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했다는 2025년 기준 정당 후원금 통계는 꽤 놀랍다. 후원 여부와 규모는 정당에 강하게 연대하는 사람들의 정도를 방증한다고 본다.
민주당은 제3자적 관점에선 대과가 없고 대체재도 없으니 1위(약 13억)는 당연하다. 조국혁신당은 약 4억 정도인데, 진보당의 9억이나 개혁신당의 8억에는 1/2 정도 밖엔 되지 않는다. 진보당은 영남임해공업지역에 아직 노조세ㆍ운동세 그리고 호남 농업계가 뒤에 있어 보이고,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개인 영향력이 건재함을 방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조국은 사회 경력도 많고 네트워킹도 두텁고 지지층의 열성도 있었는데도 성폭력 문제 처리 등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모양이다.
1-2억 정도인 원내 군소 진보정당인 기본소득당ㆍ사회민주당은 크게 이상할 것 없고, 마찬가지인 원외 극우정당 우리공화당ㆍ자유민주당ㆍ자유통일당도 그렇다. 특히 전자는 별로 논의의 가치가 없다. 국정선거에서 뛰지 않는 정당은 독자적 존재 의의가 사라진 것이나 매한가지이다. 더구나 그냥 단일화도 아니고 위성정당으로 투항했기 때문에 민주당에 목줄을 잡힌 자들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정의당과 황교안의 자유와 혁신이다. 둘 모두 원외 정당인데 각각 약 9억(진보당에 이어 3위)과 5억을 기록했다. 솔직히 황교안 측의 사정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보수진영의 종가가 되는 정당 대표였고 신앙적으로 정치를 하는 경건함과 친박ㆍ친윤 모두에 지니는 호소력 같은 게 있었던 모양이다.
정의당은 각별하다. 작년 기준이니 2022년 지선 득표율 덕에 원외정당임에도 간신히 대선토론에까진 나올 수 있었던 권영국 후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살린 것 같다. 또 오랜 세월을 지나며 한결같이 인물이 아니라 대의로 뭉친 정의당원들의 정치윤리는 나름 각별해 보인다(정파 간 다툼이야 별 수 없는 일이고..). 우습게도 민주당은 정책 노선은 그대로인데 태도는 강경하고 권위주의ㆍ집단주의의 요소를 지니게 되었으며 철학은 변질되었다. 정의당은 철학ㆍ정책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하지만 촉한처럼 인재와 대의로만 유지되다보니 태도는 더욱 무기력해졌다. 결과적으로는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더 원칙적이고 중도적이어 보이기도 한다.
쟁쟁한 원내정당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또 변변한 강렬한 리더가 없음에도 후원금 3위를 기록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물론 이것이 얼마나 실물자본으로 번역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제일 심각한 건 확실히 국민의힘인 것 같다. 현재 스탠스 기준으로 주류보다 왼쪽이면 개혁신당이나 친한 등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주류보다 오른쪽이면 자유와 혁신이나 자유통일당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남은 사람들은 예컨대 윤석열을 지키려면 국민의힘에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거나, 미우나 고우나 보수의 종가는 국민의힘이라거나 하는 생각 등을 지녔을 것 같다. 문제는 그들을 다 합쳐도 의석수 기준으로 약 1/35 정도에 지나지 않는 진보ㆍ정의ㆍ개혁에조차 충성도나 결집도에서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