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정치적 자기기만

by 남재준

[조국혁신당과 합당은 안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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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통합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건, 거기에 매우 민감한 권력문제가 깔려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치인 개개인들의 사적욕망, 혹은 정당의 공학적 계산법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정치발전과 국민생활의 진화관점에서만 보자면 "통합"은 안하는게 맞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기존 민주당의 위치보다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하려는 지도자입니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우파가 집권을 했는데, 그건 시대정신에 우파집권이 맞기때문에 그런겁니다.


대중은 개개인이 좀 모자라도, 집단적 이해관계에서 집단지성이 필요할땐 반드시 그 힘을 발휘합니다. 엄청난 속도의 기술발전에 대응하며, 자국민중의 삶을 뒤쳐지지 않게 하는데, 지금은 우파가 더 맞습니다. 다만 한국에는 우파들이 거의 공중분해 수준이 되면서 집권을 담당해줄 이렇다할 우파정치집단이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일정부분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시장질서와 기술발전속도에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시대정신을 찰떡같이 잘 수행하고 있는 거고, 앞으로도 더 왼쪽을 볼 일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누구보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따르는 사람이니까요.


조국혁신당은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도, 검찰등 권력기관의 통제에 대한 의지도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정당입니다. 딱 정책적으로만 놓고 보면 이재명 대통령을 기준으로, 조국혁신당은 이준석의 개혁신당보다도 더 거리가 멀고, 윤석열이전 국민의힘보다도 결코 더 가깝지 않습니다.


뿐만아니라 조국혁신당의 확장전략 또한 민주당이 비우고 있는 왼쪽에 치중하는것이 자신들의 생존에 더 낫습니다. 그것이 정체성에도 맞고, 공간도 있으니까요.


지방선거 압승을 위해 합쳐야한다는 논리는 너무 옹색합니다. 이렇다할 보수야당이 없는데, 여러모로 다른 게 많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그 허수아비를 이기기위해 합친다고 하면 국민이 웃습니다.


내란세력 청산이라고 구호는 거창하지만, 내란주범들은 사법부가 판결만 남겨놓은 상태고, 충분히 벌을 받을겁니다. 솔직히 훨씬 상대하기 편해진, 오그라든 야당을 구지 "내란세력 청산"이라는 진부한 구호를 앞세워 상대하겠다는 자체가 너무 나이브하고, 정치중심적, 탈국민적 사고입니다.


민주당은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극우보수정당을 향한 여론몰이와 네가티브 마케팅이 아니라, 비젼과 정책으로 표를 뺏어와야 합니다. 또 급변하는 기술발전과 하루가 다른 세계경쟁에 대응해야 합니다.


조국혁신당은 여당이 비우고 간 왼쪽을 챙기며, 거기서 세를 확장하고 급격한 변화속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챙겨야 합니다. 그렇게 정당의 모양을 챙겨가다가 왼쪽이 좀 더 중요해지는 어느순간 집권에 도전하면 되는겁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세상을 민주와 반민주로 선을 긋고 정치를 하려는건지. 이미 정치적으로 다수파가 되고, 사회적으로 주류과 되었는데도, 점점 왜소해지고, 밀려나는 수구비주류 씨까지 말리겠다고 통합을 얘기하는 자체가, 늙은이 하나 패자고 청년과 장년 둘이 힘 합치자는 것 만큼이나 비상식적인겁니다.


그거 없애자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미 필요하면 나타나고, 필요없으면 사라지는 시대가 된거니까요. 지금 조국혁신당은 좋은 야당이 될 준비를 할때고,민주당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믿음직한 여당을 할때입니다. 두 당은 다릅니다.]


민주당은 적어도 당분간은 ‘보수’ 내지 ‘우파’가 될 수 없다. 민주당이 그렇게 자칭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동시에 혼자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전체적으로 보면 그냥 민주당의 인식이나 기대에 불과한 것이다. 정치이념이라는 것은 자기표현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이나 그 시점의 민심 등이 크게 작용한다.


