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개인의 무의미와 냉소는 당연하다

by 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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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2016년에나 2025년에나, 나는 박근혜ㆍ윤석열 탄핵에는 동의했지만 집회ㆍ시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내 어머니도 그랬고 많은 이들이 그랬다. 그곳의 정서ㆍ바이브는 옳을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의 대개의 사람들의 정서ㆍ바이브와는 그다지 맞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마음에 안 들었다. 조금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기사의 내용이 대강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정치적 이탈자 -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시위 등에 참여하는 것도 아닌 - 들은 기성세대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침묵하는 다수랄까.

최근의 정치 문화와 지형이 정체성ㆍ진영 논리가 극단화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이 구조적 압력이 심하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대개의 중도층은 생활인이고, 그 생활의 배후에 있는 구조적 문제들에 정치권은 대책은커녕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 이후 고학력 인플레이션ㆍ화이트칼라 취업난ㆍ상시 경쟁과 번아웃 등에 시달리는 오늘날의 청년들은 자기 심리와 안위를 챙기기도 바쁘다. 산업화 때는 희생하라고 해 놓고서는 영광은 정치인ㆍ재벌총수들이 다 가져가고, 외환위기 때는 또 다시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했다. 서민이 정치에 질리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고 지금 청년세대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대가 무슨 대단한 공동체적 시대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라고 되묻게 만드는 시대이다. 기성세대는 참았을지 몰라도 현세대로 올수록 더는 참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솔직히 공동체적 감수성과 집단주의적 압력은 동전의 양면인데, 후자가 사라지면서 전자도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본래 정치의 생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이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여의도에 있다. 민간 행위자들은 주어진 구조적ㆍ문화적ㆍ제도적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치권 그리고 사회경제 지도층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어땠는가? 사회적 고립의 극복과 지속가능한 공존ㆍ생활안정이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라면 시대정신이다. '극우ㆍ내란 청산'이나 '좌파 독재 타도'가 아니라.

노무현의 등장은 호남계ㆍ86세대 운동권 중심의 도덕주의적 지형의 민주당, 그간 현실감각이나 생활인에 대한 공감이 없었던 기성 정치권과 대비되어 많은 중산층에게 크게 호소가 되었다. 집단주의ㆍ권위주의에의 도전이었다.

이번 계엄ㆍ탄핵 규탄 집회의 대의는 그 자체만으로는 범국민적 적극 참여의 의지를 유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나는, 2016년 탄핵 집회와 달리 이번의 경우는 보수진영이 너무 크게 잘못한 것일 뿐 민주진보진영이 그다지 도덕적 우위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문재인 정부 때부터 변화된 환경에 민주당은 변질되었고 진보정당은 무기력해지면서 적응에 실패했다.

개인에 대한 돌봄, 생활자 우선의 제도와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정치 참여의 윤리적 당위성 같은 건 개인의 삶과 실존적 자존감 붕괴 속에 냉소와 무의미 속에 버려질 수밖에 없고, 실은 그래야 마땅하다.


개인은 시민ㆍ국민이기 전에 인간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감이 야금야금 침식되는 시대이다. 사회와 정치가 개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며 개인은 그렇게 되도록 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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