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민주당

by 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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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청년 당원이나 정치인들이 이제 제발 미몽에서 깨어나 소장파로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그 '착한' 사람들이 그럴 거라는 기대는 거의 없지만.)

최근 몇 년의 민주당은 그 이전 수십 년의 민주당과는 너무 달랐다. (그렇다고 그전의 민주당을 무조건 좋게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보이는 이미지라도.)

2021년 대선 경선 때 나는 이낙연도 이재명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포스트 문재인을 민주당은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다만 이재명이 후보가 된 것은 그럴만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관망에 가까웠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여러 측면에서 관찰하고 생각해 본 결과, 민주당의 최근 변화는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부정적인 것이라고 보아야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2년과 달리 2025년에 이재명을 결코 택할 수 없었던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그 결론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 공고화하고 있다.

이제 내가 궁금한 것은 역대 민주당계 정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민주당 정권이라면, 그 종말도 역대 민주당계 정권들과는 매우 다를 텐데 그것이 어떤 모습일까 뿐이다.

민주당은 유례 없이 막대한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제 남은 건 내려오는 일 밖에 없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듯 기분 좋게 의기양양해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 망상이 깨지는 날이 올 것이다.

정확히는 그 날은 국민들이 왜 그간 민주당을 택해 왔는지의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되는 날일 것이다.

문재인 이후의 민주당을 바람직한 변화, 발전이라고 정말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부분에 관하여 민주당 내부에서 유의미한 논쟁이 가시적이지 않다.

논쟁은커녕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동원된 다수가 모든 발언권을 독점한 상황이다.

그 자체가 현재 민주당의 변화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넘어서서 근본적으로 자신들의 존재 의의였던 그 민주주의의 규범적 강조에 스스로가 부합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보수 세력이 대죄를 지었다고 해서 민주당이 하는 모든 언행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면책이 되지도 않는다.

2024년 이전부터 계속 중도층으로부터 이탈한다는 지적들이 있어 왔는데, 2025년 대선에서 중도층은 이미 이재명을 지지하고 있다고 김민석 의원은 말했었다.

그건 타이밍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불과하다.

부동층의 경우 대개 국민의힘을 찍기 곤란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고, 2024년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반사적인 이유로 이재명에게 투표를 하게 된 것이다. (부동층/중도층 중 상당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갔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게 본다.)

민주당은 과하게 운이 좋았고,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의힘보다 혁신의 유인이 매우 적으면서 근본적 폐단이 계속 은폐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무결성(Integrity)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단순히 성폭력 문제나 비리 문제 등을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대단히 많아졌는데 이것을 교묘하게 민주주의라고 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민주주의라는 체제는 남았는데 그 안에 개인을 존중하고 상호 공존하려는 자유주의라는 원리 내지 불문율이 파괴되었다. (내가 '이제는 자유주의를 민주주의와 분리해서 별도로 강조해야 한다.'라고 더 강하게 생각하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재명 치하의 민주당은 자꾸 그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으며 더 개혁적이 된 것 뿐이라고 가스라이팅을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많은 것들이 변질되어 있다.

참여민주주의가 당원중심주의로 변질되고, 성찰적 시민이 아니라 강성 팬덤만 남고, 대화와 토론이 아니라 성과와 개혁을 명분으로 한 다수의 독재만 남았다.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에서는 개발 시절의 바이브를 벗어나야 한다는, 기성세대와 근본적으로 뚜렷하게 다른 목소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86세대와 97세대가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모든 도덕적 권위까지 독점해버렸고, 결과적으로 후세대는 그냥 선배들의 대의에 충실히 따르는 것 같은 인상 밖에는 주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 감에 따라 지킬 것은 지키면서도 변화를 주어야 맞는 것인데, 변화를 선도하는 기수가 되고 기성세대의 주도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민주당의 청년 세대에게는 존재감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젠더나 주거 문제 등 개별 문제들에 관심을 가진 청년 정치인들은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통틀어 매우 많다.

하지만 국가 전체에 관한 비전이나 가치관, 당의 혁신과 정책 방향 전환 등의 필요성에 관해 말하는 민주당 청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86세대와 97세대가 거의 비이성에 가까운 수준의 몰아치기를 하는 동안 그냥 거기에 충실히 따르기만 했고, 지금 흘러가는 모양새로는 그들로부터 그 권력을 그대로 이어받기만을 바라는 것 정도로 보인다.

요즘 기성세대 민주당 지지층들은 묘하게도 거의 비슷하다.

Z세대 중 서로 다르지만 민주당 성향은 아닌(e.g. 중도우파, 진보정당, ...) 사람들의 부모들 중 특히 학생운동의 저변에라도 있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부모 세대 사이에 퍼진 민주당계의 20대 남성 우경화 등의 프레임에 빠져 있다.

20대 여성들과는 정치 성향은 '결과적으로는' 일치하긴 하나 당연한 얘기지만 정서적 결의 차이는 매우 크다.

자식들을 피상적인 프레임 안에서 보며 사회적 의식이 부족하다고 탓한다.