이제까지 토지 공개념에 대해 보수도 민주도 진보도 모두 주장해 왔다. 토지 공개념은 민주당 현행 강령에도 있다. 새삼스럽게 그런 걸 꺼내오는 건 '철학이 달라서 합당이 어렵다'가 아니라 '합당이 어려운 이유를 억지로 끄집어낸 것'이다. 범친명에 속하는 추미애가 공공연히 토지 공개념을 주장했고, 거슬러 올라가면 노태우 정부에서도 토지 공개념 3법을 추진했다.


토지 공개념을 찬성할 지 말 지는 민주당 안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고, 거기에 이견이 있다 해서 당이 다를 이유도 없다. 빅 텐트 수권정당에선 큰 바이브나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구체적인 결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적 시장경제'에서 '민주적'을 강조하는지 '시장경제'를 강조하는지는 민주당을 구성하는 각자의 선택이다. 다만 여기에서의 같은 당을 유지하는 합의는 '그냥 시장경제만이나 아예 시장경제가 아닌 것은 곤란하다'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이전 기간까지 합할 때 여전히 보수정당이 집권한 기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또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보수정당을 ‘극우’ 내지 ‘권위주의’ 정당으로 생각하고 싶어도, 이미 보수란 상당수에게 ‘적어도 민주당은 아닌 것’이 되어 있다. 대외적으로도 민주당을 중도좌파 정당 정도로 보지 우파 정당으로 보지는 않는다.


우파라는 것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도 불분명하다. 현실적 역사나 전통만 놓고 보면, 보수주의는 산업화와 강한 국가 그리고 반공주의를 가슴에 품고 있다. 이론적으로 놓고 보면, 적어도 보수주의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종래에 가지고 있던 전통이라던가 관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민주당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과거에 민주당은 중도화 다시 말해 말 그대로의 중간층(크로스보터)이나 보수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중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해야 했다. 지역적으로 보면 비호남권 사람들 중 민주당에게 투표할 여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때에도 민주당은 ‘우리가 대외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보수정당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 것이지 명시적으로 마치 국민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수라고 말하진 않았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중도개혁’ 정도에 가까웠다. 중도부터 진보까지 포괄하는 빅 텐트 정당이다. 보수 중에서도 소수는 얼마든지 올 수 있긴 하지만 민주당이 보수라고 자칭하면 그건 진실 또는 현실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 다수를 점하는 민주당은 과거 소수였던 민주당보다도 더 보수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흘러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보수를 자처하지 않았어도 저절로 보수정당이 더 오른쪽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보이는 한, 김동연이나 강경화와 같은 인사들도 자연히 민주당의 흐름에 참여할 수 있었다. 민주당을 실제로 보수로 인식하느냐는 국민들에게 달렸고, 나아가서는 민주당이 제1기득권인 상황이 고착화 및 구조화된 후에야 가능하다.


정작 보수에게 배워야 하는 냉정한 현실 인식보다는, 상대를 권위주의적으로 찍어 누르려고 하고 내부적으로 리더를 무조건 옹위하는 나쁜 측면만을 배워 왔다.


정책적으로는 혼선이 많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이전의 민주당계 정부들보다 특별히 보수적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전의 민주당계 정부들은 그전의 보수 정권과 근본적으로 뭐가 다르냐는 진보 진영의 질문에 계속 부딪혀 왔다. 이재명도 이러한 맥락에서 ‘확실한 개혁’을 주장하면서 부상했다.


이재명 정부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상당 부분 정책기조가 비슷하거나 심지어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 성향도 많다. 이재명은 한때는 중도, 한때는 보수, 한때는 진보 이런 식으로 Flip-Flop을 반복했다. 이러한 성향 변동 내지 융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설명이라던가 논리라던가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실용’이라는 건데, 적어도 이재명이 이제까지 보여준 게 그의 주요 라벨을 ‘실용’으로 붙일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국민의힘이 많이 눌려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치는 숨통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나 대마(大馬)의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와 이준석은 합해서 50% 이상을 득표했다. 우리 정치권의 역학 구도가 보수/진보냐를 떠나 민주당/비민주당이냐를 놓고 보면, 비민주당 세력은 앞으로 더 확장되면 확장되었지 위축되진 않는다.


