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 memo

by 남재준

일본 자민당이 개헌을 추진한다고 해서 군국주의 운운하는 것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사실 자민당 내 온건파부터 중도개혁연합에 이르기까지의 정치인들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처럼 그렇게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일본의 역사 문제에 대한 반성을 언급(물론 임기 막바지여서 다시 말해 그 뒤를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가능했겠지만)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도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문제를 언급하는 건 일본국민들의 심기 중 미묘한 부분을 건드리는 게 되고, 최근 우경화된 전체적인 경향에서 '살아남기'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과를 하면서 개헌을 동시에 점진적으로라도 하겠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현재의 일본에서 중요한 건, 장기적으로 볼 때 최소한 헌법 제9조 개헌은 시기상조라거나 하더라도 전면적인 징병제 부활 가능성을 여는 개헌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정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건, 단기적으로 볼 때는 방위비 증가(2027년까지 GDP 대비 2%, 나아가 3%까지 빠르게 증액) 때문에 최소 중기적으로 증세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생활과 직결되지 않은 방위비에 국민의 조세 부담을 무겁게 하는 것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생활보장과 구조개혁에 재정지출의 초점을 맞추고, 국방비는 GDP 대비 2% 이하로 당분간 묶는 정책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원칙적으로 일본이 선제 반격 능력을 갖추는 건 헌법상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현행 헌법 시행 이후 현실적인 방위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합의가 생긴 지 오래이다. 헌법 제9조를 비탄력적으로 해석하겠다는 건, 예를 들어 자기를 살인하려는 행위가 너무 임박하고 분명한데 거기에 대한 반격을 위법성조각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방위의 필요성과 현재의 조건은 별개의 문제인 듯 하다.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임금과 아직 갈 길이 먼 저출생-고령 사회 대책, 사회보장의 지속가능성 등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고 정부와 국회는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우리나라도 그렇다). 동시에 재정이 매우 위태롭다. 소비세 감세를 하는 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극약처방으로 국민의 생활보장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는 예산 중 일부를 삭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중국에 반대하는 것과 중국의 현실적 위협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비용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제 와서 중국에 대해 굽히고 들어간다는 식으로 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위비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운 국민에게 부담을 주려는 듯한 정책기조는 문제가 있다.


또 경제성장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인데, 현재의 경향으로는 산업 발달과 고용 창출 간의 연결 고리가 점점 약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용 창출에 유리한 산업 분야나 직업생태계의 다양성 보장 그리고 교육 제도와 시장(입시경쟁 등)이 내적으로 적정화(학술 보호와 고등교육자원의 합리적 이용, 전공미스매치 해소, 고용 창출 분야 노동공급 유인 강화)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지출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일본의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이미 외국인 노동공급이 많을 정도인데, 고용의 질과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이 단순히 양적 성장 중시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 낫다. 주식 투자 활성화는 좋지만, 주식 투자를 조금씩 재테크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주식 투자를 생각할 여력조차 없는 사람들을 획기적으로 '빅 푸시'하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 사회를 위해서건, 경제를 위해서건, 국가를 위해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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