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자유'는 순전히 나만의 욕구나 이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었다.
역사 속 자유주의, 다시 말해 '고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에서, 자유란 도덕적 의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거나 공공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모두가 도덕적 의무을 따르되 각자 무엇이 최선의 방법인지 자율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갖는, 일종의 '임무형 지휘체계'에 가까운 사상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야경 국가와 간섭받지 않는 시장경제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애덤 스미스도 그렇고, 장 바티스트 세도 그렇고,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도 그렇다. 자유주의자들은 도덕적 목적에 어울리게 '잘 규제된' 자유를 설파했다. 20세기 중반이 되기 전까지, 자유주의는 원자화된 개인주의나 자유지상주의가 아니었다.
언젠가 이런 정치사상사를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싶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책과 논문들도 레퍼런스로 주렁주렁 올리고 싶다.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통념을 깨는 연구들이 있다는 것을 소개할 수는 있지 않을까.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과 도구가 없다. 이런 주제를 올린다고 얼마나 볼지 의문이긴 하다.
그럼에도 자유주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작업은 필요한 것 같다. 자유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소중한 가치다. 다만 출처가 불분명한, 또는 미제스 등 소수 학자에 의해 왜곡된 고전적 자유주의가 유행하면서, 자유라는 혁신적인 생각이 품고 있던 담대함이 잊혀졌다.
자유주의가 등장한 후로 보수주의와 사회주의 등 여러 자손 또는 저항이 나타난 만큼, 근대 정치사상사 논의에 참여하는 출발점으로 자유주의를 골라도 괜찮을 듯하다.]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다소 자유주의를 사회주의나 공동체주의적으로 흡수해 이해하려는 측면이 엿보이는 듯도 하다.
자유주의는 공익, 공동선, 도덕적 의무(이 경우 자명한 최소한이 아니라 노력을 요하는 종류일 것이다)라는 불분명하고 가변적인 개념을 명목으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침해하는 것을 배격하는 사상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유주의는 자기의 이익과 의지를 우선하는 사상이 맞다.
다만 그 부분만 기계적ㆍ문리적으로 강조하는 경우 치명적인 오해를 하게 된다. 예컨대, 타인에게 권리를 주장하려는 자가 그 스스로는 타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신의성실이 요구된다.
내 이해는 이렇다. 인간은 본래 사회성을 갖추고 있다. 단 이 사회성은 항상 도덕성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 나아가 문명을 위한 집단화의 조건에 가까웠다. 그런데 집단의 압력은 언제나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 원시적 의미의 자유가 아니라 문명 하에서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건 고도의 인위적 노력을 요한다.
이러한 집단, 그리고 어쩌면 인간의 사회성의 폭력적 단면으로부터의 개인의 자율과 독립을 강조하는 사상이 자유주의이다.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으로 집단에 종속되면 개인의 자유는 쉽게 침해되므로 사적 소유가 인정되어야 했다.
백지설과 같이 인간의 인격이나 본성은 형성적이며 복합적이다. 자유주의는 인간의 선택을 제일로 하면서 그러한 선택이 살인이나 사기 등 선을 넘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국가와 법의 존재와 필요를 인정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회와 경제 등에서 개인에 대한 타인ㆍ집단ㆍ조직ㆍ국가 등의 불개입 원칙을 천명한다.
자유주의는 무정부주의가 아니다. 동시에 자유주의는 민주정 등 특정 정치체제 즉 국가의 운영 체제를 반드시 예정하진 않는다. 다만 역사적으로 불완전하나마 민주정치체제가 제일 덜 비자유주의적이었다. 오늘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거의 일체화된 것처럼 이해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 등은 모두 혼용된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소수의견의 배제와 다수의견의 관철로만 생각하는 현대인은 거의 없다.
뒤에 시민혁명ㆍ산업혁명으로 자유주의가 디폴트값ㆍ기본원리가 되었을 때 보니 개인별 노력 결과에의 환경적 영향의 부조리한 불균형의 보정이라던가 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이로부터 자유민주헌정 및 시민사회와 시장경제를 유지하면서 공동비용부담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설치해 극도의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 해체 위기를 막고 개인을 보다 실질적으로 Empower하자는 견해가 등장했고 이로써 복지국가가 자유주의에 도입되었다.
자유주의의 broad한 스펙트럼 내에서 재산권ㆍ시장과 사회권ㆍ복지 사이의 균형점이 어딘가에 대해 고전과 현대가 서로 다른 견해를 지닌다. 그러나 근본적인 전제 원리와 시각은 같다. 자유주의적 복지국가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조건을 부분적으로나마 보정하고 인간존엄성을 위한 선택의 조건의 최소한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요한 건 계급 평등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존엄성과 임파워먼트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한편 롤스는 보다 철학적으로 세련화하여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정립하였다.
개인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러지 않는다면 언제든 개인의 희생이나 부당한 의무 강요가 정당화되는 명분이 제공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개인 본위의 원칙에 사회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집단ㆍ공동체ㆍ사회ㆍ계급ㆍ내이션ㆍ민족ㆍ젠더ㆍ인종ㆍ종교 등 본위의 원칙에 개인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보다 낫다.
자유주의는 메타이데올로기로서 최소한의 넘을 수 없는 선을 제시한다. 인간은 오직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윤리 안에서 상호 존엄성 보장의 의무가 부과된다.
근본적으로 인간에게는 자기를 보존하려는 본능이 있으며 이는 생물로서 정당화되지 않기 어렵다. 가치적 고려의 디폴트값에서 한 인간이 집단보다 못하다는 건 인간의 소외 나아가 도구화 가능성을 열어둔다.
공동체주의의 반론과 달리 인간은 온전히 공동체적으로 정의되기도 애매하며, 방법론적 내지 인식론적으로 '인간이 개성 있는 원자'라는 전제를 취해야만 자유주의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인간은 선천적ㆍ후천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개성을 형성한다. 예컨대 아버지로부터 생김새와 기질을 물려받은 사람은 다시 사회화 과정 등을 거치며 아버지와는 다르고 누구와도 다른 인격이 되어간다.
정체성이란 여러 요인의 혼융이며 규범적ㆍ실천적으로 중요한 건 그 형성 결과로서의 개인을 존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