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없다면 이번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유력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정치자금 스캔들의 책임은 모호하게 뭉개지거나 이시바 시게루의 책임인 것처럼 덮어 씌워지고, 문제의 뇌관이었던 다카이치 사나에의 개인기가 상황을 덮을 모양이다.
다만 쉬운 앞길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아베노믹스 때와 달리 성장 Boom이라는 다소 사행적이어 보이는 경기부양책을 쓸 수 없다. 지금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재정/통화 출동'이 우선될 상황이 아니다. 급격한 긴축을 하기는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급격한 확장을 하기도 어렵다. 물가를 비롯한 제반 금융 상황을 볼 때, 일본은행의 협조를 받기도 난망하다. 또 아베 신조가 2012년에 집권했을 때처럼 민주당이 3년이나마 집권한 후 자민당이 정권교체를 한 것이 아니라, 자민당이 재집권한 지 무려 14년 차이다.
자민당은 대체 불가능하다. 야당이 중도화를 하건 좌경화를 하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정치적 임팩트와 국정 역량을 모두 보여주는 게 쉽지 않다. 국민의 신뢰를 받아서 장기집권한다기 보다,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자민당이 여당이 되고 이해관계도 긴밀히 얽혀 있다. 2009년 민주당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 자민당은 거의 정당이라기 보다는 정부에 가까운 느낌마저 든다. 예전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에 관한 논문에서 아베 내각 때 TPP 정책변동 때의 처리 과정 부분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본래 '국정정당'이라는 표현은 수권정당, 국민정당과 달리 없는 표현이다. 하지만 자민당은 단순한 수권정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압도적이고, 국민정당이라고 하기에는 국민의 정서를 담은 정당이라기 보다도 국정 담당에 있어 거의 대체 불가능한 정당에 가깝다.
일본이 정당 체계에 있어 일당우위제라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일당제, 양당제, 다당제는 생각할 수 있어도 일당우위제는 생각하기 힘들다. 선진국 중엔 예컨대 싱가포르 정도를 생각할 수 있긴 한데, 싱가포르는 일본과 달리 대놓고 리씨 가문의 세습이 이루어질 정도의 국가니까.
물론 일본도 입헌정우회 등 메이지 유신 이후 정당정치의 도입 때부터 유신 주도 세력이라던가 군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보수정당이 있었다. 1955년에 55년 체제(또는 1.5 체제)가 성립되기 이전에 보수정당이 이미 우위를 차지하고, 1925년 치안유지법 제정 등으로 무산계급과 사회주의 운동은 강경하게 탄압 당했다.
하지만 몇 년 되지 않긴 했어도 패전 이후 미 군정이 강력하게 재편한 부분도 있었고 1947년에는 보수정당이 혁신정당인 사회당에 제1당을 빼앗기기도 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그러니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보수 세력만큼 일본의 주류 보수 세력에게 여유가 있었다고 까지 할 수는 없다.
비판자들은 일본에는 정치가 없다고 한다. 일견 타당하다. 자민당의 내부 파벌 다툼은 이념보다 족벌에 기초한 것이었으니까. 심하게 말하면 무슨 조폭 간 세력 다툼처럼. 심지어 이러한 역학 구도가 제도화되어서 내부 주류 교체가 정권교체 비스무리하게 되는 식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혁신야당의 실패는 자민당이 막아서 라고 보기는 어렵다. 55년 체제 중간에도 에다 사부로 등 자민당이 위기감을 느끼거나 자민당의 의석수가 하락하는 등의 위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좌파사회당에 사로잡혀 호헌 및 평화주의, 노동운동 등 이외에는 성숙한 국정운영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어 보였던 사회당 자신의 책임도 크다.
감시를 받긴 했지만 공산당도 엄연히 원내에서 계속 정치를 할 수 있었고, 매우 단명했으나 1947년에 연립정권으로나마 가타야마 데쓰의 사회당 주도 내각도 있었다. '에다 비전'의 구조개혁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수권정당의 길로 나아갔다면 55년 체제가 그대로 계속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야당에게 희망이 아주 없진 않다고 본다. 무려 14년을 집권했는데, 앞으로 몇 년 더 압도적 다수로 집권하면 그만큼 국민적 불만이 쌓일 것이다. 만약 이 불만의 정치적인 반사적 수혜를 참정당 즉 극우정당이 받으면 매우 곤란할 것이다.
당내 우파 성향이었던 이즈미 지도부, 노다 지도부가 몇 년 간 계속 그저 그닥이었던 상황이다. 에다노 유키오는 지난 당수 경선에서 졌지만, 그를 비롯해 리버럴계 인사들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기실 지금은 그렇게 성향이 뚜렷한 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만약 다카이치 내각에 모든 실질적인 힘이 집중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더 무거워지는데 자민당은 이미 오랜 시간을 집권한 상황이다. 원래 여당은 집권하자마자 시간 등 자원의 부족에 쫓기게 된다. 하지만 야당은 자기 권력이 유지되는 한도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여당을 끌어내려야 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