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죄에 관한 논문을 보고 적은 Memo.

by 남재준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논문(최은미 and 이주원. (2025). 직권남용죄의 재해석과 개정방향 - 권한, 사람, 권리, 의무 -. 형사법연구, 37(4), 29-62.)에 따르면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은 단지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직권남용죄의 객체가 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일반사회의 국민을 말한다.


판례(대법원 2020.1.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서는 이 ‘사람’에 다른 공무원이나 유관기관의 임직원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권리행사방해에서의 ‘권리’란 공무원의 ‘권한’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권한은 여기에 속하지 않고, 따라서 객체에는 다른 공무원 등이 포함될 수 없다.


권리는 의무를 수반하지만, 권한은 책임이 수반된다. 거칠게 말하면 권리는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힘(권리법력설)이라면 권한은 타인을 위하여 법률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법률상 자격 또는 지위이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권한은 개인으로서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주관적 공권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례(헌법재판소 2005.5.26. 선고 2002헌마699 결정)에서도 밝힌 바이다.


게다가 판례(대법원 2021.3.11. 선고 2020도12583 판결)는 지위를 남용하여 본래 직무권한 밖의 위법 행위를 한 경우, 이는 직권남용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하였다. 어떻게 보면 직무권한을 남용한 것보다 직무 밖의 위법 행위를 지위만으로 한 것이 더 가벌성이 크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판례를 따르면 이러한 경우를 불벌하게 된다.


직권남용죄에서 객체로서의 사람에는 공무원 등이 포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종래의 판례에서는 권한과 권리를 모호하게 뒤섞는 등 기초적인 해석의 문제를 보였다. 이로 인하여 적극행정이 저해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은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인데, 어차피 본죄를 포함해 상당한 죄의 보호법익은 결국 국민의 자유와 권리이다. 따라서 새삼스럽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별도로 강조할 실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모르겠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직관적으로 볼 때는 본죄와의 직접 연관의 고리가 약간 약해 보이기도 한다.


보호법익을 따지지 않아도, 어차피 구성요건 자체가 당연히 일반 국민에 대한 권리행사방해나 의무 없는 일의 강요를 포함한다.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에 관한 논의는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 중 어느 하나만을 배타적으로 볼 지가 쟁점이라기 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독자적으로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와 함께 넣는 것의 의의가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포함하건 그렇지 않건 구성요건상 일반 국민의 권리행사방해나 그에 대한 의무 없는 일의 강요가 당연히 포함되므로 논의의 실익이 그다지 없지 않으냐 하는 것이다.


권리는 일정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법이 인정한 힘을 말하는데, 통상적으로는 사권(私權)과 주관적 공권을 가리킨다. 보통은 객관적 가치 질서라는 말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객관적 공권이라는 표현이 꼭 잘못된 건 아니다. 물론 객관적 공권이 권한 개념으로 직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 침해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한다던가 하는 일이 수용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권리라는 말을 협의로 해석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또 의무란 권리에 수반되는 것이지만, 권한에는 의무가 수반되지 않는가? 물론 권한은 그 자체로 의무성을 내포하는 면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공무원에게는 권한을 행사해 그의 의무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라고 진술해도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논문에서의 주장은 교과서나 학설에서 주장되는 것을 법문으로 옮겨온 것처럼 느껴지는데, 법문의 해석을 놓고 교과서나 학설이 나오는 것이지 그 반대가 되는 건 아니다. 이 경우 법문을 판례와 같이 해석하는 것, 즉 직권남용죄의 객체로서의 사람에 다른 공무원이 반드시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권리와 의무라는 표현을 공무원에게 반드시 쓰지 않아야 한다고 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법적 맥락을 볼 때, 헌법재판의 주요 본질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 구제에 있으므로 공무원의 권한을 여기에 포함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하지만 직권남용죄로 의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일반 국민만이 아니라 정부 관료제의 특성상 위계적 구조로 인해 하관(下官)은 상관의 권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맥락적으로 보자면 정확히 같은 맥락에서 같은 표현을 달리 사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직권남용죄는 말 그대로 ‘직권을 남용’한 행위를 전제하는데, 직권에는 포함되지 않는데 지위를 이용한 행위를 직권남용죄로 포섭하는 것이야말로 유추해석 비슷하게 되는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이 문제는 법원의 탓을 하기보다는 논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입법론적으로 해결하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


적극행정이라는 것이 꼭 공무원이 어떤 지시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적극행정은 정책결정을 하는 고위공무원보다는 현장에 있는 일선공무원이 규제 등으로 인해 재량이 막히는 문제를 타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개념인 것으로 기억한다. 직권남용죄에서 규정하는 남용된 직권 행사는 구성요건 그대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을 때만 구성요건해당성이 성립한다.


물론 공무원들은 자기 행위에 신경을 써야 하니 불편하겠지만, 직권남용죄가 적극행정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약간 비약이라고 본다. 논문에서 든 예 중 일부를 보면, 정은경 본부장이 방역정책 반대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당한 것은 그 시민단체의 비합리성이 문제가 된 것인가 아니면 직권남용죄가 문제인 것인가? 또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신공항사업에 반대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소지가 있다는 것은 둘째치고, 이게 적극행정에 해당된다고 까지 볼 수 있나?


2016년 말 이후 직권남용죄 관련 사건이 급증했는데, 이는 공직사회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부당한 지시가 문제가 되어 온 것이 묵혀 있다가 터진 것일 수도 있다.


적극행정은 대개 정책적 사안에서 입법을 기다리기 어려우므로 빠르게 처리해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행정 효율성과 효과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이나 드라이브스루 선별 진료소 설치 같은 것들의 정책과정에서 직권남용죄가 그렇게 문제되는 것일까? 구태여 따지자면 행정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적극행정의 전형적 사례들을 보면 형법상 직권남용죄 적용 여부를 검토할만한 사안 자체가 별로 없어 보인다. 적극행정은 권한의 제약이 강한 실무자들이 관료제적 틀을 과감하게 제칠 수 있도록 하는 기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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