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국회의원 등의 고교학점제 비판에의 생각/대안

by 남재준

- 2025년은 고교학점제 시행 1년 차로서, 1학년 교육과정에는 선택과목이라는 것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1학년은 공통국어-공통수학-공통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 등으로 구성된다. 보통 한 학기 학점(이전의 단위. 1학점=1단위=1주 1시간 X 16주(한 학기). 예를 들어 문학 과목을 2학년 1학기에 4단위로 개설하면 주당 4번 50분씩 문학 수업이 있게 된다.)이 대강 29~30학점(단위) 정도 되는데, 이 5과목을 합치면 대강 20단위 정도에 이른다. 나머지 체육, 예술 등은 선택이라는 게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음악, 미술 정도? 그나마도 1-1 음악, 1-2 미술 이런 식으로 개설하는 학교가 많은 걸로 안다). 나머지는 정보/기술가정/한문/제2외국어/교양 등인데 이 영역들은 이미 이전에도 선택이었다. 그러니 선택과목이 중시된다는 차원에서의 고교학점제는 아직 제대로 그 양태와 효과를 알 수 없다. 또 무엇보다 대학입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를 아직 알 수 없다.


- 그런데 소위 ‘통합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는 다소 충돌한다. 왜냐하면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선택에 크게 좌우되므로, 모든 학생이 통합적 사고를 함양하는 교육을 받는 것은 난망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 등장하는 ‘통합’ 과목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전부인데 이는 각각 사회과, 과학과 안에서의 통합이다. 그것도 통합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를 가지고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보기는 애매하다.


- 교육과정을 통합형으로 한다면 예를 들어 선택과목을 늘리더라도 기술+사회, 국어+과학 이런 식으로 통합형 과목을 주로 하거나 1학년 때까지는 중학교와 같이 영역을 나누어 공통과목으로 가르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예를 들어 ‘사회’로 3학년 때까지 유지하되 그 안에서 현행 통합사회처럼 다양한 주제를 교과 간 통합으로 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론적 구성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대체로 고교 교사가 한 교과에만 특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 교과가 다른 교과의 들러리가 되지 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2인의 교사가 공동 운영하는 것을 상설화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는데 이건 부정적으로 보면 학사운영에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상당하며 그 효과도 불확실하다.


- 고교학점제는 2학년~3학년에 학생의 선택의 폭을 종래와 비슷하게 하거나 늘렸는데 이는 교육과정 자체로 하여금 학생에게 통합적 사고력 등을 함양하도록 만들기 어렵다. 내용요소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교과 편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 15 개정 때나 22 개정이나 둘 다 실질적으로 학생 입장에서는 탐구 과목을 학기당 3개 정도 선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목 쪼개기가 너무 많아졌는데, 15 개정 때 선택과목이 사회(역사/도덕윤리 포함)과가 12개, 과학과가 11개였는데 22 개정에서는 사회과가 19개, 과학과가 15개가 되었다. 이러면 교과를 편식하거나 반대로 그냥 여러 교과를 간만 보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설 차원에서 보면 교과 선택의 폭이 좁아지거나 미개설 과목이 많아지거나 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 물론 선택 중심 교육과정은 원래 교과 편식을 예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교교육의 공통교육으로서의 성격이나 통합 중심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입장이면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 또는 22 개정부터의 교육과정의 방향이 정확히 뭔지가 일관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참고로 ‘공통’과 ‘통합’은 다르다. 예를 들어 2009 개정 이전에 존재했던 1학년의 ‘사회’, ‘과학’은 공통사회, 공통과학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중학교 때 지리 영역 + 일반사회 영역으로 나누어 구성되는 사회 그리고 물리 영역 + 화학 영역 + 생명과학 영역 + 지구과학 영역으로 나누어 구성되는 과학의 구성이 그대로 약간 고교 수준으로 올라가는 나선형을 취하고 있었다. 현재의 ‘통합’ 사회와 과학은 각각 도덕윤리+지리+일반사회,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을 뒤섞어 주제나 키워드 등을 본위로 되어 있다. 교육과정에는 중학교에서의 연장선상이라고 되어 있지만 약간 애매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난이도가 아니라 내용적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 현행 대학입시는 고교학점제와 잘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2028 개정 수능이 탐구 영역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일원화했는데, 정작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1학년에만 개설되고 2학년과 3학년에는 선택과목이 더 무수해졌다. 또 2019년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학생부 기록 사항과 방식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고 교과 전형이 종합 전형보다 약우세가 되었는데, 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내신을 9등급제(1등급 4%)에서 5등급제(1등급 10%)로 전환하면서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니 교과 전형도 약간 애매해질 거라고 본다. 대학별 환산점수를 계속 쓴다고 하면 실질적으로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게 경쟁 등이 계속되고 정성평가가 강화되면 현재 이미 전공적합성조차 아니고 모호하고 제한된 기록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강화되는데 공정성 문제가 있거니와 경쟁 해소에 얼마나 유의미할지도 의문이다. 종래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컨설팅 등)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 졸업의 차원에서 보면, 종래의 시수제나 현재의 고교학점제는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졸업 요건이 특별히 까다로워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핵심은 마치 낙제 제도 비슷하게 미이수제가 도입되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수업의 2/3 이상을 출석하고 학업성취율이 40% 이상을 충족해야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본다. 이는 이수의 하한선을 강화한 것일 텐데, 이 제도가 유의미하려면 절대평가와 같이 서열화가 덜한 평가 제도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제 고교교육 자체가 성적경쟁이 완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신 난이도를 적정히 중하위권과 하위권도 감안해 가면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면 하한선 충족 학생들이 많아진다.


