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둘 다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다. 민주당처럼 당 내에 남겨두되 목소리를 낼 여지가 없도록 밟아두는 것을 다수/주류의 아량이라고 하는 것도 기가 막힌 일인데, 하물며 국민의힘과 같이 제명임에야..
하긴 보수 진영의 DNA에는 원래 자유주의라는 게 존재하지 않긴 했다. 당장 유승민을 린치하고 이준석을 쫓아낸 전적만 떠올려 봐도..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관용에 있는데. 유승민의 새로운보수당과 통합할 때에도 보수통합의 내용과 방향보다 그냥 '반문 정권교체'만으로 주먹구구로 억지로 권위주의적으로 합치기를 강요했었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는 정권교체라는 반사적 이익을 누렸으나, 그전의 보수정권보다 훨씬 파탄적인 내적 권위주의로 운영한 결과 더 큰 참화가 닥쳤다.
이제는 이재명 뒤에 숨어 아예 반성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선 때 그리고 최근에 이제 와서 자기들이 불리하니까 사과를 하는 시늉을 하고 당명을 바꾼다고 한다. 정작 그 직전까지 완전히 그 정반대의 언행을 아주 당당하게 보여 놓고서는. 뻔뻔한 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 봐줄 수가 있다.
어떻게 한동훈 제명이 '인적 쇄신'이 될 수 있나? 지난 10여 년 간 홍준표, 황교안, 윤석열을 겪고도 이렇게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이준석의 개혁신당에 손을 내밀겠다고 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 계엄을 잘못했다고 하는 건 한동훈과 이준석이 똑같은데, 한동훈은 안 되고 이준석은 된다?
요즘 한국정치의 현실을 보면, 민주정치체제를 위한 기본적인 디폴트값이 완전히 깨져 버리고 제도와 관성만 남았다. 독재자들은 절대 자기가 독재를 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다수와 권위의 폭정을 휘두르는 자들은 자기가 절대로 압제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백 번 양보해 윤석열의 계엄/탄핵에 관한 주류 의견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당 내의 소외를 넘어 아예 한동훈을 제명까지 하겠다는 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의견의 다양성이라는 압도적으로 중요한 0순위의 민주성 요소가 삭제되었다.
민주당에서도 '이재명의 가도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전제하지 않으면 반대의견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완곡어법을 사용해야만 다른 의견 비스무리한 것을 낼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재명의 원칙 없고 후안무치한 행보, '함정수사'와 비명횡사 그리고 수없이 계속된 친명의 음모론과 폭력...
분명히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기 한참 전부터 경고했었다. 선거제도개혁, 금융투자소득세, 노동시간규제 등의 정책의제들을 다루던 때 그리고 자신의 체포동의안 등 정무적 사안을 놓고 볼 때 이재명은 정치적으로는 권위주의적이고 정책적으로는 아무 내용이 없을 거라고.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민주주의라는 껍데기는 있는데 노골적인 포퓰리즘을 민주주의나 정의(正義)라고 참칭하면서 후안무치를 넘어 인면수심에 이르렀다.
제3지대 중도 야당이나 진보 야당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의 혈기와 유치와 폭력을 택하라고 강요하는 상황이다. 지금 이 상황에선 6월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이 이길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당이 이기건 근본적으로 문제는 계속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수 진영은 한동훈이 아니더라도 오세훈, 안철수, 이준석 등 비주류가 계속 의견을 내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 정권 말이 되기 전에 비명계 주자들이 시간을 두고 적어도 지금보다는 분명히 이재명과 거리를 두고 당의 미래에 관한 다른 의견을 내지 않으면 이재명 정권이 무너질 때 무조건 그 책임도 같이 안고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