정치권에서 현재의 민주당을 대표하는 얼굴은 내 생각엔 양문석 의원이다.

그자는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그 경선에 당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한 우려에 '맛이 간 기득권, 맛이 간 586, 시대정신이 20년 전으로 멈춰선 작자들이, 민주당 전통 운운하며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는 국회의원 몫이라고 우겨대며 또 내부 총질을 하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양문석은 586의 중심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비주류에 있었던 20년 전의 시각으로 현재의 상황을 재단하는 것도 양문석과 같은 현 주류이고.

하지만 그 '악마화되었지만 실은 집단지성과 자율성을 가진' 그 당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민주정치사회의 담론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단정'이다.

이 경우, 당원들의 표심 비중을 높이는 것이 보다 민주적인 '것이다'가 아니라 '것인가?'가 우선해야 한다.

'것인가?'가 나와야 그에 대한 저마다의 답과 그 이유를 바탕으로 숙의와 토론을 하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논의의 방향 등에 관하여 정치인이 유의미한 리더십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눈을 씻고 찾아 봐도 그런 과정은 없었고, 집권한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의원들이 불만이 많거나 하다는 말들도 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결국 실질적으로 당내 흐름의 다원화라든가 하는 것이 관측되지 않는 이상, 그런 건 무의미하다.

전우용 씨의 당심-민심 일치 논쟁에 관한 대답도 현재 민주당의 전형적 집단주의적 폭력성과 피해 망상의 극단화, 이러한 모든 양상들이 수렴하는 무결성의 근본적 훼손을 보여준다.

'민심이 뭐냐? 국민의힘 지지자가 민심이냐? 당원이 250만명이 된 현상을 잘 봐라. 그 얘기를 한 것이다.'

당심 250만 명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1,500만 명을 포괄할 수 있다고 비약하고, 자기들에 대한 비판은 끝까지 국민의힘 탓을 한다.

정말 불리했던 40-50년대생이 주도하던 민주당은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60-70년대생들은 모든 걸 다 가져 놓고도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민주주의를 하려면 지켜야 하는 금도를 보수 진영과는 반대의 차원에서(그러니까 독재의 반대로서 중우정치, 포퓰리즘으로서. 사실 근데 그 둘은 현실에서 생각보다 긴밀히 연결된다.) 모조리 넘고 있다.

민주당의 내부 역학은 자기들이 그렇게 비난하던 예의 보수정당과 매우 비슷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그 이재명의 '끝까지 버티면 넘어가게 되어 있다', '당심이 민심이고 저들을 타도해야 한다' 등의 수법과 레토릭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사실 요즘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문제는 과거와는 다른 의미로 똑같다.

이견의 제시 자체를 '내부 총질'이라고 하면서 근본적으로 찍어누르는 이 분위기.

그러면서도 여전히 노무현을 말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현재의 폭력적 경향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과 그 핵심 지지 정치인과 당원들, 그리고 여기에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비명 정치인들, '선배'들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과 당원들 모두가 언젠가 민주당 패권이 무너질 때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정작 중진 국회의원들, 언론, 학계, 견고한 친명 흐름에 참여하지 않는 지지자들 등 민주당이 정말 들어야 할 목소리들은 완전히 짓밟혔다.

통상적으로 정당은 시간이 흐르거나 야당으로 돌아가면 종래 자신들의 기조와 정책 및 정무적 결정 등을 재검토하고 수정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그런 걸 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신들이 종래까지 밝혀 온 자신들의 존재 의의와 상대에 대한 당위적 차원의 공격을 할 수 있는 권위 등이 모조리 몰각되었다.

지금의 민주당의 객관적인 위치는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불리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가하게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어쩌고 하는 말들만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성공하느냐이지 성공을 강조하는 말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농단이라는 계엄보다 훨씬 덜 심각한 사건의 반사적 수혜를 받았고 득표도 제18대 대선보다 훨씬 적었으며 취임 시 국내 혼란과 남북관계 위기 등을 맞았다.

하지만 1년 뒤까지 안정적으로 매우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고 지선에서 대승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불과 반 년 만에 지지율이 50%까지 내려왔다.

앞으로 4년 반이나 남았는데도.

윤석열 정권을 비롯해 보수 정권이 망한 진정한 이유는 그 권위주의적, 집단주의적 DNA를 버리지 못해서 였다.

지금 민주당도 자기 지지층에만 호소하고 그 안의 극단적 세계관에 갇힌 포퓰리즘적, 집단주의적 DNA에 갇혀 있다.

이재명이 민주당을 장악한 게 아니라 민주당이 이재명을 선택한 게 맞다손 쳐도, 민주당은 이제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쉽게 변할 수 없게 되었다.

유시민이 박물관에 들어간 코끼리라고 윤석열을 비유했는데, 사실 이 점에 있어서는 방식만 다를 뿐 이재명도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재명이 훨씬 위험하다.

이것을 계속 부인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게 세뇌하고 있는 민주당은 그 전체가 한 명도 남김 없이 모조리 언젠가 크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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