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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조국당부터 제거해야

by 남재준

조국 "다음 총선 2당 목표…정의당과는 달라"


[조국혁신당 당 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028년 총선에서 제2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습니다.

조 전 위원장은 어제(19일) 유튜브로 중계된 '전당대회 2차 혁신검증 대담회'에서 "국민의힘을 'TK 자민련'으로 만들어 50석을 줄이고, 그 의석을 민주당과 나눠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조 전 위원장은 또 "민주당 의원 중에 혁신당이 '정의당처럼 될 것'이라는 분도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혁신당은 독자 후보를 내지 않았다"며 "정의당과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조국당은 존재 가치가 전무하고 나아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는 정당이라는 점을 조국 본인의 말로부터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첫째로 조국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자아를 가진 정도에 불과한 정당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 이런 유의 정당은 세계 어느 선진국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찾자면 선진국 아닌 나라 중 북한이나 중국에서 노동당이나 공산당의 우당(友黨) 정도가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에서 복수정당제는 단순히 정당 설립과 활동의 자유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원내정당으로서 유의미한 그리고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이 2개 이상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최소 양당제 이상이어야 민주주의 국가로서 유의미하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당은 국민의힘을 ‘TK 자민련’으로 만들어 50석까지 주저앉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190석에 가깝게 민주당과 민주당이 장악한 정당들이 차지하고 있다. 조국의 말대로라면 민주당은 그것도 모자라서 개헌선을 넘어 250석을 혼자 다 차지하겠다는 말이 된다. 인면수심도 어느 정도껏 해야 봐줄 수라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나머지 의석은 누가 가져가는가? 새로운 보수정당이? 어차피 이 나라에서 보수정당이라고 하면 국민의힘 아니면 그와 유사한 성향의 정당이 된다. 개혁신당은 그렇게 갑자기 확대될 수 있는 정당 같지 않다(그리고 그럴 자격도 없다. 개혁신당은 조국당과 마찬가지로 이준석 1인 정당일 뿐이고 레토릭 싸움과 신자유주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정당이니까.).


진보정당이? 원내에 있는 진보정당들은 독자적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완전히 상실했다. 대선에서는 물론이고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개별 지역구에서 협력하거나 단일화하는 것을 넘어 아예 비례위성정당으로 들어가 혜택을 받았다. 그러니 이후의 정치적 지분도 모두 민주당에게 속해 있으며 진보정당이 어떻게 되는지는 민주당에게 달렸다. 정의당은 모두가 알다시피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정의당이 퇴조한 데에는 정의당 자신의 책임이 제일 크겠지만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선거는 제도만이 아니라 실제로 정치가 돌아가는 양상이 중요하다. 이 경우, 이제 다당제를 위한 비례대표제 확대를 시행한다손 치더라도 정의당은 봉쇄 조항조차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도를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 민주당이고 거기에 부역하고 충동한 게 조국당이다.


국민의힘은 이 나라의 양대 축을 담당해 온 정당인데 그 정당을 완전히 몰락시키는 것은 정반합 중 단지 반(反)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건 그다음에 새로운 정당체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 즉 합(合)에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핑계 삼아 2024년 선거제도개혁 논의 때 종래의 비례대표제 확대는커녕 아예 비례대표 축소까지 검토했다가 결국 현행의 누더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 버렸다. 선거제도개혁을 방기한 것도 모자라 보수정당을 몰아내겠다는 구실로 아예 퇴행적 구상까지 한 것이다. 그런 민주당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민주당의 노선을 더 강경하게 만드는 명분을 제공한 정당이 바로 조국당의 실체이다. 나아가 조국당은 아예 민주당의 우당(友黨)을 자처했는데, 이러고도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조국에게 묻고 싶다. 민주당의 우당일 뿐인 조국당이 2당이 된다면 이 나라는 말 그대로 민주당 일당독재국가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이 모든 타락의 모든 책임이 이재명과 조국에게 있다. 두 사람은 부패하거나 위선적이어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위협하고 있어서 제거되어야 한다.


둘째로 조국당은 1인 정당으로서 개혁신당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정치개혁에 아무런 유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 폐단인 1인 정당화는 진보정당이 적극적으로 노동조합과 연계하는 것보다 훨씬 악질적인 폐습이다. 그런데 조국당은 완전한 1인 정당이며 조국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정당이다. 이런 정당에선 당내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을 수 없으며, 건전한 피드백과 토론이 있을 수도 없다. 조국이 아니면 대안이 없는데 어떻게 조국을 비판할 수 있을 것인가?


진보정당이 노동조합과 연계하는 것은 서구 좌파 정당들이 노동조합과 연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노동계급정치의 표본을 그대로 본뜬 것이니까. 그래도 조합주의(Corporatism)적 요소 때문에 노조의 목소리가 컸으므로 그것을 누를 필요가 있었던 유럽과 우리나라 노조의 정치사회적 권력의 차이는 매우 크다. 즉 진보정당이 노동조합과 연계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가질 수 있는 힘이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이는 시민단체나 사회운동조직들과의 연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문제는 실제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의 영역이 매우 작고 세대적 정체성을 가지고 동원되는 정당이나 경제적/사회적 기득권의 이익집단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원외 퇴출과 민주당의 포퓰리즘화는 이 불균형을 더 극단화했다.


진보정당의 또 하나의 존재 의의는 노동자와 소수자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로서 서게 한다는 점이다.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단순히 수혜만 받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직접 자신의 경험과 이에 관련된 문제의식에 관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포괄정당이므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까지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 외에 이 나라의 압도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실질적 문제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 만약 서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서민을 위한 제대로 된 사회문제와 정책의제의 논의가 있을 수 없다면, 보수정당의 청산이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탄핵심판 후 생활 속 민주주의의 개선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응답한 다수의 여론을 생각해보라.


조국당은 포퓰리즘화되고 강압적 성향이 짙어진 민주당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먼저 역성을 들고 그런 성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밖에서 제공한 세력이다. 이 정당이 조국 지지 모임이라는 점 외에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전문가, 법조인들이 모인 정당은 노동자와 소수자들의 실질적 문제 제기를 담는 정당을 절대로 대체할 수 없다.


진보정당이 아니더라도, 민주당과 조국당이 꿈꾸는 변화라는 건 그냥 민주당 일당전제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조국당을 퇴출하고 민주당을 눌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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