- 그런데 고교교육의 최종변수가 대학입시이고 경쟁이 치열한데 내신 중심 전형이 최다 비중을 차지한다면 형식적으로 절대평가가 되더라도 결국 난이도를 안배하긴 어렵다. 현재 구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미이수제는 별도 관리 대상자들을 많이 양산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교사들의 초과근무나 학교의 비용 부담 등을 늘린다.


- 성취기준보장제도가 교사들의 피로 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 미이수제는 폐지하고 출석 본위의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최근(25.12.18.) 국가교육위원회의 이러한 취지의 논의는 타당하다. 대학식 학사 제도도 국민공통교육이라는 고교 교육의 성격을 고려해 구체적인 구성요소의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이수제는 학생들의 자퇴율과 교사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고교학점제 시행 준비 부족은 아쉬운 면이 크기는 하다. 왜냐하면 조정훈 의원의 말대로 인프라의 최소 수준이 보장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수능이나 대학입시 개편이 고교학점제와 어떻게 연동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만약 전공적합성을 보는 입시가 되지 않는 경우 과목 선택이 쏠릴 수 있고 그러면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몰각된다. 또 학벌 체제와 상위권의 고밀도 경쟁 및 상위 병목 현상 등이 전제된 상황에서 만약 성취도만 대학에 제시하겠다고 하면, 수시 위주인 상황에서는 대입의 불확실성과 불합리성이 커질 수 있다.


- 인프라 측면에서, 현재 교사 수는 개별 고교를 놓고 보면 국어-수학-영어가 많고 그 외 각 교과는 상대적으로 많아도 국수영 중 한 교과의 1/2에서 2/3 수준이다(e.g. 국어 12, 역사 4, 기술가정 2). 전체적으로 학생의 선택의 양상 등에 따라 전체적으로 필요한 교원 수급이 결정될 수 있을 텐데, 이는 기간제 교사 채용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선발 교원 수가 적어지는 추세는 당국에서 되돌리지 않을 것 같다.


- 고교 자퇴가 증가 추세인 것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고교학점제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이미 2025년 이전부터 자퇴율은 증가 추세였고, 고교학점제 시행 1년 차에서 자퇴 증가에 대한 책임을 고교학점제에 넘긴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자퇴 증가는 큰 틀에서 변하지 않은 우리 교육의 구조나 문화 그리고 변한 학생들의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교육의 구조나 문화는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되어 있고, 이에 중하위권과 하위권에게는 학습의 동기 부여가 되거나 친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과거에는 ‘그래도 졸업장은 받아야지’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현재에는 좀 더 생각이 개인 본위로 되면서 ‘꼭 이 무의미한 고교 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대학입시가 치열한 상황에서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은 아무래도 상대평가가 될 확률이 높고 상위권을 의식하게 된다. 이건 구조적, 문화적으로 불가피하므로 단기적으로 이런 현실 자체를 바꾸어서 자퇴를 막는 건 쉽지 않을 것 같고, 최소한 종래의 방과후학교, 기초학력 지원 사업 등을 보다 강화하고 자퇴의 미시적 요인(e.g. 지금의 이 미이수제)들을 제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 고교학점제를 바로 폐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미 수년 동안 준비해 온 개편이니까. 그리고 사실 학생의 체감이라는 점에서 보면, 고교학점제가 그 전의 교육과정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보면 고교학점제는 그냥 상대평가가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정되고, 탐구 과목의 쪼개기 현상이 증가하고 그 외 교과들도 선택의 여지가 좀 더 넓어지는 것 외에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다(국수영 중심 체제는 바뀌기 어렵다. 현행의 전체 학점/단위의 50% 상한제 정도 유지가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 개별 과목의 차원에서 볼 때도 특별히 난이도나 양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변했다고 보기는 애매하다. 무엇보다 입시와 사교육이 낳는 고교생의 일상생활의 질 및 정신건강 등의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예상된다.


