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 치하에서의 연성(Soft) 민주 헌정 위기

이재명에 대한 권위에의 타격(Blow to Authority)이 필요하다

by 남재준

2025년 12월의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계엄 이전부터 계속 가속화되어 온 연성(Soft) 민주헌정 위기를 맞고 있다.


모두가 이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통합되기는커녕 치유조차 안 된 채 민주당 정권을 중심으로 다시 분열되고 있고, 국민 상당수는 정치 자체에 염증을 느끼고 이탈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최초로 계엄이 터졌고, 그로 인해 같은 정당의 정권이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불과 8년 만에 또다시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는 박근혜 정권 붕괴의 원인이 된 국정농단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인데도 교체된 정권의 지지율이 불과 반년 차에 계속 지지율이 50%대~60%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붕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진지하게 성찰해 볼 상황이다.


무당층이 대선 이후 다시 증가해 약 30%에 달했는데 이는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을 통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 이후 민주당이 받은 버프가 원상 복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50%대 지지율은 본래 정치적 양극화가 전제되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탄핵심판 결정 수용 여론이 약 80%에 달했다.


국민 여론이 그 정도였다는 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하기에 따라서는 지지율이 60%대보다 높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정도가 되어야 민주당이 원하는 ‘극우 청산’이니 하는 게 가능한 최소 조건 중 하나라도 달성이 되는 것이고. 물론 최소 조건일 뿐,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가 지속되어 트렌드가 되고 나아가 고착화, 구조화가 되지 않으면 민주당이 원하는 정도의 귀결은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때는 사실 더 불리한 상황이었다.


2017년 대선의 경우 득표율이 40%를 조금 넘긴 수준이었고, 민주당이 ‘방해꾼’이라고 생각하는 정의당도 아직 온존했으며 범보수 득표율은 범진보 득표율을 상회한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득표율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오래 유지했고 취임 다음 해의 2018년 지선도 압승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최근의 정치적 상황은 그냥 허니문이 아니었는데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내년 지선의 경우, 2022년 지선에서 민주당이 워낙 크게 참패했다는 점(그러니 민주당 측이 이번에는 증가해야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예상) + 민주당에게 계엄/탄핵 프리미엄이 있다는 점과 이재명 정권의 대강 1년에 대한 평가 중 어느 것이 우선할까?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약간 앞서는 정도에 그치거나 대등하게 나오는 경우 그것만으로도 정치적으로 이재명 정권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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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헌정을 만든 6월 민주항쟁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제도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성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자리 잡으면, 그 위에 법치주의와 기본권 + 소수자 권리 증진 + 돌보는(Caring) 사회와 국가의 형성을 통한 개인의 삶의 질적 제고 + 건전한 시장경제 질서 보장 등의 자유주의적 권리 의제 및 다원적 시스템 안정화가 중점이 된다.


이는 균형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냉정하게 보면 민주주의는 단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정치체제에 불과하다.


형식적으로 표결로 선거 등을 치르는 국가는 많다.


문제는 그 사회의 실제 담론의 질, 인권보장, 문화적 수준, 경제 등,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결국 개인의 삶이 제대로 존중받는 자유주의적 원리가 실현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민주정은 귀족정이나 독재정이나 왕정보다는 분명 ‘상대적으로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의사결정을 하는데 제일 유리할 ‘여지’가 많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원리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이 체제의 귀추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민주화는 ‘민주당의 도덕적 우위 보장을 위한 전매특허 정통성·정체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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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예전에 검찰에 절제된 권한 행사를 말했는데, 민주당은 민심과 헌법을 방패 삼아 폭주하는 중이다.


국민의 대표라면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중도’를 자처했으나, 실천적 제스처나 바이브가 없으면 기만이다.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은 메시지보다 메신저부터 공격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이전에도 민주당계 정당은 계속 ‘진정한 보수가 없다’, ‘권위주의적 보수를 근본적으로 극복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말은 해왔지만, 정말로 노골적·구체적으로 그것을 실현하는 데(그러니까 그 '자격 없는 자들'을 제거하려는)에까지는 가지 않거나 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한도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으며 그것을 마음대로 관철할 힘까지 지녔다.


