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로스쿨 정원이 줄어들면 준비생들의 입학 문턱이 높아지고, 1년 치 등록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약대를 비롯한 다수 전문직 교육과정이 이미 일반 학부보다 긴 6년의 학업기간을 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로스쿨에 입학한 이후에도 상당한 변호사시험 탈락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현행 구조보다는 의료계처럼 입학은 까다롭되 일단 입학하면 전문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은 체계가 오히려 예측 가능성, 기대 투자비용 대비 수익의 관점, 형평성 측면에서 취약계층에게도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4년제로 인한 부담은 제한적인 반면 그로 인해 얻어지는 편익은 실질적이라 할 수 있다.]
로스쿨의 학제만 놓고 의대나 약대에 견주는 것은 부적절하다. 의약계의 교육제도나 그 개편에서 배워야 할 것은 법전원 제도의 폐지이다. 의전원 제도의 폐지 과정을 놓고 보면, 법전원 제도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그 과도기로서 학부 법학 부활, 변호사예비시험제도 도입 등을 시행해야 한다.
변호사시험까지의 총 시간과 등록금 등 비용 측면에서 보면,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7년+a라고 보는 게 맞다. 왜냐하면 통상 비법학 학부 4년제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을 하게 되니까.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4년은 그냥 버리는 시간 비슷하다는 것이다. 허들을 높일 뿐(특히 4년치 등록금과 시간) 의대의 예과에서 기초의학을 다루거나 의학의 본격적 공부에 필요한 도구적 소양을 기르는 것과 달리, 아예 로스쿨이 설치된 주요 대학에서 학부법학을 의무적으로 폐지(법전원법 제8조)해 버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기초법학조차도 전혀 접하지 않는다. 법학 교수들이 개설하는 교양 정도라면 모를까.
아예 아무 상관도 없고 사고방식조차 근본적으로 다른 전공 학사 과정을 최소 4년 간 한 뒤에 뜬금없이 법학을 시작해 3년 간 실무 수준에까지 도달해야 한다. 할 수는 있다. 로스쿨 입시의 핵심인 리트는 하드웨어가 고도로 발달한 인재들을 선발하니까. 근데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무엇보다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제도의 본 취지에 맞게 운영이 되고 있느냐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문제를 못 느끼겠지만, 언제나 제도개혁의 '문제의식'은 밖에서 볼 때 더 객관적이다.
애초에 구태여 내가 나온 공공인재학부나 한양대 정책학부,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또 연계전공 같은 것들이 왜 자꾸 우후죽순 생기는지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이 학부들을 나온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로스쿨 입시에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결국 리트가 중요하다). 법학사가 아닐 뿐 법학과의 부활이나 매한가지이다. 법학 유사 학부의 내부 경쟁에다 로스쿨을 생각하는 타 학부생까지 들어와서 치열하다. 그런데 또 전공 교육과정은 법학이 제일 많은데 학사 학위는 비법학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가 그다지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은 분야의 학위를 받는다.
(*물론 과연 비법학 소양이 필요한가는 법학자/법조인마다 의견이 다르다. 비법학 소양이 필요할 수는 있다. 문제는 '소양' 정도로 치기에는, 비법학 4년의 허들은 대입부터 생각하면 사실상 거대한 허들/장벽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해, 여기서 고민해봐야 하는 건 '변호사자격을 위한 훈련의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구태여 '비법학사를 요구'해야 하는가 이다. 사법시험 세대의 모 변호사에 의하면, 로스쿨 이전 시절이라고 딱히 법학과만 변호사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을 제외하고, 의대는 기본적 예과 2년 + 본과 4년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건 이게 학부에 있다는 점이다. 또 내가 짐작하기로, 의대는 국시보다 오히려 수련 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약대는 이미 의약전문대학원체제 실패 후 2022년부터 통합 6년제가 재도입되면서 학부 약학이 부활했다. 4년제 대학에서 2년 간 비약학 전공 후 약대로 편입하는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놓고 보면, 로스쿨 제도는 정원수가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법조계의 사회적 기득권 혁파, 변호사시험 자격화, 전문변호사 양성(변호사시험 개편에서 전문법을 아예 빼자는 제안이 나온 판국이다.) 등 어느 목적에서도 실패했는데도 계속 유지된다. 안이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법학계는 무력해보이고 법조계는 로스쿨 출신자들로 채워지면서 자기들은 이미 관문을 넘어서 문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비법학 학사 학위까지 필요하다는 점은 그 자체부터 타당하지 않다. 법학은 독자성이 있는 분야이고, 사실상 비법학 전공 지식이 직접적으로 법조 실무에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고, 적용된다손 치더라도 4년제 학사를 요구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비법학 실무 지식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다른 여러 직종이나 업계에 있던 사람들에게 있다. 그러니까 그들이 로스쿨에 들어오기 쉽거나 변호사가 되기 쉽다면 그래도 제도의 취지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 직장인에게 과연 변호사에의 도전이 자격증처럼 한 번 해볼 만한 것인가?
