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한 나라(?) ; '어떻게 되겠지' 마인드로?

by 남재준

[손석희의 질문들3] 계속되는 경제 위기, 대응 방안은?, MBC 251022 방송


국내소비 즉 내수와 자영업의 위축, 가계부채의 임계, 재정건전성의 위기 등.. 문제 진단에 대해 기업인도 당연히 할 말이 있긴 할 것이다.


그런데 경영인에게 국민경제의 앞날과 대책의 방향을 묻는 건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다.


경영은 주어진 제약 조건 속에서 기업의 조직/인사/재무관리, 생산의 합리화와 기술의 혁신, 이윤의 극대화 등을 도모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주체 또는 핵심은 기업이다.


그래서 경영학(Business/Business studies)은 학문과 실천적 기술로서의 성격을 절반씩 가지고 있는 응용과학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경제학(Economics)은 개별 경제주체부터 국민경제와 세계경제를 전체를 통괄해 인간의 생산, 분배, 소비 등 제반 경제활동 일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은 전통적인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분류된다.


기업인의 입장에서는 전체 국민경제가 중요한 환경이 되고, 그 맥락 하에 자신의 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한 전략과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그런 방향에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인이 다른 경제주체 예컨대 국민경제 전체를 보고 민간과는 독립-우위의 위치를 점하는 즉 다른 역할을 하진 공공(정부)의 차원에서도 정책을 잘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내 생각엔 이건 불투명하다.


좋은 기업인이 좋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복합적인 구조개혁이다.


이는 박용만 전 회장이 언급한 '특단의 조치'와 상응한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복합적인 위기에 속한다.


하나 또는 몇 개의 정책 레버만 가지고는 해결될 수 없고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의 사회-경제 제반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나는 그러한 구조개혁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인적자본의 양성을 위한 교육혁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매번 언급했듯 중등교육혁신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wer)는 '질적으로' 다르다.


외생적 성장에서 내생적 성장으로 옮겨가면서 자본, 노동 못지 않게 결정적 요소가 '기술'이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창출하고 발전시키려면 결국 그 주체가 되는 사람이 질적으로 뛰어나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아직 사람의 자유와 창의를 계발하는 교육이라는 이념을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한 현실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간 고등교육 즉 대학에 대해 열심히 구조개혁도 하고 지원도 퍼부어 봤지만 근본적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 중 하나는 고등교육에 '진입'하는 인재들의 한계에 있다고 본다.


한국의 중등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입시를 완주하는 '훈련'에 가깝다.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도 공정이니 하는 것은 둘째 문제고 사실상 구색 맞추기에 가깝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이 많다.


교육과정-교수학습-교육평가의 제반 중등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청소년기가 자아와 역량이 어떻게 뻗어나가느냐가 정해지는 결정적 관문이고, 둘째로 고등교육과 산업에의 인재의 공급처가 되기 때문이다.


대학에 갈 때부터 의대나 경영대 나아가 무난한 전문직과 취업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시스템과 문화가 만든 것이다.


그것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지' 않으면 우리나라에는 노벨상도, 혁신적 기업가나 기술자도 나올 수 없다.


그러나 교육은 본질적으로 물질보다 사람에 관한 것이기에(예컨대 교육개혁은 금융개혁과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많은 진통이 필요하다.


게다가 교육혁신을 단행하려면 교원들의 훈련이나 양성 체계 개혁이라던가 고교의 전반적 인프라 개선 등이 필요할 것이고 그러려면 당연히 재정 투자가 필수이다.


그런데 우리 재정은 현재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곧 50%를 가볍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의 두 배에 달하거나 하는 국가들(110%대인 프랑스나 200%를 넘기는 일본)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비교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중요한 건 여유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의 문제이다.


한편으로 연성 재정준칙을 설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앞서 언급한 교육혁신과 사회보장개혁, 산업혁신지원 등을 위해 재정 투입 전략을 세워야 하며 개별 정책 차원에서도 수단과 집행 전략 등을 세밀하게 효율성과 효과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설계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재명 정부의 민생지원금은 그다지 재정 자원의 합리적 사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해외 선진국들 -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 은 이미 '구조적 충격'을 주기 위한 개혁을 여러 번 시도해 왔고 현재에도 그것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사회와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지도자의 의지만 가지고 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또 불씨를 붙이려면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 정치가 단순히 종래 정책의 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보신주의도 아니고 완전히 정책을 관료들에게 던져 놓고 이슈와 스캔들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관(官)의 영향력을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관을 통제하겠다는 정(政)의 무능함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 지속불가능한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나라의 사회와 경제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역사를 통시적으로 보면, 양난(왜란+호란)이나 개항 등 중요한 분기점마다 구조적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단기 위기에는 강한 나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위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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