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와 한 논쟁의 대강만 기억나는 대로 정리했다.
- 친구 : 부동산은 이미 실패한 시장이다. 무주택자가 넘쳐나는 상황인데 실수요 지원만 가지고는 안 되고, 근본적으로 부동산을 자산으로 한다는 발상 자체를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강경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책은 본질적으로 국가 개입의 필요 나아가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유한 특성으로 한다. 국민의 주거문제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최근 이재명 정부 정책이 다소간에 시장 과열을 완화한 측면이 있다. 과거 민주당 정부의 정책들은 너무 약했다. 시장에 확실하게 신호를 주지 못하니 부동산 불패 신화가 굳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완화까지 했다. 본인들도 부동산 소유자, 다주택자니까 그런 거겠지.
실패는 더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위한 이유이지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다. 부동산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것은, 주식시장이 활황인 것이 성과의 전부는 될 수 없다 할지라도 부동산으로 잉여자금이 몰리는 것보다는 낫다. 지속적으로 부동산보다 최소한 저위험 금융상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경제적 유인의 논리에 의한 것으로서 시장경제나 자본주의에 부합한다.
실은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주택이 배급제가 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 않다 하니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다주택 기득권과 맞서 싸워야 한다. 규제도 모든 행위자가 대상이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 나 : 정책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하고, 단지 의무나 명분이 있다고 해서 개입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정부의 재정에도 한계가 있고, 때로는 개입한 결과가 개입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니 정책결정을 할 때는 의사결정을 한다는 신호부터 구체적인 수단과 그것들의 조합에 이르기까지 매우 세심한 사전 분석과 민간 행위자들의 선택 구조와 시장 경향 등을 검토해야 한다.
국민의 주거문제는 중요하지만 설령 부동산시장 규제가 어느 정도 성공해 부동산 가격이 내린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어지간한 가계나 개인이 열심히 일하면 금방 내 집 마련이 되겠지 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겠는가?
결국 근본적으로는 가계의 소득 그리고 이것이 축적된 부를 늘릴 수 있도록 고용, 교육, 복지, 물가 등 제반 사회 및 거시경제 지표와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실수요자를 위한 부동산금융지원, 사회/공공주택 확충,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정도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정책 패키지가 시장을 긁어 부스럼 만드는 신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근본적으로 민주당이 집권할 때마다 들어오는 규제 예상 – 시장 과열의 패턴을 방지하려면 민주당이 말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장을 존중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을 직접 구조 재편하겠다는 정책기조는 반시장적이다. 근본적으로 부동산은 안정자산이고 주식은 위험자산이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모아 부동산을 가지고 싶어 하고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를 꺼린다. 이러한 자산의 본질적 특성과 개인의 성향은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거시 경기를 살리거나 구조개혁 등을 함으로써 주식시장에 우호적 환경을 만들고, 비록 부동산 보유와 매매 자체는 어찌할 수 없어도 재정건전성 차원이라던가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책임으로서 양도세나 보유세 강화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시장 구조 자체를 재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부적절하다.
더구나 위험자산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의 관치 개입이 이루어져 금융시장까지 교란할 수 있다. 당신의 발상은 정부의 통제권이 기본적으로 거대하고 우위에 있는 중앙집권적 봉건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로는 실패했다. 현대사회는 시장과 시민사회의 넓은 민간 영역에서 거래, 가족관계 형성 등 민간행위자가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다. 민간 행위자의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내진 않더라도, 단지 한 행위자에 불과한 정부가 양동이로 강을 채우려는 시도처럼 오만하게 선택하면 되레 개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예컨대 실수요와 투기적 수요를 구분할 수 있고 투기적 수요를 근절한다는 생각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다. '집이 사는(living) 곳이 되어야 한다'는 맞지만 이는 지향이나 당위일 뿐 '정부가 강제하고 압박한다고 해서 그런 결과에 도달하지는 않고 도리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매매 중에는 투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매매를 통해 얻는 이익이 항상 투기인 것이 아니고 그걸 골라낼 방법도 없다. 물론 투기 수요 자체는 존재하는데, 그로 인한 매매 수익은 불가피하게 일괄적으로 과세표준이 고액인 경우 중과세를 하는 식으로 대가를 치르도록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메커니즘 자체를 통해 시장을 ‘교정’한다는 건 비합리적인 발상이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은 시장이나 시민사회, 전문가 등 각 행위주체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들의 당위성에 의해서만 행동한다. 그러니 민간 행위자의 메커니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도덕적 명분에만 사로잡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을 내놓곤 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결국 모든 사람이 규제 대상이다. 부동산금융 규제도 금융 레버리지를 안고 부동산을 구매하려던 실수요를 차단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