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nosaurs를 보고
https://youtu.be/ib6S6z5hN_Y?si=yJlraw8G5zCE6pKF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The Dinosaurs>를 봤는데 나름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마지막의 백악기-팔레오기 대멸종('Chapter 4 : Fall')을 아주 서사적이랄까.. 문학적으로 다루었던 점이 크게 와닿았다.
공룡의 멸종은 많은 컨텐츠들이 묘사해 온 소재인데, '제국의 멸망'이라는 식으로 다뤄진다. 이 다큐에서도 기본적으론 그렇긴 한데, 동시에 공룡 개인의 1인칭 시점을 함께 보여주며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다 뚜렷하게 느껴진 것이 감정적 파고가 컸다.
임팩트로 순식간에 멸종이 발생한 직후 불바다를 걷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를 따라간다. 그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마주치지만, 마치 싸울 기력도 없다는 듯 완전히 지친 바이브로 가버리는 티라노사우루스와 그 반대 방향으로 터덜터덜 가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묘사가 슬프다.
마침내 초라하게 쓰러져 점점 텅 비어가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눈을 천천히 계속 지켜보는데 죽은건가 그러지 않은건가가 구분이 잘 안 되었다. 사실 폭군이라는 별칭은 인간의 시선일 뿐, 아무리 거대한 포식자라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을 뿐 이 사슬이 분쇄되면 쉽게 바스러질 수 있는 한 생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처절하게 보여줬다.
공룡은 1억 6천만 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다. 현생인류의 등장으로부터 현재까지는 불과 30만 년이다. 대강 50배의 세월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 6천만 년 뒤에도 호모 사피엔스가 계속 지구상에 존재할까? 그전에 인간은 지속불가능성에 도달해 이미 저절로 멸종해 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생존하고 또 생존하며 하늘을 가르는 소행성을 갸웃거리며 올려다 보았을 공룡들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까? 아니라면 그전에 우리가 이 행성으로부터 용서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탈출하게 될까?
지금까지의 우리의 인식세계 안에서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데까지 검증했던 바에 의하면, 우리는 그리고 근본적으로 생명은 화학반응에 의한 유기물 형성에서 시작되었을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그저 우연히 존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연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공룡들처럼.
적어도 우리는 우리가 언제든 파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은 한다는 차이는 있다. 자연사의 장구한 흐름 속에서, 종국에 이것이 행운이 될까 불운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