이 시대에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극심한 양극화-극단화와 소외 및 고립 그리고 지속불가능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과 민주당은 그러한 양극화-극단화의 한 축이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권위라거나 이런 것은 전혀 없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견해 차이는 거의 무의미하다. 족벌 다툼에 가깝고, 실제로는 조국혁신당의 정책이건 정치 기조건 그냥 민주당 안에서 받아들이려면 못 받아들일 것도 없는 정도이다. 반면에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과 철학을 내세우는데, 이는 이재명을 포함해 민주당계 전통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 사실 기성 주류 보수의 가부장적 전통과도 배치된다. 개혁신당과 민주-보수 양대 정당 간 차이는 이념보다는 세대 간 차이이다.


조국혁신당은 진보정당도, 좌파 정당도 아니다. 미국 민주당 내 진보파에 비하면 조국혁신당의 주장은 새 발의 피 정도밖엔 되지 않는다. 그들은 진보정당이 주장하는 (조국당처럼 단순히 민주당보다 급진적인 게 아니라) 민주당과 상당 부분 다른 포괄적인 사회주의적, 신좌파적 세계관과 정책과 전혀 닿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문재인 청와대 출신이라던가 하는 중상층 이상 엘리트들로 채워져 있다.


민주당과 출신 성분이 다르다고 할 수 없고, 다만 조국의 정치적 자리를 위해서 만들어진 발판이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진보정당에 원했던 ‘액셀러레이터 겸 거수기’ 정당에 충실한 정당일 뿐이다. 설령 조국당이 민주당과 더 거리를 두고자 한다고 해도, 이건 그냥 족벌적인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두 정당 간 차이는 아무 의미 없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는 단 두 가지 원리만 존재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을 허용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보수 진영이 아무리 밉고 천인공노할 행위를 했다고 해도, 민주당이 국민 여론을 ‘계도’하거나 ‘선도’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건 자신들의 원칙과 정책을 분명히 하고 국민이 수용하면 나아가고 아니면 물러나는 것외에는 없다. ‘이 정당/주장만은 아니다’가 주가 되는 순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비민주주의로 갈 미끄러운 경사로로 나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의 민주당은 이념과 주장을 넘어 근본적으로 자기들의 현실 인식만이 진실이라는 자기기만에 갇혀 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비민주적이다. 큰 틀에서 민주당과 현실 인식을 공유하는 이들만 ‘자격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자격이 없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을 제외하고 나면 현실적으로 민주당과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과 가치를 가진 건 보수정당과 진보정당 그리고 이 그라운드 밖에 있는 제3지대나 중립층 정도 밖에는 없다.


지금 민주당은 실질적으로 과거의 반독재 투쟁 마인드와 감성을 더 강화해 폭주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성숙한 수권정당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사적으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 그리고 민주당 주류의 흐름과 달리 생각하는 민심은 전부 밀려난다. 통합을 말하지만 최소 무의식적으로 거기에는 ‘우리와 인식을 같이 하고, 주장에 동의한다’라는 전제가 있다.


민주당의 인식과 가치가 현실인가 또는 현실이 될 것인가는 민심의 흐름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단지 반사적 이익을 통해 여기까지 왔으면서도 이전보다 더 오만하고 위험하고 유치한 사고와 언행을 보인다. 더구나 이제는 근본적으로 다른 반대의견도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그냥 단체로 함께 망하느냐 아니면 함께 사느냐만 남은 셈이다.


당장은 보수정당이 너무 심각하게 망가져 있고 이를 고칠 생각도 하지 않아서, 이런 흐름과 구도가 계속되는 한 민주당은 6월 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승리는 이제까지 계속 경고해 왔듯, 실은 저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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