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를 논할 필요가 없는 이유

by 남재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청구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론은 당사자들이 워낙 강조하여 계속 정치적 쟁점화가 되었지만, 실은 백 번 양보해 설령 그런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충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본래 이 원칙은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요건 중 하나이다. 그런데 반대로 통치권의 절제된 행사에 있어서도 논리 구조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법의 특성 중 하나는 다층성(Multi-layered)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달리 말해 자신이 구제 받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1차적인 구제수단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인 구제수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 구조를 통치권의 절제된 행사라는 차원으로 가져가면,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을 행사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최소침해의 원칙을 준수하여 다른 모든 강도가 덜한 수단을 상황의 허락 하에 소진했거나 또는 애초에 강도가 덜한 수단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놓인다는 원리가 성립한다.

이 경우, 부정선거가 제도적 차원과 실체적(인(人)적)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자는 입법 등을 통해 해결하고 후자는 수사와 재판(형사소송, 선거소송 등), 특검, 국정조사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수단들을 동원할 정치적 사전 포석을 위해 공론화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선포를 했다. 설령 부정선거가 이루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헌법 제77조 제1항)', '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계엄법 제2조 제2항)'로 필연적으로 직결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 실제 양상을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2024년 총선 이후로 대통령은 결과를 심리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기색은 보였으나 딱히 부정선거를 공론화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비상계엄 선포 시 상황이 부정선거를 적법절차에 의해 해결할 수 없고 시민사회가 완전히 무력화되고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부정선거를 논하는 것은 사실 실익이 없다. 왜냐하면 부정선거의 실체적 근거와 별도로 그러한 문제의식을 해결할 수 있는 비상계엄이 아닌 수단을 모두 동원한 것이 아니고, 설령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 해도 당시 상황이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계엄선포권 행사 요건에 부합한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법적 요건 충족을 대통령의 주관에만 기대어 원칙적으로 사법 심사에서 배제된다는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많은 견해에서 제시하듯이, 계엄선포권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이 대통령에게 수권한 것이므로 이미 내재적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사법 심사의 범위에 포함되되, 통치행위론이나 사법 자제가 적용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적용이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헌정질서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한편,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행위를 한 전례가 없어 논쟁이 있었다. 실은 내란죄의 행위 주체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논의이긴 하다.

하지만 법학적 논의라기 보다는 철학적 논의 비슷하게 보면, 말하자면 내란죄의 구성요건(형법 제87조, 제91조 제2호)의 하나인 헌법상 국가기관의 기능을 강압에 의하여 불가능하게 하거나 헌법상 국가기관을 전복하는 행위를 '국가기관 자신이'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친위정변(Self-Coup)'의 성립 문제이다.

예를 들어 전근대 국가의 주권자이며 정부는 왕이었는데, 왕이 자기 자신에 대해 내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모든 의원이나 관료 등도 국가권력의 일부이다. 그러니 왕이 의회를 강압적으로 해산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왕의 주권과 통치권이 모두 보장된다는 전제가 있는 한 왕이 반역을 저지른다는 말 자체가 성립 불가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대 법치주의는 대개 민주정에 기초한다. 더하여 우리나라는 공화정이기도 하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통치권은 삼권으로 분립된 (광의의) 정부에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 따르면 통치권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만 비롯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따르면 대표자는 주권자로부터 위임을 받아 수권한다. 결론적으로 대표자가 자의적으로 헌법이나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여지가 상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 주권자와 정치체제에 대한 반역이 된다.

한편, 현대 자유민주주의에서는 권력분립과 이를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제도화하여 건전한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기준이 준수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이 사안처럼 삼권의 한 축이 다른 축의 기능을 강압적으로 정지하는 경우, 건전한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기준이 무너진다.

국가권력은 하나이면서 동시에 여럿이기도 하다(삼위일체?). 그러니 '그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침해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런 경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초가 붕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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