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손에 잡히지 않다가 오랜만에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글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을 쓰려다가도 쓸 것도 달리 없어 쓰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소용이 있지, 싶은 생각이다.
물론 소용이 있어서 글을 쓴 적은 없기는 하지만..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무안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단 한 사람도 연락하지 않는 것이 야속하면서도, 그들 중 누구도 내 심연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만나거나 어디를 가면 한때나마 잊을 수도 있겠지만 작은 일상조차 무력한 현재이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검은 개'를 느끼고 있다.
방어기제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인지, 무언가를 향하고 있거나 무언가에 쫓기고 있을 때에는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검은 개를 느끼지 못했다.
목표가 개를 억눌렀다.
그 개가 진정으로 문제라는 걸 느끼는 이유는, 목표라는 방어막이 사라지고 내가 이 개를 마주하니 이것이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를 전혀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제껏 이 개의 정체를 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의식적으로는 왜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지금 이토록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인지를 전혀 모르겠다.
원인을 안다고 생각한 고통의 원인들이 없어진 후, 나는 새로운 미지의 심연에 도달했다.
이 심연에서 내가 탈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