 사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려면 미우나 고우나 기자, 관료, 법조인 등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와 같이 세간의 비판에서 자유로운 전체적인 사회적 권위를 갖지는 못하며, 선진국과 같이 오직 그 전문성의 영역에 한해서만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논리대로 계속 밀어붙인다면 민주주의는 민주당의 인식과 생각을 따르는 다수만 객관이고 정의(正義)로 남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를 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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