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특히 기독교(가톨릭+개신교) 신앙은 정치와 연계되면 안 된다고 본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독교 신앙의 심리 메커니즘이. 기독교 신앙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신앙의 심리 메커니즘은 비자유민주주의적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을 말하는 기독교의 내용의 '사도'들이 현실적으로 정치사회적 영향을 미치면 반자유민주주의적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우리 정계에서 황교안이나 장동혁 등 개신교 신자들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믿음이 강하다. 문제는 그 믿음에 대한 성찰적, 비판적 검토나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 및 이견을 들을 생각이 거의 없거나 들어도 믿음에 대한 '의리'만을 끝까지 고수하려 든다는 점이다. 이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정반대 성향인 진보(민주당이 아니라 정의당) 성향임에도 모태 신앙으로서 기독교를 독실하게 믿는 친구의 경우에도 그렇다. 특히 가부장제, 집단주의 등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 이런 맹목적 믿음이 결합되는 순간 위험이 최고도화된다.
기독교에서 신앙이란 아무래도 '믿고 난 후에 이해하는 것'이지 '이해하고 믿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가톨릭이건 개신교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특히 개신교의 경우 본래 그 본질적 특성에 실천성이 강하게 개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자기가 믿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차원에서 의심해봐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요소가 전혀 없다.
관용론자의 대명사인 볼테르가 장 칼라스 사건에서의 가톨릭 지배 민심과 사법부의 비인간적이고 광신적인 모습을 보고는 '분별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독교라는 종파를 혐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기독교가 내용을 행하지 않고 그것을 참칭해 그에 반대되는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볼테르는 '기독교(교단)에 반하지만, 기독교의 정신에 부합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도 평가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신교 우파는 표현의 자유나 관용이라는 자유주의적 원리나 가치를 끌어다 자신들의 소수자에 대한 혐오 등을 정당화하고 혐오 표현 피해 구제 법제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쓴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와 그럼에도 그로부터의 피해를 구제하지 않을 것이냐는 별개의 층위에 있다. 전자의 문제가 본질인데, 거기에 있어서는 중도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정확히는 예컨대 동성혼인가 시민결합인가 하는 인권보장 방법 차원에서의 중도는 있을 수 있어도, 수용이냐 거부냐 하는 문제에선 덜 수용이냐 더 거부냐 등은 있지만 중도란 없다. 기독교가 동성애를 거부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렇다고 국가에서 사실상 반사적으로라도 이들을 의식하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동성혼 법제화를 하지 못하면 편향이고 심지어 라이시즘 위배일 수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이들의 자유를 부인하는 자들은 그 자신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 자유주의는 자기의 자유만을 주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사상이다. 이는 사고의 다원성에 대한 인정을 바탕으로 하는데, 기독교는 현대에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근원을 따지면 정교(正敎)와 이교(異敎)를 나누고 자신들만이 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견을 허용한다는 것도 이 선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라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는 여기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그러니 기독교가 자유주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일 테고, 자유주의도 기독교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자유주의는 세속주의를 내포할 수도 있지만 라이시즘(laïcisme 또는 라이시테(laïcité). 정교분리를 강조하는 프랑스의 사회와 헌법 원리.)일 수도 있다.
자유주의자도 당연히 신앙인이 될 수 있지만 기독교를 포함해 모든 종교 신도들이 서로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보존하길 바란다. 자유주의는 호오나 신앙 같은 것을 가지지 말라는 사상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메타 이데올로기이면서 동시에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전도'라는,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종교에 대한 불쾌한 침해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한다. 이런 식의 심리 메커니즘이 정치에 들어오는 경우, 자유민주주의는 어느 방향으로건 위험해질 수 있다.
자유주의는 메타 이데올로기로서 모든 신앙과 사상을 존중하나, 동시에 개신교 우파, 전체주의, 공산주의 등 이 원칙을 깰 수 있는 신앙과 사상들과는 맞서지 않을 수 없다. 자유주의의 관용은 방종이 아니다. 칼을 들고 위협하는 자에 대한 정당방위와 마찬가지로, 자기를 파괴할 수도 있는 것까지 용인하는 무제한적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는 오직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만 유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