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보수주의의 유용성

by 남재준

나는 영국식 보수주의, 정확히는 버크식 보수주의(Burkean Conservatism)와 일국보수주의(One-nation Conservatism)에 친연감을 느낀다.


비록 현재는 케미 베이드녹 현 영국 보수당 대표로 인해 밀려나 있지만, 그녀가 추앙하는 마거릿 대처 이후의 보수당과 마찬가지로 결국 일국보수주의는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보수당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보수적인 나라를 섬기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는 돌아올 겁니다(We will be back)."
_ 존 메이저(John Major, 1943, 영국 총리 1990-1997), 1997년 총선에서의 역사적 대참패로부터 얼마 뒤의 연설에서.


존 메이저의 말은 노동-보수 대립을 전제로 한 말이지만, 실은 대처주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대처 이후의 일국보수주의는 신자유주의 요소를 상당히 내포하게 되었지만, 이는 본래 이 사상에 내재된 유연성에 기인한다. 대처주의는 영국 보수당의 본래 전통과는 상당히 다르다. 물론 당연히 일국주의에서도 시장경제를 옹호하지만, 대처주의처럼 시장근본주의는 아니다.


일국보수주의는 계급 균열에 대한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대응적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에서 계급ㆍ계층, 인종ㆍ민족, 젠더, 섹슈얼리티, 이념, 세대, 지역, 종교 등으로 복잡하게 극단화된 시대를 치유하는 적정한 철학적 처방이 될 수 있다.


개인과 공동체 중 어느 일방을 강조하지 않고 상호의존적으로 유기적 총체를 이루며, 따라서 시장이나 정부 어느 일방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구체적인 상황적 맥락과 민간 주체들의 행동 경향이라던가 예측되는 결과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불개입 또는 개입의 최적 정도와 수단과 기간 같은 것들을 판단하는 현명함을 요청한다.

이미 겪어보고 시간이라는 시험을 거친 것들에 대한 신뢰, 인간의 불완전성 전제와 급진적 변화에 대한 회의가 보수주의의 핵심이다.


시간이 흐르고 자유주의가 Status quo 원리가 되면서, 자유주의적 원리를 보수주의적 지혜를 가지고 고수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오늘날 비신자유주의 온건보수주의의 전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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