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치(人治)가 아닌 의치(義治)로의 길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사람 중심의 열린 당' '국민과 더불어' 민주당으로

by 남재준

'이재명의 민주당'이 안 되는 이유는, YSㆍDJㆍMBㆍ박근혜 등이 그랬듯 그 인물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 단어는 단순히 '이재명의 리더십과 철학을 바탕으로 재편된 민주당'을 의미한 것이 아님이 몇 년 후인 지금 드러나 있다.


뜻을 중심으로 모이면 사람은 가도 뜻은 남지만,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면 사람이 가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우리 정치는 늘 그런 식으로 5년에 한 번씩 전혀 새로운 브랜드라는 듯 '리셋'해왔다. '실제로' 바뀌었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관료나 국민들은 무슨 시대의 대의를 짊어진 듯 나대는 정치인들의 꼴을 속으로 비웃어 왔을 것이다.


문재인은 '더불어민주당 정부'를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의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의 문재인'으로서 이 정부는 '3기 민주정부'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언명한 것으로 본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민주당계 정권의 '뜻'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이는 수권정당의 존속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정권의 공만이 아니라 과도 함께 감당하는 책임정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의견의 다양성을 전제로 5년 간의 집권기간에 대한 냉정한 성찰과 평가라는 것이 필요했다.


민주당이 2022년에 야당으로 돌아간 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을 때 재정비 과정의 핵심으로 두었어야 할 일이었지만, 2022년 대선백서 자체가 어영부영 넘어가 버리고 패배는 문재인 탓, 박빙은 이재명 덕으로 은근슬쩍 정리되었다. 여기에 이견을 제시하면 '친문-친명 갈라치기'가 되었다. 정작 문재인과 이재명이라는 이질적 리더십은 해괴한 방식으로 이어졌다.


'개인의 정당'이란 노무현이 삼당합당을 거부하며 싸운 보스정치 그 자체이다. 한 개인이 의견의 생태계를 소멸시키고 민주당을 장악하는 순간, 민주당의 존재 의의 내지 그 기본 철학과 모순되면서 철학이 근본적 수준에서 몰각된다.


'이의 있습니다. 토론을 해야 합니다.' 현재의 민주당에서 이런 말이 유의미한지, 근본적으로 나올수나 있는 말인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대의를 앞세워 다양한 의견과 토론을 저해하고 의견과 토론의 '건전성' 내지 '순수성' 같은 것을 가르려는 순간 그 자체가 비민주 상태로 미끄러지게 된다.


처음에 사실상 명시적 비명을 공격하더니, 그 뒤엔 비명으로 보이는 행보를 보이는 듯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 뒤엔 비명 같은 말을 하거나 한 사람을 공격하고, 그 뒤엔 친명 중에서도 또 진정한 친명과 그렇지 않은 친명참칭자(?)를 가리고, ... 마침내는 조금만 아닌 것 같아도 공격이 시작된다(심지어 그 기준이 반드시 이재명의 뜻인지도 불분명하다). 반공주의나 전체주의 그리고 현실 사회주의 체제 등의 양상과 아주 미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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