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과 한동훈의 차이

by 남재준

한동훈이 장동혁 단식 때 찾아가지 않은 건, 이낙연이 이해찬의 조문을 가지 않은 것과 미묘하게 비슷한 면이 있다고 본다.


이 두 행위는 모두 밀려난 비주류 수장급 정치인이 주류에 손을 내미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또 주류에서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한 두 사람이 스스로 항복 선언을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끝까지 간 판국에 굴욕적으로 돌아오기를 빈다고 해서 정치적 이익이 되지 않고, 감정적으로는 당연히 자존심이 완전히 짓밟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낙연과 달리 한동훈은 찾아가 볼 이유가 정말로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낙연은 주류의 눈치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이해찬은 이재명을 지지했다는 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더 큰 급의 인물이다. 이해찬과 이낙연은 이재명을 비롯해 현재의 주요 정치인들보다 훨씬 선배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최근 몇 년보다는 그 시절까지 더 크게 보고 가는 게 맞았다고 본다.


이낙연 측에선 20대 대선 경선 때 이해찬이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지원하겠다고 해 놓고 이재명을 밀었다.'라는 취지로 서운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물론 이해찬이 큰 존재감을 지니는 원로여서 그의 지지가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찬이 결정하는 사람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건 아니다.


또 이해찬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는 이해찬의 자유이고, '누가 되건' 민주당이 이겨서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게 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이 딱히 이낙연을 기만한 것이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이낙연을 도와줘야 했던 기대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해찬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낙연은 무대에서 사실상 퇴장한 지 좀 되었다. 이제는 친명이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졌기 때문에(본인들은 그러고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아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한 김문수 지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해찬 조문을 갔더라면 나름의 제스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 민주당이 받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한동훈은 처음에 탄핵 찬성한 것에 대해 자신에게 가해진 린치에 거세게 저항했지만, 결국에는 유승민처럼 되지 않기 위해 당분간 몸을 사리는 게 좋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고 김문수를 지지했다.


지금 당장은 탄핵소추가 인용되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이 원죄가 한동훈에게 있다는 식으로 주류가 몰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한동훈 입장에선 다음 지도부가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그 때 자신을 불러올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말했던 것처럼, 정쟁에는 룰이 있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 데에도 어떤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동훈 제명은 룰 위반이다.


이 경우, 아무리 주류와 비주류가 의견이 다르더라도 최소한 당에 남겨두기는 해야 한다. 한동훈 입장에서도 최소한 그게 전제되어야 재기를 도모할 수 있고, 주류가 한동훈을 정말 유용한 자원으로 생각했다면 불러 쓰진 않아도 남겨두는 것이 그나마 당이 조금이라도 순도 100% 친윤 이미지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꼬투리 삼아 아예 상대를 제거하려고 드는 건 선을 넘는 것이다. 더구나 당을 같이 해 왔으면서. 한동훈은 일단 최소 당분간은 무대에서 내려와 주류에게 길을 비켜주기로 했다. 그런데 주류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감사와 징계를 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원로들이나 비윤에서도 우려를 표했음에도.


더구나 자기들이 잘못한 것을 아는 것 같지도 않다는 점에서 더 소름이 끼친다. 이자들은 '패륜'과 같은 규범적 용어를 남발하며 한동훈을 비난해왔다. 자기들은 정의의 사도들이고 언젠가는 국민이 알아줄 거라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장동혁의 단식도 그 '의로운' 투쟁의 일환처럼 보이고. 확신범들이다.


만약 징계의 수위가 제명 정도가 아니었더라면, 그래도 장동혁이 단식하는 자리에 방문할 수도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꾹 참고 우선은 명목상으로라도 당의 단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그래야 본인에게도 이미지상 좋았을 테니.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장동혁을 찾아간다는 건 아무 실익도 없다.


그 정도로 풀기에는 순식간에 너무 멀리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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