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정치적 여론 해석

by 남재준

[속보]한동훈 당게 사건 ‘제재 필요’ 43.1% ‘감사 신뢰 못해’ 24.4%-KSOI



민주당은 오래 전에 보수정당에 대한 규범적 우위, 당내 민주주의를 통한 자정 작용과 역학 균형 등이 모조리 붕괴되었다. 이제는 눈치를 보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그냥 뭉개고 넘어가려는 후안무치한 태도가 습관이 되었다. 상식이 있는 민주당 지지층이면 민주당을 계속 지지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그간 도덕윤리적 우위를 가진 것처럼 국민의힘을 찍어누르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사실 민주당의 권위는 반사적인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국민의힘이 여당이고 윤석열이 대통령으로서 계속 탈선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만 민주당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 여당이다.


조국 사태는 민주당 내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문직 중산층이 얼마나 자신이 서 있는 기반에 둔감한지를 보여줬다. 미투 사태는 성폭력 사건과 그 배후에 있는 젠더 문화의 문제에 있어 원래 보수적이었던 국민의힘보다 어중간하게 가부장성('우리가 더 여성권이나 수평적 젠더 간 관계, 직장에서의 상향식 문화 등에서 앞서 있다'라고 했던 점이 적나라한 위선으로 폭로되었다는 점 때문에.)을 지닌 민주당이 더 돋보이게 했다. 2021년에 아주 근소하게 당대표에 당선된 송영길과 그 주변인들이 연루된 돈봉투 사건, 그리고 최근에 다시 또 불거지고 있는 강선우 정치자금이나 김병기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등이 계속 민주당의 '위선정당'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인테그리티를 회복하려는 가시적인 뼈를 깎는 혁신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과 그 지지층은 ‘그래도 국민의힘은 안 된다’, ‘국민의힘은 더 심하다’라고만 일관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 때의 문제들은 민주당이 야당이 되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워낙 심각해서 그냥 덮여버렸다.


성폭력이나 정치비리 등이 유독 민주당에게 더 큰 타격이 되는 이유는, 2017년 이후 민주당의 지위가 대개 제1당, 여론에서 우위인 소수여당, 압도적 다수 여당 아니면 야당이었던데다, 도덕윤리적 우위를 가진 것처럼 국민의힘을 몰아붙여왔기 때문이다. 보통 상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비판을 하려면 본인도 그 기준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적 내지 사후적 노력 같은 것들이 가시적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신들에게서 비롯된 잘못을 계속 그냥 무시하거나 상대에게 물타기를 하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입장에서 그런 민주당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압도적으로 지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민주당 당내 민주주의의 소멸이 정말 문제되는 이유는 이런 문제의식을 더 심각하게 제기하는 목소리가 별로 안 보이고,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당의 체질이나 정책, 인사 등에 관하여 복합적인 혁신의 실천으로 옮겨질 구조나 문화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궁극적으로 이런 극단적이고 자신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없는 조직은 사실상 국민의 목소리나 의사에 대해 귀를 막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청래 등이 이런 유의 문제들을 심각하게 본다고 의사를 표함에도 국민들의 반응이 무관심하고 냉랭한 이유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여론도 역시 냉랭하다. 만약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신임이 강했다면 어쩌면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여론도 지명 반대가 45.3, 지명 찬성이 17.9 정도로까지 격차가 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혜훈 후보자의 갑질이 결정적인 요인이겠지만. 모르겠다는 응답 27.3 중에는 이 인사 자체에 큰 주목이나 관심이 없었다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중도-통합 이미지 메이킹은 효과가 그다지 없다. 없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니까.


공천헌금 논란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0%에 육박한다는 건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보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안주하고 있는 현 상황이 사상누각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때가 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이 보인다. 민주당이 지난 지선에서 너무 참패해서 이번에 당선자 수가 좀 증가한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현재의 정치 수준을 유지한다고 할 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과 비등한 경우 실질적으로는 패배가 된다. 지선에 민주당의 공천헌금 논란이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여론이 높은데, 다른 한편으로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후자와 ‘내가 어떻게 투표를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 전망이 여당이 이길 거라고 생각해도 한 사람 두 사람 반사적으로 야당에 표를 주는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감사 건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국민 전체 여론이 약 20% 차이, 국민의힘 당내 여론이 약 13% 차이로 한동훈보다 당무감사위원회 측에 더 기울어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국민의힘 당내 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싶다. 이 결과를 한동훈의 당내 또는 국민 전체에 대한 영향력 크기의 지표로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앞날이 더 걱정이다. 한동훈에 대해 그다지 호감이 없긴 하지만, 온건보수 성향 주자 중에는 한동훈 말고는 유효한 대권주자급 리더십이 없다. 대권주자급 리더십이 확실하게 있어야, 즉 인적 대안이 명확히 서야 당의 혁신도 제대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현 지도부가 주도해 온 흐름에 대한 불만만으로는 유효한 혁신 운동으로 이어지기 어렵지 않나. 한동훈이 뜨고 지고는 중요하지 않지만, 온건보수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대권주자급 리더십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 또는 상승세 여부는 몇 개월을 더 두고 봐야 한다. 지지율이 얼마나 견고한지는 예를 들어 정권에 부정적인 사안이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로 버틸 수 있느냐와 같은 것들에 의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야당인 국민의힘이 계속 삽질하고 있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 내가 보기에는, 이재명 정부나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대개 핵심 지지층을 제외하면 ‘뜨뜻 미지근’에 가깝다. 무엇보다 당장 떠오르는 대안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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