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에서 낸 미국의 베네수엘라 레짐 체인지에 대한 성명은 감정적이고 부적절한 논평이라고 생각한다. '니콜라스 마두로의 정권이 정당하게 집권하고 행동했는지'와 '마두로 정권을 외세에 의한 군사적 개입으로 강제로 레짐 체인지해도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국제법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강제적인 레짐 체인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도덕적 이유라기 보다는, 최악과 차악 중에 최악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전례들을 보면, 필요최소한도의 개입(그래도 걸프전이나 코소보 사태같은 경우들은 비교적이긴 하지만 여기에 속한다고 본다)이 아닌 레짐 체인지를 목적으로 한 대대적인 개입은 사후 수습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다.
실제로는 거의 성공한 전례가 없고, 미국과 유럽의 입장에선 엄청난 비용 청구서만 날아왔다. 이런 식으로 세계 정세를 불안정화하면 결국 자신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이민이나 난민이 더 자극될 가능성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독재 체제를 유지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 결탁하는 국가들을 제압할 필요가 있는 것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개입국이 되면 실제로 그 국가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다지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개입국이 책임지지 않는 경우, 그 대상 국가와 지역에 카오스를 만들면서 국제사회의 정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내부적으로 압력과 불만 등 불안정성이 큰 하나의 나라를, 미국이 책임지고 성공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할 수 있을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미국 자체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도널드 트럼프 스스로가 탈레반 정권에게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넘기고 미군 철수를 지시했으면서도 이런 일을 벌였다. 마두로에 대한 지지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반대가 압도적이라면 몰라도, 또한 그렇다 하더라도 마두로 체제를 강제로 끌어내린 후 베네수엘라 국내 상황이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으면 모르겠다. 이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개인적으로는 비관적으로 본다.
하지만 마두로 체제의 정통성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최소한 2018년부터는 야당과 반정부 운동 및 언론 등에 대한 전면 탄압, 법원 등 헌법기관들의 전면적인 장악, 선거 절차의 왜곡 등이 분명히 관찰되었다. 버니 샌더스와 제레미 코빈은 톤이 너무 낮아 논란이 되긴 했지만 독재와 인권침해 등의 문제에 대해 인정했다. 베네수엘라는 수년 전부터 이미 민주정치체제의 사실상 붕괴, 법치주의와 입헌주의의 파괴 등의 국면으로 들어갔다. 아옌데 정권을 마두로 정권과 동일선에 놓고 평가하는 건 아옌데 정권에 실례가 된다. 남미 좌파에 대한 옹호와 서구의 신보수주의에 대한 비판의 감정이 과하다 보니 중요한 점을 잊은 것 같다. 정의당은 논평에서 마두로를 베네수엘라 국민이 '선택'했다고 표현했는데 이건 아무리 긍정하려고 해도 적어도 의문부호가 달리는 단정이다.
코빈의 의견을 보면, 요는 베네수엘라 내부와 중남미 지역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이다. 이는 평화주의와 반제국주의 등의 견지에서 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과도한 이상주의이고 서구나 동아시아의 좌파 진영은 좌파 독재에 대해 위험한 수위로 묵인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우파 진영이 극우 독재에 대해 위험한 수위로 묵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침공이 트럼프의 '국내 정국 흔들기용'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 내 민심도 어수선하고 여당인 공화당 내 분위기도 점점 미묘해지고 있다. 그럴만도 하다. 트럼프 임기에 한도가 있으니. 성과 자랑용ㆍ내부 충격용ㆍ시선 돌리기용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