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생활 케인스주의 (Livelihood Keynesianism)'라고 명명한 것이 있다.
케인스주의라는 이론에 가까운 추상적 정책 처방을, AI와 자동화로 인한 실업, 저출생-고령 사회, 재정위기 등 21세기 중반으로 가는 맥락에서 정책이니셔티브로서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큰 틀에서 케인지안 모델을 수긍하면서도 토목에서 생활로 공공의 관심을 옮겨 과거 제3의 길이 지향했던 '고용을 통한 복지'에서 '복지를 통한 고용'으로 패러다임을 옮긴다.
동시에 재정건전성에 보다 민감해지는 특징을 둔다. 또 효율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최소 준공공적 산업(e.g. 의료, 요양 등)에 대한 지속적 혁신 요구(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재임기(1997-2007(10년))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두었던 영역이다. 핵심은 시장-시민사회로의 이전이었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한 예산 절감을 위해선 불가피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외주화가 디폴트값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등 '구조개혁'도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케인스 이론을 약간 다시 들여다 봤는데, 경제학은 구체적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그다지 제공해주지 않는 것 같다. 케인스의 주장은 큰 틀에서 맞긴 하지만, 구체적 맥락 하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의 행위 지침까지는 주지 못한다. 본인도 어느 정도 인정했던 것 같다.
요컨대 실전적 쟁점은 케인지안이냐 아니냐는 아니다. 이미 새 신고전파종합이라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애초에 경제학계의 논쟁은 이론적 모델을 통한 설명인데 정책적 차원에서 보면 예컨대 ceteris paribus라는 기본 전제부터가 냉소적으로 보자면 그냥 설명을 위한 설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경제학 스스로도 규범경제학을 부인하고.
케인스주의 이론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경제학과 수학 어느 쪽에도 어떤 점에서 기여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일반균형이론 같은 것보다는 낫긴 해 보인다. (어디까지나 실천적 견지에서. 학문적 견지는 전공자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
케인스의 모델은 정부가 단순히 개입을 하는 정도를 넘어서 상당히 통제를 해야 이루기 용이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개별 정책수단을 보면, 특수한 맥락에서만 가능하다고도 생각된다. 예를 들어 차입으로 재정지출을 하는 건 수요(소비+투자) 부진이 맞다는 전제 하에서는 일리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증세와 세출을 동시에 늘린다는 건 불을 지르면서 물을 끼얹는 것과 비슷하니까.
하지만 최소 중기적으로 이는 사행성이 상당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가 경제를 유효하게 통제하지 않고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경기순환의 어느 지점에 있고 어느 규모와 내용의 재정 대응이 필요한 지를 정부가 항상 알기는 어렵다. 만약 잘못되는 경우 재정위기나 스태그플레이션 등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또 공공사업은 전체적으로 시장이 산업구조의 어느 발달 단계에 위치하느냐, 민간 경제의 제반 여력이 어떠한가 등에 따라 유의미와 무의미가 결정된다 본다. 이는 더 거시적으로 전체적인 케인지안 모델 자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전후에는 소비, 투자, 자본 등 전반적인 민간 경제 파트가 모두 평등하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의 준(Quasi)통제가 불가피했다. 중공업 위주 2차 산업의 상당 부분은 체계적인 노동과 자본의 집약이 중요했기 때문에 정부가 하건 시장에서 하건 여건이 되는 쪽에서 하면 되었다. 이는 반도체 산업 등 현재의 일부 주요 산업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의 전환 등 민간경제주체의 경제적 자원과 경제활동이 활성화-다양화-복잡화되고, 공업 주도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서비스업 등 3차 산업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4차 산업은 고도의 기술 집약인데 매우 섬세하고 발전 양상이 다발적/빠르므로 정부 주도보다는 고도의 기술을 지닌 민간의 엔지니어나 혁신 기업가 등에게 맡기는 게 낫다.
문제는 정부 내지 공공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산업이 기본적인 인프라로서 투자의 필요성이 있는 건 사실인데 근본적으로 고용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에 있다. 굳이 따지자면, 전통적인 토목 중심 공공사업보다는 저출생-고령 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수요가 폭증하는데 공급의 처우가 갈 길이 먼 보육, 요양 등 '돌봄 경제'와 의료 산업의 인프라 및 인력 확충 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를 맞아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을 무엇으로 둘 지가 중요해졌다. 공공의 관점에서는 투자와 성장이 고용으로 직결되는 정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시장경제를 계속 유지하려면 비용-편익 균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에서 고용 창출과 고용보장 그 자체를 목표로 둘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전반적으로 직접 가계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고, 한다 해도 장구한 대책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경제순환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니 '최적정부(Optimal Government)'가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