- 물론 2015 개정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고 지금 시행 중인 대학입시를 그대로 하면 되므로 크게 어려울 건 없다. 만약 조정훈 의원의 비판 취지인 ‘입시의 불확실성’ 문제만 해소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도 방법이다. 조정훈 의원의 대안적 방향이 이렇게 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복안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대체로 국회의원들이 정부에 질의할 때 이런 문제들이 보인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민, 시민단체, 이익집단 등의 민원을 대신 전하는 옴부즈만이면 안 된다. 또 설령 민심의 통합적, 거시적 문제의식을 전한다고 하면 그래도 낫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자유위임을 좀 더 깊이 헤아리면, 국회의원은 민심을 전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주도하고 실질적으로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대표’해야 한다. 또 국회의원이 해야 하는 질문은 결국 구체적인 구조적, 제도적, 문화적 결함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 있을 것인데 그런 부분이 잘 안 보인다.


- 현재의 구체적인 대입 전형과 시험의 구체적인 시행 내용과 형태 등을 유지한다고 할 때, 정시를 확대하면 적어도 컨설팅 시장의 영향력은 줄일 수 있다. 점수만 맞추면 되니 지원 전략을 수시만큼 복잡하게 짤 필요가 없고 그에 필요한 정보력도 덜하다. 일반적인 사교육은 제도를 통해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어떻게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 등을 바꾸더라도 높은 대학진학률과 상위 대학에 대한 치열한 경쟁 등 학력과 학벌의 권위와 영향력이 유지되는 한 사교육을 막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교 교육과정 자체를 쉽게 만들면 중하위권과 하위권 학생들을 위해서는 더 낫긴 할 텐데, 대입이 최종변수이고 수시 위주인 상황에서는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대학을 평준화하는 건 어떤가? 대학 평준화라는 건 달성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 대학 서열이 단지 연구 수준이나 인프라 등에 의하여서 결정된다기보다도 결국 그 연구 수준이나 인프라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람들의 치열한 지원과 선망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대학 서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KY의 지원 경쟁률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 테지만, 그것을 유인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 입시로 돌아가면, 사실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은 원천적으로 불공정하다. 왜냐하면 학교 유형ㆍ인프라ㆍ지역ㆍ학생수ㆍ대강의 성적 수준 분포 등에 차이가 나므로 국가 교육과정이 단일 적용되더라도 실제로 학생이 받는 교육의 환경ㆍ조건에는 차이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수능은 한날한시에 전국 학생들이 똑같이 시험을 보니까 그래도 학생부보다는 덜 불공정하다. 또 분식학생부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 이제는 학생부에 기록하는 사항ㆍ방법이 제한적이라 종합전형의 타당성이 하락한다. 게다가 전공적합성을 보는 것조차 아니면 결국 그냥 두루 우수한 모범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경쟁이 여전히 치열한 상황에서 학생으로 하여금 스펙과 내신을 의식하며 학교생활을 계속 모든 면에서 신경 쓰게 만든다는 건 문제가 있다. 본래 교육개혁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기본적으로는 학생이 구조나 문화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와 압박을 덜 받으면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계발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그런데 수시 본위 입시 구조건 고교학점제건 이러한 기조 내지 목표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못할 가능성이 높다.


- 내 생각으로는 고교학점제를 수정하되 시행하면서, 동시에 수능을 전공적합성을 볼 수 있는 A-Level형 시험으로 개편하여 정시를 최소 40% 이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합리적으로 어려울 수는 있다. 예컨대 수능을 국ㆍ수ㆍ영은 모두 30문항ㆍ절대평가ㆍ대학별/학과별 PF로 하고 탐구ㆍ한문&제2외국어 영역을 합쳐서 확대(e.g. 3개 정도 선택, 과목당 30문제, 25문제는 객관식ㆍ5문제는 설명서술형ㆍ상대평가)해 현 22개정 교육과정에서 다양화된 과목(국수영사과외 등)들을 수능 과목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면 예컨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를 가려면 국어 B 이상ㆍ수학 A 이상ㆍ영어 B 이상ㆍ역학과 에너지/전자기와 양자/행성우주과학 중 택2ㆍ나머지 하나는 과학과 안에서 자유선택하는 식으로 정시 전형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면 학생의 다양한 관심사를 존중하면서 이를 표준화 평가ㆍ전공적합성 중심 입시로 직결시킬 수 있다.


