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언어학이 만나는 곳

by 남재준

한국문학이 '국제적 감수성'이 없어서 그간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말한 사람이 빈정상할까, 또 분위기가 이상해질까 걱정되어 뭐라 말하지 못했다.

문학은 보편적 정서나 감수성 못지 않게 지금 이 공동체에 비슷한 경험 즉 문화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이나 새로운 감성 등을 표현하는 면도 있다.

나는 순전히 독자로서 또 시민으로서, 우리 삶에 대한 정서ㆍ감수성 없는 문학이나 정책은 정중히 사양한다.

문학적 역량을 보고 노벨상을 시상하는 것이지, 노벨상 수상을 위해 문학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국제적 감수성, 환경적 감수성, 미세한 일상의 감수성, 새로운 창작 실험에 이르기까지 주제ㆍ형식의 조류의 다양화가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특성이라고 들었다.

한국문학도 결국 인류사회의 문화적 산물이므로, 개중에는 세계와 한국을 관통하는 주제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사실 내용ㆍ주제ㆍ형식보다도, 각국이나 각 문화의 정서ㆍ문화ㆍ행간을 담은 '언어'의 장벽에 있을 것이다.

분명 이해하면 통하는 정서인데, 마치 같은 물인데 서로 다른 모양의 그릇에 담기면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것처럼 문화적 맥락ㆍ정서ㆍ요소를 잘 번역해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아마도 비교문학이나 문학언어학ㆍ번역학 등이 중요 연구분야가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리 척박한 토양에서도, 아니 어쩌면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 인류사의 가장 뛰어난 문학적 성취들이 나왔다. (갑자기 예레미야 애가가 떠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용을 바꾸는 것보다 내용을 전달하는 문제의 고민이 중요하다.

한국인은 한국문학으로 한국의 정서와 미학을 표현하는데, 이는 그 자체로 배외주의를 반드시 내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화와 네트워크의 시대를 맞아 디아스포라문학 등이 더욱 부상하고 있다.

이민이 적대시되면서 동시에 활성화되는 시대 속에, 우리나라도 더는 피하기 어렵게 된 다른 문화와의 공존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등 한국문학은 새롭게 발전하고 활약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를 적절히 뒷받침하고 지지하는 시민사회와 정부의 시각과 자세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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