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귀결을 생각하지 않고 이념적 당위성과 이상만 가지고 추진하는 민주당의 '모양만 좋은 정책'이 또 강행된다.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은 사실상 개악이 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확정판결을 헌법소원심판대상으로 보게 되면, 기본적으로 사법의 안정성이 흔들린다. 안 그래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 미묘한 분립 구조가 이제까지 문제가 되어 왔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4심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중심으로 재판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건 대법원이건 기본적으로는 헌법 하의 사법부라는 점에서 같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라고 해서 그 자체로 대법원보다 정당화된다는 근거가 있는가? 대법원에 대한 정치적 불신 때문에 헌법재판소를 끌어들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는, 이 입법이 상급심 병목 현상과 심급제도의 취지 몰각 현상을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재판소원을 하면 헌법재판소의 업무 부담이 커질 텐데, 헌법재판관을 증원하는 것도 아니다. 헌법재판관 증원은 개헌 사항(헌법 제111조 제2항 '9인' 규정)이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당장은 거의 불가능하다. 업무 과중 때문에 특히나 고도의 숙고와 분석 등이 중요한 헌법사건의 합리적 처리가 저해될 수 있다. 게다가 당사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3심이나 거치고도 또 사실상 4심을 두면 희망 고문 비슷하게 될 수 있고 법적 안정성도 흐트러진다.
사법개혁의 큰 틀은 기본적으로 사실심에서 법률심으로 올라가면서 사건 수의 감소를 예정하고 있는 사법제도 설계 취지를 되살리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하급심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수단 중 하나가 판사 증원이 된다. 하지만 국회에선 정치적 이유 등으로 정작 하급심 강화에 소홀해 왔다.
'일단 3심까지 가고 본다'라는 현상을 어떻게든 완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률심으로 되어야 할 대법원의 3심이 불합리하게 많은 사건을 감당해야 하면, 결국 개별 사건에 대한 집중도가 분산되어 심도 있는 심리와 판결을 할 수 없다. 거기다 대법관을 증원하면 아예 사법 병목 현상을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물론 일정 수 증원에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30인 가깝게 수가 증가하는 경우, 사람이 많아 심도 있는 심리와 판결이 어려워지는데 신속한 재판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종래에는 마치 표결처럼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수가 많다고 해서 민주성이 제고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사법 작용은 구성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대표성 제고(법적 견해의 다양성)가 전체의 양적 증가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애초에 재판소원 금지(헌법 제68조 제1항)를 규정한 것도, 헌법 제101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소관 사항과 권한의 분리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그 질서를 허물게 된다. 이 입법은 확정되는 즉시 권한쟁의심판청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