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보수여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니어서' 문제다

by 남재준

보수화하는 민주당, 급진 우파의 배출구 키운다 | 한국일보


- ‘보수-중도-진보’라는 설문의 기본적 틀이 과연 실제 한국정치의 현황을 설명하는데 적정한가?


- 민주당 지지자가 스스로 얼마나 진보라고 생각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들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것의 의미/내용의 경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 진보 응답자의 비율이 줄어든 이유를 중도화나 보수화로 이해해야 할까?


- 중도라는 말의 모호함 : 여론조사나 통계에서 중도란 부동층을 의미한다. 이는 특별한 이념적 지향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도 포함하는 것이지 정치적 중도주의를 지향한다는 의미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대졸 중산층이긴 한데, 그들이 모두 자산가들이거나 상속세를 고액 납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매우 소수일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다수는 증세를 반대하지 않는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에 대한 증세 찬성 비율이 높았다. 그 중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다.


- 통상적으로 아주 거칠게 말하면 공공보건과 건강보장을 확대하는 것이 진보이고, 보건을 민간화하는 방향을 옹호하는 것이 보수이다. 그런데 보통 건강보장의 확대는 필수의료 확충이라던가 난치병에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으로 이루어진다. 탈모에 대한 건강보장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어느 쪽으로 보아야 맞을까? 이 점에서 현재의 민주당을 좌-중도-우의 프레임으로 이해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현실적으로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청년 등 가계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소득보장은 오래갈 수 없고 직업훈련은 최소한 고용이 활성화되어야 유의미하다. 그러니 고용 창출이 활성화되고 미스매칭이 해소되며 과열된 경쟁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 등이 현실적으로 구조나 제도에 가장 바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건 보수나 진보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입장이 청년수당이나 새벽배송 규제와 반드시 상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정책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모든 청년이 새벽배송 노동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청년수당이라는 건 액수나 기간 등의 제약조건이 걸릴 가능성이 매우 클뿐더러 그게 기본적으로 생계를 책임져주는 제도도 아니다. 그런 제도는 고용이 활성화되어 있을 때에도 사회경제적으로 상대적으로는 불리한 입장에게 있게 되는 대개의 청년을 위한 ‘지원’ 정책으로서만 유의미하다. 결국 자기 자신이 안정적인 커리어를 가져야 진정한 의미에서 소득보장이 되면서 동시에 자산형성이나 투자 등 재테크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 진정한 문제는 보수냐 진보냐, 민주냐 독재냐 이런 게 아니다. ‘생활자’의 관점에서 보면, 진보와 보수를 넘어 사회와 국가 자체에 환멸이 드는 상황이다. 최근의 투표 경향은 보다 질적으로 세밀하게 분석될 필요가 있다. 과연 상당수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 후보/정당을 지지해서’ 아니면 최소한 ‘이 후보/정당이 이번에는 더 낫겠다’라고 생각해서 투표를 한 것일까, 아니면 ‘그 후보도 싫지만 다른 후보 보다 덜 싫어해서’ 내지는 ‘특정 후보의 소속 정당을 심판하기 위해’ 투표를 한 것일까?


- 우리나라의 문제는 정치 성향이 아니라 제도권의 정치문화에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중요한 전환점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특이점이 도약점이 될 지 아니면 붕괴의 시발점이 될지는 알 수 없다.


- 필수적인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 관료, 노동, 전문가 등과 위기 수습과 미봉에 강한 문화 등 우리는 기존에 계속 한국 사회와 경제를 지탱해 온 것들의 ‘관성’으로 버티고 있다. 정치권은 구조개혁에 대한 용기가 없는 것을 넘어서 아예 자신들이 원래 복무해야 할 사명조차 제대로 인식을 못 하고 있다.


- 중도나 실용이라고 이재명이나 민주당, 또는 그 지지자들이 자처하는 건 완전히 무의미하다. 중도나 실용은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지, 자기가 그렇게 선언한다고 해서 곧 중도나 실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성과도 마찬가지이다. 권위가 있다는 것과 권위주의 성향이라는 것이 다른 것처럼, 성과가 있다는 것과 성과주의 성향이라는 건 다르다고 본다. 실제로는 아직 성과가 나기 전이거나 성과인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과를 지향한다는 것을 과시하고 자기표현의 태그로 쓰는 경우는 성과주의자일 뿐이다.


- 실제로 현 정권과 민주당은 진보도, 보수도, 중도도 아니다. 그리고 정확히 이 지점이 바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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