계층적 차원에서 보면, 앞서 언급했듯 비법학 4년 종합대학 학위를 받고, 로스쿨 3년을 재학하고 그 다음에도 반드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변호사들의 아우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변호사시험은 결국 연성 사법시험 비스무리하게 되어가는 건 아닌가 싶다.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로스쿨 제도는 실패한 제도이다. 특히나 중상층 이상의 심리적 여유가 있고 공익적 가치나 서민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할 확률이 거의 없는 법조인들만 양산되도록 아예 대놓고 유도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만약 거기다 수를 줄이고 4년제로 만든다면? 아예 특권층을 위해서만 판을 깔아주겠다고 고사를 지내는 꼴이다. 변호사가 순수한 자격시험이 되는 경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어차피 알아서 시장에서 수급이 조정되도록 할 여지가 있다. 말하자면 시장 원리에 따라 변호사의 수요가 줄면 대우도 사실상 그보다 한 단계 아래 있는 전문직과 비스무리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직업적 이익 보호를 위해 사법시험 때보다도 진입장벽을 높게 해 놓았다는 것이다.
현행 체제에서는 절대로 노무현과 같은 인권변호사가 나올 수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권변호사들은 나오겠지만 자신이 변호하거나 대표하거나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실은 노무현과 민주당에 오늘날 이 상황의 원죄가 크다.
공유한 글 자체가 취약계층이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약대나 일본의 법대에서는 이미 전문대학원제도의 실패를 인정하고, 변호사예비시험제도나 통합 6년제 부활 등 대안을 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법조인들이나 법학자들이 말로만 한탄하고 실질적으로 이를 고치려는 유의미한 움직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법조인은 경제적 대우가 낮아져도 사회적, 공적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엄격하게 선발하는 건 좋지만, 그 엄격함에는 기본적으로 법률가는 법학만 본다는 합리성과 계층과 젠더 등을 가로지를 수 있는 형평적 대표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구나 앞으로 기계적 업무가 줄어든다면 더욱 그러하다.
법전원제도가 이전의 사법시험제도에 대해 비교우위를 갖는다는 근거도 그다지 없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입학 자체가 이미 불합리하게 극도로 어렵다. 핵심은 법학을 잘 하는 사람이어도 로스쿨에 입학하지 못할 확률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것을 가리는 허들이 법학'적성'시험(LEET)이니 말 다 한 것이다.
여담으로 PSAT에 대해서도 같은 논란이 있다고 본다. 창의적 직무 수행 역량 등은 실무 경험에서 길러지는 것이지, 임용시험이나 자격시험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 제도가 아니어도 사법연수제도는 개편해서 쓸 수 있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우리가 법체계를 계수한 독일을 비롯해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법학교육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내가 보기엔 궁극적으로 학부 법학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를 부활시키는 것이 맞다. 4년제 법학과를 졸업하거나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자라도 어쨌든 법학 시험인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 자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로스쿨 때문에 더 약화된 일반대학원 법학과의 후진 양성도 학부 법학과 부활을 통해 다시 노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수 문화, 고시낭인 이런 문제들은 이 체제를 유지하는 안에서 해결을 하던가 해야 한다. 법조계 내부의 문화적 권위주의를 법조인 선발 제도를 고쳐서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거기다 이제는 상향 평준화와 동시에 문화가 점점 자유화되고 있으면서 장기적으로는 변호사 수요가 감소할 것이어서, 고시낭인 문제가 이전과 같은 양상을 띨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건 국가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
여담으로, AI 시대에는 더 가치/규범 판단이 중요해졌다. 변호사 수가 본질이 아니라, 사법이나 정치 같은 것들을 AI가 한다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해야 하느냐의 의문이 더 중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윤리학적으로, 인공지능을 인간과 완전히 동일한 도덕윤리적 고려의 대상으로 보느냐의 문제부터 시작된다.
전미경제학회에서 나왔다는 전 노동통계국장의 말은, 변호사를 그냥 생업 내지 전체 사회경제 맥락에서 기능의 하나 정도로 볼 때나 유의미한 말이다. 정작 사법 내지 정치사회적 담론장/공동체 안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본질적 문제는 그런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