절차적 민주주의, 삼권분립, 기본권 등이 위협받고 다수주의(Majoritarianism)와 반(反)전문가주의, 포퓰리즘(‘기득권 타도’) 등이 성행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정부, 법원, 야당, 언론, 시민사회, 노동계, 기업, 일반시민 등 모두를 광범위한 연합(Broad Coalition)으로 포괄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모두에게 광범위한 미움과 원한을 사고 있다.


차라리 정치적 이념, 정책적 신념을 강고하게 밀어붙이는 정도였으면 나았을 텐데, 근본적으로 국가와 사회, 경제 전체 차원에서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2020년에 처음으로 압도적 다수가 된 이후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관행이나 합의적 정치문화를 정면으로 파괴하고 있다.


만약 언젠가 민주당이 밀려나고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회복하는 경우, 민주당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의힘은 갈고 있던 칼을 어떻게 쓸 것인가?


민주당 내 비주류, 진보정당(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은 무의미)에 대한 린치와 배제의 결과 민주진보진영 내에서 민주당 내외로 완전한 획일화가 이루어졌다.


동료를 팔았다느니, 비명계는 움직이면 죽는다느니 하는 말이 나왔고 결정적으로 이재명 본인이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이 ‘함정수사’였다는 점을 자백했다.


그런 유의 개별적인 말들이 얼마나 실제로 팽배하느냐가 핵심이 아니라 그런 분위기가 당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민주당 비주류는 현재 ‘우리도 동의한다.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가도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대강 이런 취지를 전제하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민주당이 획일화되면, 후에 민주당이 무너질 때 비주류도 절대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친명이 친문에게 그랬던 것처럼 권력은 이어받고 책임은 떠넘기는 식으로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친명은 친문보다 훨씬 더 강고하게 패권을 쥐었으니까.


지도부 스스로가 팬덤과 강성 당원들을 키워주기도 했다.


지도부와 팬덤 및 강성당원들은 서로를 계속 강화하고 동원하는 되먹임 구조 비슷한 것을 보였다.


민주당 현 주류 주요 인사 중엔 팬덤을 자제시키기는커녕 정당한 당심을 악마화한다는 피해자 서사를 다시 끌고 왔다.


정작 2025년 대선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라고 응답한 자 중 43%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이재명 재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약 44%가 중단)


민주당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언론에 대한 예민한 대응과 공격을 하고 있다.


최민희 의원의 ‘사실관계’ 따지기나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이 그런 경우이다.


언론이 자기들이 보는 사실관계 등에 그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바로 공격을 한다.


더하여 자기들 편의 확증편향과 음모론을 확산하고 강화시키는 뉴미디어를 적극 옹호한다.


민주당의 세계관과 자기 이해는 기묘하다.


뉴미디어의 확산과 영향력 강화를 인정하면서도 ‘언론 기득권’을 말한다.


또 자기들이 객관적으로 힘을 가졌음을 부인할 수 없음에도 마치 자기들이 저항자인 것처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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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제반 사법/준사법의 개혁의 원리는 사법 시스템의 합리적 운용에 있어야 한다.


지금 소위 개혁을 끌고 가는 방식은 사실상 인적 청산이 논리적 귀결일 수밖에 없는 것을 마치 제도나 구조의 개혁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고 기만적이다.


설령 정치적 의도라느니 하는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국민 여론의 형성과 숙의를 통해야지, 민주당이 먼저 나설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사법시스템에서 중요한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입헌주의/법치주의/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데 사법개혁 과정에서 법원의 의견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란전담재판부나 법왜곡죄 도입 등 사법부 독립 침해가 되는 제안이 정면으로 나온다.


