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세협상에 관한 약간 다른 생각

by 남재준

최근의 핵추진잠수함 한국 도입 및 관세 협상 합의를 대체로 성과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우선 전자의 경우, 물론 지난 2021년의 미사일 규제 해제와 더불어 우리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첩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좋아만 해야 하는 일일지 약간은 의문도 있다.


이번에 도입하는 잠수함은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뭐가 되었든 핵과 관련한 기술인 것은 분명하다.


핵이라는 요소가 외교안보의 맥락에 어떤 방식으로든 등장하는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세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다소 우려한다.


이재명 정부는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남북평화 달성을 지향해 왔으며 이러한 맥락에는 군비경쟁을 자극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고 본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현재 대외적인 안보 비용을 축소하고 싶어 하므로 장차 우리나라가 알아서 자기 방위를 책임지기를 바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이 우리나라로 하여금 더 큰 국방력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의 국방력 강화 방향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비핵 3원칙과 같이 연쇄적인 핵무장으로 인해 사실상 형용모순이 되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것을 명백히 부인하는 원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비핵 원칙을 부분적으로는 수정할 수 있어도 큰 틀에서는 유지하는 편이 타당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핵으로 핵에 맞선다는 것은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실은 그 지경이 되면 누가 승리하건 무의미한 공멸(共滅)이 되므로 실질적으로는 별 의미 없는 가정이라고 본다.


연쇄적 핵무장은 군비경쟁과 같으며 그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자극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평화란 단순히 열전(熱戰)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데, 현실주의적 관점에서의 ‘평화’는 그냥 ‘열전이 없는 상태’일 뿐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이상의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체감상 실제로는 그렇지만도 않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군비경쟁을 만들거나 동아시아의 긴장을 높이려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군비경쟁이나 동아시아의 긴장에 하나의 +요인을 추가한 건 사실이다.


한편 관세 협상의 경우 당초 예상되었던 관세율 25%에서 15%로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무관세도 아니고 추가적 대미 투자 유도와 농산물 등 시장 개방이 남아 있다.


물론 아예 성과가 아니라거나 이재명 정부가 잘못했다는 말은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번 관세 협상 타결의 이점은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는 정도일 것 같다.


대미 투자 부담이 커지면 국내 산업에의 설비투자가 위축되어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만약 종래에 유지되어 오던 투자가 대미 투자 때문에 위축되는 경우, 여기에 더하여 AI 등에 기초한 경제성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정부의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재정 여력이 온전히 여유가 있지 않고, 또 국제경제기구나 금융기관 등에서는 우리나라에 전략적 재정지출과 준칙재정으로의 이행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미 투자를 하면서 국내 제조업까지 뒷받침하고 나아가 중장기 전략산업 육성까지 전부 해낼 수 있을까?


결국 금융시장을 더 움직여야 할 텐데, 은행이나 증권사들을 압박하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고 적절치도 않은 것 같다.


생산량 조정이나 비용 감축, 신시장 개척(가능하다면) 등을 위해 기업들을 위한 미시적 지원을 강화하고, 동시에 경기가 과도한 타격을 입지 않도록 가계의 고용과 생활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 운용이 타당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제조업에서 안정적인 저숙련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저물었고, 현대의 전략산업에서는 소수의 고학력 인력을 요하는 것이 맞아 보이는데 여러 산업에서의 수급 불균형과 전공 미스매칭 현상 등을 분석하고 미시적인 고용 증진 정책을 새로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정책목표를 너무 높고 장기적인 것으로 설정하는 것은 현 정부에게 5년 정도 밖에 시간이 없으므로 다소 비현실적이다.


여러 가지 현실 변수들과 우선순위들을 감안한 목표와 전략의 재조정과 현실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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