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정국이 보여주지 않는 것

by 남재준

이재명, 무당층선 김문수에만 승리…유승민에 10%p차 패배


국민의힘의 바보 같은 '김문수'라는 선택이 아니었다면, 이재명은 대선에서 이기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오세훈, 유승민, 한동훈 중에서 대선 후보가 나왔다면 이재명은 근소하게 질 가능성도 상당했다. 불과 대선 직전에 나온 무당층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의 국면 자체의 본질을 알 수 있다. 중도 성향 후보가 없는데 국민의힘이 수습을 할 생각이 아예 없다는 것이 너무 명확하다 보니 볼모처럼 민주당에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큰 틀에서 최종적 결과를 내는 민심은 변하지 않았는데 정치권에 이를 담을 그릇이 없으니 상대적 차악을 고르게 된 셈이다.


실체적으로 보면, 이재명 정부 치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의 폐단을 고치기는커녕 더 악화했다. 특히 그 '동지애' 문화가 고쳐지기는커녕 아예 더 흑화한 버전으로 고착화되었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윤석열 핑계를 대며 피드백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패배는 과소 평가하고 승리는 과대 평가하면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하는데 문제가 안 되니 오만함이 날로 커졌다. 이런 경우, 최후의 수단은 민주당 자체를 추락시키는 것이며 이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단지 시점의 문제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를 옹호하는 이들이 대는 근거는 막연하거나 논점 일탈이 많다. 자기들만의 세계관에 사로잡혀 배타적 태도가 더 강해졌다. 예컨대 신뢰를 주어야 하는 책임은 본인들에게 있음에도 비명계, 국민의힘, 정의당 등 자기들이 아닌 주체들의 탓으로 모조리 미루어버리고 심지어는 비명계가 검찰과 내통했다느니 하는 음모론도 아무렇지 않게 선동한다. 지지자들은 작은 진보정당을 상대로 대선에 나올 자격조차 없다는 듯이(너희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이겼다) 치사하고 졸렬하게 대했다. 보수 세력 전체를 모욕해 놓고서는 또 그중에 일부는 되는 것처럼 구는 자기중심적 오만함도 습관이 되어 있다.


또 단적으로 성과처럼 '보이는' 것이 나오면 치켜세우지 못해서 안달이다. 하지만 관세 협상은 일단 기본적인 관세 장벽의 부활과 대미 투자로 인한 국내 제조업 공동화 위기 등으로 이어졌으니, 타결은 단지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후속 대책의 서막일 뿐이었다. 정책에 대한 객관적 논조를 유지하지 않고 이재명을 옹호하려는 감정이 앞서니 그냥 성과로 덮어버린다.


걸핏하면 '실용' 타령을 하지만, 도대체 이재명 정부의 무엇이 실용적이라는 것인지도 오리무중이다. 솔직히 이재명 정부가 뭘 하려고 하는지 자체부터 잘 모르겠다. 취임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뭔가 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정작 국정 전체의 줄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아니면 예전에 보수 진영에 있던 인사들을 쓴 것이 '실용'일까? 이혜훈의 경우 결과적으로 그 자신의 인테그리티 문제가 심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본인의 일관성에 대한 해명과 이재명 정부와의 구체적인 조화의 문제가 제대로 해명되었는지 의문이다. 더하여, 이 인사가 실제로 유효했는지를 보려면 시간이 지나 이혜훈이 기획예산처장관직을 수행한 과정과 결과를 봐야 한다.


단순히 보수 진영 인사를 기용했다는 건 칭찬할만하지 않다. 오히려 이미 오리무중인 국정 방향의 혼선만 가중하고 있다. 국민통합에도 도움이 될 리가 만무하다. 왜냐하면 이재명은 이미 이제까지의 행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여론을 극단적인 호와 극단적인 불호 그리고 얇은 중립으로 나누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승민이 이재명을 두고 '신뢰할 수 없다'라고 한 점을 잘 생각해보라. 언젠가 이낙연이나 유승민의 혜안이 재평가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유승민이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의 입각을 모두 거절한 이유는 뚜렷하다. 정부의 국정 방향이 본인과 맞지 않고 그것을 노력한다고 통합할 수 있지 않을 거라는 것이 1차적이고, 특히 이재명 정부의 경우는 대통령 자체의 인테그리티가 없다.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포함해 민주당의 혁신은 정치적 반사 이익 + 이재명에 대한 절대적 옹위 의지에 가로 막혔다. 애초에 당권을 쥔 이재명과 거리를 둘 생각도 없는 사람을 혁신위원장에 앉힌 것부터가 혁신은 구색일 뿐이라는 것의 방증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때에는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가 자율과 분권을 중시하는 모습을 이전부터 계속 일관되게 보여왔다. 하지만 이 정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의문 부호가 한두 개가 아닌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나 지지층은 대통령 홍보용 거수기로 전락해 있다.


이 문제는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도 지적되어 왔던 것이다. 극언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데 또는 참여정부의 추락에 지지자들의 거리 두기와 비판적 자세가 영향을 미쳤다손 치더라도 그건 잘못된 방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그런 자세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주자의 부상을 위한 파종이 된 면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경우, 그런 모습이 없다.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뚜렷한 비전이나 정책 이니셔티브도 없다. 그냥 계속 보수정당을 우려먹고 또 우려먹을 뿐이다. 여당으로서의 책임감도 전혀 없고 문제가 생기면 또 국민의힘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물타기를 한다.


문재인 정부 때에도 이런 폐단을 엄격히 단속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그것이 노골화되고 문화로 정착해버렸다. 대통령부터 정치인이나 지식인 그리고 당원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누구도 이 이상한 침묵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집단적 상호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자기들 밖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을 모두 개중 자기들이 적대하는 특정 집단(즉 친윤)으로 모두 흡수해서 설명해버린다. 문재인 체제는 정치적 패러다임 교체에 실패했는데, 이재명 체제는 아예 그 스스로가 극복되어야 할 폐단 그 자체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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