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말하면 나는 산업정책은 필요하지만 산업기획은 필요없다고 본다.
정부의 과제는 재정재건ㆍ생활보장ㆍ구조개혁이다.
“정부는 시장의 방향을 ‘정한다’가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길을 찾도록 ‘조건을 만든다’."라는 점이 보다 확실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에 대해 선진시장에서 의구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 자체가 상당히 관의 영향이 짙다는 점일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자생적 시장 팽창이 아닌 경제기획을 통해 성장을 이룬 나라이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의 일부였던 관치금융은 방만한 경영을 가져왔고 외환위기라는 대가를 치렀다.
경제적 개입과 기획의 경계는 모호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중요하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그토록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해 놓고서는 기업들에게 임금이나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언급하거나 뒤로 압박하는 등 비공식적 간섭을 했다.
오늘날까지도 우리 경제가 관에게 시선이 쏠려 있음은 알 만한 일이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대통령이 굳이 만남을 가지는 것도 별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이런 부분은 내셔널리즘의 영향이 묘하게 있다.
다시 말해 '우리' 기업이 잘 되려면 정부가 기업을 밀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아주 옛날부터 현재까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사고는 연성 정경유착을 형성될 수도 있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민간의 자율을 가능한 한 보장하되 추세를 보아가며 단계적ㆍ공식적ㆍ제한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도산 기업의 정리를 망설이지 않았고 회계 투명화ㆍ구조조정ㆍ금융개혁 등을 밀어붙였다.
본래 우리나라의 민주당계 정권은 기본적으로 선진경제와 유사하게 한국경제를 재구조화하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면, 보수 정권의 후견적 개발국가를 탈피해 시장의 자생력 확보, 정경분리와 관치 타파, 기업 생태계의 풍부화, 토건 중심 단기 경기부양 자제, 복지국가의 단계적 확충,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권 보장의 병행 등을 통해 사회적 시장경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후견적 개발국가 체제가 완전고용이나 고성장 등을 견인했기 때문에 그 스테로이드가 빠지는 순간 이미 중견국의 한계에 있던 우리 경제도 청년실업ㆍ저성장 등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민주당계 정권은 서구식 체제로의 전환과 우리나라의 고유한 사정ㆍ맥락을 동시에 감안해야 했기 때문에 구조개혁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 연공제나 가족으로의 복지 전가나 교육의 도구화 등 문화의 문제들은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없었다.
오늘날에 이르면, 정말로 마인드셋ㆍ소프트파워의 변화와 제고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기업가정신과 혁신이 가능한 시장과 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꽃 피울 수 있는 사회문화적 토양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