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지귀연 판사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정확히는 지귀연이라는 사람은 모르겠고, 그의 행보에 근본적 하자나 흠결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귀연을 붙들고 늘어지는 건 전문가 특히 법조인에 대한 반감ㆍ편견이 전제된 포퓰리즘일 뿐이다. 내가 보기엔 지귀연은 안타깝게도 어느 쪽에게도 부당하게 모욕당하는 이 시대의 다수의 제3자 중 하나일 뿐이다. 더이상 모욕적 주목을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니 한 시름 덜었을 것 같다. 딱히 칭찬할 것도 비난할 것도 없이 내용만 가지고 판단하면 그뿐이다.
거기서 해명이 안 되어야 그 때 가서 인적 요소를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처음부터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공격하고 들어가며, 대개 메타인지도 떨어진다.
지귀연 판결은 1차적이긴 하지만 지난 계엄 사건의 사법적 평가를 깔끔하게 잘 마무리했다. 세간에서 나오는 말들은 요즘 입 있는 자들은 다 하나씩 불만이나 비난을 거르지 않고 떠들어대는 것일 뿐이다. 언론 기사 일부도 그렇다.
판결은 사법이라는 체계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그냥 읽어버리니 문제가 된다. 예컨대 '장기독재 의지'에 관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증거에 기초할 때 그런 결론에 확정적으로 무게를 싣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본다. 자유심증주의 자체의 내재적 한계도 있고, 이런 중대한 사건에서 피고인의 주관적 의지를 함부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형량 역시 할 수 있는 한 최대를 과했다고 본다. 엄밀히 따지면 전두환과 윤석열의 행위를 온전히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범죄전력 언급도 그냥 양형인자의 건조한 언급 중 하나가 아닌가 싶고. 사법의 문장은 기본적으로 건조하게 읽어야 한다. 자의적 해석이나 감정을 빼고.
대통령의 통치행위 존중은 이미 무제한적으로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 확립이라는 전제 그리고 근본적 원칙으로서 사법 자제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민주적 위임으로 대의하는 대통령을 사법부가 적극 통제하고 훈계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법원에 요구했던 지점이다. 정치권ㆍ일부 언론과 시민사회는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자기들의 잣대로 계속 사법부를 흔들며 다른 무엇보다 원칙의 일관적 관철을 방해하는 극도의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를 보인다. 법원이 민주당 또는 국민의힘이 원할 때 그렇지 않을 때를 가려 가며 이중잣대ㆍ비일관성을 보이는 건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의 붕괴를 의미한다.
본질적으로 민주적 위임 없는 소극적 작용이며 또 구체적 쟁점을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성문법ㆍ판례 등에 구속되어 있는 것이 사법이다. '자신만의 정의'에서 벗어나 '입장을 바꿨을 때도 일관되는 원칙의 관철'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 원칙에는 예외나 내재적 한계와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 한 문장만 가지고 판단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전후 그리고 전체적 맥락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