더하여 개별적인 사법부 요인들에 대한 사실상의 겁박이 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입건을 두고 공수처에서는 절차적으로 고발이 이루어지면 배당과 입건은 불가피한 절차라고는 하지만 이 장면 자체가 정치적으로 선 넘은 것이라고 보기에는 충분하다.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의 의의는 우선 민주당의 검찰 폐지론이라던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적 옹위를 위한 입법이라는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항소 포기 이후 항의와 인사 조치(좌천성 전보, 사의 표명 등)가 있었던 점은 무언가 심상치 않다.


검찰은 작년부터 매우 잠잠했었는데 이는 본인들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반발이 있다는 건 그만큼 이 사건 관련해서 법무부 나아가 이 정권이 선을 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안 그래도 법원과 검찰에 대한 공격으로 사법 체계가 흔들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현 정권에 도덕적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사법 차원의 사건이 등장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경우가 정확히 지금 통일교 관련 문제이다.


현재만 놓고 볼 때, 이 문제의 핵심은 실제로 민주당이 어느 정도로 연루되었는지보다도 민주당 자신이 도덕적 우위를 가진 것처럼 재단하고 밀어붙인 의제가 잠재적 이해관계에서 실질적 이해관계로 얽혔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조희대의 재판 진행이나 공무원들의 ‘가담’에 대해서 증거 없이 정황과 제보만 가지고 비난을 퍼부었는데, 통일교 관련 의혹은 위증일 수 있어도 (위증죄에도 불구하고) 증인이 나온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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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이라 했지만, 최근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진 이유 중 대표적 하나가 경제였다.


그래 놓고선 정부에 불리한 지표 같은 게 나오면 남 탓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갤럽 결과에서는 부정 평가 이유가 정치, 경제, 사법, 안보 등 전방위를 망라했다.


지방자치와 달리 국정은 설령 단기적 성과가 없어도 중장기적 구조ㆍ문화 변화가 유의미하면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되레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성과주의를 함부로 거론하면 안 된다.


원리라도 뚜렷하면 상충해 보이는 정책들이라도 이해가 되거나 권위라도 있는데, 그냥 상충하는 정책들이 원리도 없이 병렬하니 불만만 계속 양산된다.


그러나 이 정권은 이걸 들을 생각도 없거니와 애초에 제대로 들을 수도 없는 구조ㆍ문화를 지니고 있다.


‘중도보수’라는 말도 문재인 대통령 때보다도 공허한 게, 모든 대립 주체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민주당을 싫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성평등 퇴행ㆍ‘민주당식 남성성’은 여성들에게 불만을 사고, 남성들은 본래 민주당을 싫어했는데 그게 민주당의 어정쩡한 노력을 가지고 만회가 될까?


공무원들에 대한 휴대폰 제출 유도와 포렌식 기본권 침해 논란과 비합리적인 기획재정부나 금융규제기관 쪼개기/기능 이관 논란은 관료들의 불신을 강화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대선 과정까지 기본사회에 이어 국가 주도 기술 성장을 내세워 놓고서는 재정과 조세 문제에 대해 어영부영 넘어갔는데, 이것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선이 아닌 임기 중에 한다고 하면 제대로 논의가 될 것이며 정치적 돌파가 쉽겠는가?


노동조합법 개정(소위 '노란봉투법') 등과 연관하여 재계에는 전반적으로 ‘국가 주도’ 경향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일례로 금융권 경영에 대한 개입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말은 금융사의 컴플라이언스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겠지만 위험 투자 유도와 더불어 금융권에는 ‘관치 선언’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지난 노동시간 규제 완화 논란은 노동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작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였는데 올해는 2.6%라는 점 등도 당초 급진적 개혁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규제는 실질적으로 자기자본 부담이 강해지고 매매가 막혀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더 심화하는 전세난으로 인하여 실수요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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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미 너무 멀리 왔고 돌이킬 수 없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그 특성 자체가 고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애초에 극히 제한된 수준, 정확히는 자기의 인식과 가치 등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피드백만 들을 생각이 있는 사람과 조직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과 이재명의 그 거대한 차이가 언젠가 새로운 차원의 위기를 대한민국과 민주당에 가져올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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