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
공동체란 공통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이에 기초한 유대감을 지닌 사회집단이며, 이를 구성하는 중요 개념은 개인 간의 관계, 개인과 집단 간 관계 등의 총체에 있다.
한편 한 사람의 인격이나 특성 등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기질이나 능력과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 공동체의 영향 등이 복합되어 형성된다.
이러한 이유로, A라는 요소와 B라는 요소가 합쳐지면 단순히 양자가 합쳐진 A+B가 아닌 C라는 새로운 요소가 생기듯 인격은 다양하게 형성되어 ‘개성’을 형성하게 된다.
사람이 공동체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가 불가능하고, 인격이 공동체로부터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공동체에 대한 의무가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것 내지는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태초부터 생물학적 사회성의 진화를 바탕으로 생존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했으며 이것이 고도화된 것이 현대사회라고 볼 때, 결국에는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고려와 일정 정도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2. 자유와 사회
자유라는 개념은 부자유한 요인이 상정될 때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통상 부자유의 요인은 물질적, 자연적 제약 조건 등을 제외하면 결국에는 사회로부터 온다.
그리고 각 개인은 그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므로, 결국 모든 사람은 그 자신이 자유를 영위하는 주체이면서 타인에게 부자유를 과하는 요인이 되는 주체이기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각 개인의 자유는 결국 서로의 자유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지점에서 제한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자유가 전제한 평등이 붕괴하고 자유 자체가 논리적 모순을 맞게 된다(즉 한 사람은 자유로운데 다른 사람은 부자유한).
이런 이유로 자유주의라는 사상도 결국에는 논리필연적으로 자유가 무제한일 수는 없다는 점을 내포할 수밖에 없으며 각 개인은 관용 등 일정 정도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지게 된다.
또한 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공동체라는 개념을 완전히 배격할 필요는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규범적 또는 당위적으로 자유를 강조한다는 이 사상의 요점이 반드시 인식의 방법 또는 틀이라는 차원에서 사회나 공동체 등의 독자적 실체를 부정하는 것을 전제할 필요는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계약설에서 국가‘에게’ 양도한다던가 국가‘로부터의’ 자유라고 언급한다던가 하는 점은 국가를 적어도 어떤 인격적 실체로 본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일 사회가 개인의 집합에 불과한 것이고 어떤 대표기관이나 대표자 등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독자적 실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종전에 언급했던 부분을 설명하기 어렵다.
또 사회계약론자들 중 일부는 애초에 자연상태에서 국가상태로 넘어가는 것 자체를 자유의 보장을 위한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는 자유를 위한 사회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무정부주의와는 다르다.
다만 고전적 자유주의자들과 달리 사회자유주의자들은 근대사회로 넘어가면서 계층화ㆍ산업화된 현실에서의 국가의 역할이 야경국가로만 머무르는 것이 불가하다고 보았다는 점이 큰 차이일 것이다.
결국 자유주의와 사회실재론이 양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자유주의는 되려 사회의 실재를 인정하나 그에 대한 개인의 의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쉽게 침해하려는 경향을 제약하려는 사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적 견해들은 사회의 존재를 부정하며 19세기 말에 등장한 사회자유주의를 자유주의로 인정하지 않은 마거릿 대처 여사나 현대사회의 이기성이나 사회 해체 등의 경향을 자유주의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공동체주의 학파 등에 대한 일정한 반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첨언
보수주의자들 중에는 'Ordered Liberty'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으나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비판점이 있다.
Liberty와 Freedom은 개념적 차이가 있는데, Liberty는 사회적 차원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Liberty라는 개념 자체에 이미 무정부적이고 무제한적인 자유는 불허된다는 점이 내재하고 있다.
그런데 Ordered가 붙게 되면 자유는 그 자체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실체적으로 공동체나 사회질서라는 명목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어떤 정체에서건 다수나 권위의 힘이 공동체나 사회질서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묘해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유주의는 보수주의가 Liberty를 옹호하더라도 여전히 보수주의자들을 비판하고 경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