- 사교육이 강화될 게 아니냐 할 건데, 사실 어떤 제도라도 사교육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시를 옹호하는 것도 사교육을 누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정보나 자원이 부족한 입장에서는 그래도 수시보다는 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과 전형도 있기는 한데, 뒤늦은 도전이나 재도전까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학생부는 성적이건 세특이건 한 번 닫히면 다시는 열리지 않는다. ‘업데이트’가 없는 것이다. 사교육을 누르는 유일한 방법은 공교육에서의 학습ㆍ평가 난이도를 매우 쉽게 만드는 건데, 학벌 체제ㆍ경쟁 가열 등이 유지된 상황을 전제하면 결과적으로는 그건 더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수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수시 선발 비중이 훨씬 큰 상황에서. 실은 고교학점제의 진정한 문제는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5등급제로 하는 경우 내신 시험 출제 때 난이도 압박이 덜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너무 상위권 인플레가 생긴다. 결국 인서울 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새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본고사 부활은 안 될거고.. 그러니 정부는 이 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대학입시가 중등교육의 최종변수라는 건 불가피한 현실인데, 고교학점제는 입시 현실과 순연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당장 고교학점제 첫 적용 학년인 2025년 고1이 2년 뒤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내 문제의식은 그 뒤 중장기적 과제가 된다고 본다.


- 내가 제안한 수능 개편안에서 과목 간 비교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학과에서 필수 응시 과목을 지정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서술형은 자기 생각보다는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분석과 설명을 하게 하고 루브릭을 활용한 채점, 교차 채점 등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다, 이미 그보다 문제와 평가 기준이 모호한 대입 논술이 시행 중(대폭 축소되기는 했지만)이므로 시행에 큰 무리 없을 거라 생각한다.

- 교과/과목 간 난이도 차이 관리는 별도로 해야 맞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학교별 선택과목 인프라 차이 보정을 위해 특히 EBSi를 활용한 온라인 코스 활성화가 중요하다 본다. 코로나 팬데믹 때 거기에 의지한 게 컸으므로 개편할 때 유용한 인프라로 사용 가능하다 본다. 기본적으로 같은 교과(e.g. 과학과 내의 물리과) 안의 과목들(e.g. 물리학,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간에는 자체적인 난이도 균형이 가능하고 필요하지만(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물리천문학부 개편 전형 모델의 경우, 역학과 에너지ㆍ전자기와 양자ㆍ행성우주과학은 모두 어느 하나가 만만하게 보고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더 쉽거나 하기 힘든 과목들), 교과 자체가 다르면 서로 고유한 특성이 달라서 난이도 차이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런데 어차피 내 제안상 예컨대 물리천문학부를 가려고 하는데 세계사를 고르는 등의 경우의 수는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닐거라 생각한다.


- 보조 과목이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까 내가 제시한 전형 개편 모델의 예에서 과학과 안의 자유선택을 하나 두었는데, 물리천문학과 지원 학생이 예컨대 세포와 물질대사 과목을 선택했다고 하자. 내 제안상 그 과목은 만만할 수 없는 것이, 그것도 생물학과 등에서 필수로 지정하므로 자연히 생물학과 등의 전공 지원 희망 학생들과 경쟁하게 되고 난이도도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제안을 따른다면 난이도가 낮은 과목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큰 의미가 없게 된다.


- 지금도 그렇지만 보통 상위권 경쟁이 치열하면 시험 문제를 쉽게 내긴 어렵다. 상대평가를 한다고 하면 출제자 입장에서는 풀이 어느 정도건 그 상위권 변별이 핵심 과제가 되니까. 내 제안을 따라가면 어떤 과목도 응시자가 소수이긴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종래 정시에선 경제학과를 가고자 해도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할 필요가 없어서 상경계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비인기 과목 다시 말해 표본이 작은 과목이 되었다. 그러나 각 대학 상경계가 경제 응시를 필수로 두면 얘기가 많이 달라지겠지. 덜 인기 있는 역사학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벌 체제 같은 게 남아있으니까 입시를 어떻게 바꿔도 비인기 학과라도 상위대학이면 여전히 경쟁이 치열할 공산이 있다. 경쟁의 합리화가 나의 주 목적이다.


- 이러한 나의 안에 따른 경쟁의 실제가 어떨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확히 말해 예컨대 역사학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역사 시험을 잘 봐서 들어올 수 있겠지. 근데 거기까진 걸러내기 어렵고, 사실 역사학과 입시는 역사에 역량이 있는 학생이 뽑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원칙만 지키면 개인별 실제 동기는 스스로 판단ㆍ결정ㆍ감당할 영역에 속할 뿐이라고 본다(모든 종합대학 대개의 전공이 그렇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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