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질문제가 필요한 이유

by 남재준

https://youtu.be/HJpp7BSKd54?si=GdwaqZ2V6ceGFZ8c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마지막 PMQ.)


비난할 사람들도 있을 수 있는데, 난 내용과는 무관하게 헌법재판에 출석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인상적이었다.

대통령 직무수행 중일 때 저렇게 했으면.. 쯧쯧. 이렇게도 생각했었다. (도어스테핑은 '저렇게'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기가 일방적으로 받고말고를 결정하는 거고 언론이 하는 질문은 내용ㆍ힘 면에서 한계가 크다.)

자기 변론 나아가 정부 변론을 적극 펼칠 수 있는 제도가 더 필요했다고 본다.

일본의 당수토론제도는 2000년에 도입된 것인데 총리=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가 마주 보고 국정 현안에 관해 질의응답한다.

영국의 PMQ 즉 Prime Minister's Questions를 본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대정부질문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 자리는 국무총리ㆍ국무위원들의 대통령 방탄 자리다.

대통령은 예로부터 '저 높은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의원내각제의 장점이라면 정부수반이 상시로 국회 속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민주적인 대통령이라도 기자회견ㆍ국민과의 대화ㆍ공식 연설 정도로는 뭔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또 뭘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된다.

물론 PMQ도 이미지 싸움의 장이기는 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부수반이 직접 자기변론을 해야 하며 그것을 국민들이 지켜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 탄핵 정국 때에도 대통령의 지위ㆍ권한에 관한 논쟁 와중에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는 연원을 볼 때 비민주적 요소가 짙어 무의미하다고 봐야 한다는 헌법적 견해가 있었다.

'대통령은 삼권의 한 축의 수장(정부수반)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대표자(원수)인데 국회 지도자들과는 격이 다르지 않으냐.' 할 수 있지만 이건 그냥 핑계고 권위주의적 잔향도 짙다.

정부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설명책임(Accountability)을 다하고, 또 당정이 답변에 관한 대응전략ㆍ메시지 조율을 필수적으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정의 정책적 연계도 가능하게 된다.


일반 국회의원들은 몰라도 제1야당 대표에게는 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접 비판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기회는 주는 것이 좋다.

특히 그 자리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주자들이 대선 직전에 거치는 자리가 되어 가는 지점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더 그렇다.

대한민국 대통령직은 자기가 얼마나 역량이 있으면서 성실한가 또 어떤 스타일인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는 자리 같다.

지난 대선을 보면 한국정치는 정책ㆍ공약에 대한 검증이 점점 취약해지고 무성의해지고 있다.

작년 총선 때 거대양당 공약도 거의 21대 총선과 큰 차이 없게 느껴졌고, 올해 대선 때 양당 후보 경선에서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왜 그렇게 치고 받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특기할 내용이나 비전이 없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가 너무 엄격해서 정작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할 총선에서 대통령은 아무것도 못한다. (예전엔 대통령이 당 총재로 당을 통제했지만 보스정치 문화를 끊고 당정관계를 수평화하려면 불가피하긴 하다.)

이런 제도가 있으면 선거운동이라는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공개적ㆍ제도적으로 정부 변론을 할 수 있다.

취임 이후에라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또는 주도적으로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제대로 사람들 속에서 토론하는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더는 병풍 뒤로 숨거나 자기가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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