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전략 투자와 체감 경기 개선 필요'를 '윤석열 칭찬'으로 읽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6230963
민주당의 비난은 번짓수를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을 넘어 유치하기 짝이 없다. 한동훈의 요지는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이었어도 코스피 6000을 찍었느냐가 아니고, 뜯어보면 윤석열 칭찬도 아니며, 그 말 자체도 애초에 그냥 논지 전개를 위한 가정적 예시에 불과하다.
핵심은 특정 제품의 가격이 장기 추세로 상승하고, 그러한 흐름 내에서 구조적 요인 등으로 갑자기 급등하기도 하는 현상인 슈퍼 사이클(Super Cycle)이다. 일반적인 제품생애주기(Product Life Cycle, PLC)보다 시간적으로 훨씬 긴 사이클이기에 슈퍼가 붙은 것이다.
원유나 곡물 등 범용 원자재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은 20년 넘게 등락을 반복하되 큰 틀에서 장기호황을 유지해 왔고, 최근에는 AI 산업 급성장으로 인해 역시 반도체 수요도 급증해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고 산업은 활황이니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 한국경제 기사에서는 이 주기는 이재명 정부 말년인 2030년까지는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본다(다시 찾아온 반도체 호황…슈퍼사이클 정점은 2030년 │ 매거진한경).
반도체 산업은 제품 자체 특성이라던가 시장 상황이 주 요인이 되어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각별히 이재명 대통령이 주 요인이 아니었다는 게 한동훈의 견해이다. 그 가정적 예시로서 하필 윤석열을 들었던 것 뿐이다. 그런데 기본 전제가 반도체 산업 자체 특수성 때문이지 윤석열이건 이재명이건 대통령이 변수가 아니라는 말이므로, 딱히 윤석열을 칭찬한 것도 아니다.
또 정부는 제약조건 하에서의 수익 극대화가 목표인 투자자들과 달리 코스피 지수 상승에 그냥 좋아만 할 수 없는 정책 주체이다. 주식시장의 건전한 운영과 더 크게 보면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의 안정화 및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움직이는 주체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반도체 등의 슈퍼사이클에만 의존해서 계속 갈 수는 없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처럼(지금의 슈퍼사이클은 마지막 잔불…지도가 아닌 나침반을 들 때코리아 슈퍼사이클 │ 매거진한경) 지금은 호황이 아닌 마지막 잔불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Fast-Follower(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First-Mover(앞서 가는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벌써 10년도 더 전부터 나온 얘기이다.
그러려면 이정동 교수의 말대로 개념설계(Conceptual Design) 역량이 필요하고, 정부와 금융이 리스크 투자에 도전하며 벤처자본 규제완화 같은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달리 말해 미래 산업과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 대한 구상의 필요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건 단지 자본과 노동을 집약하고 기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술을 '창조'하는 역량이므로, 양적인 접근이 아닌 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지론이다.
질적인 접근이란 사회문화의 '공기'가 좀 더 개인에 대한 진입장벽이나 구조적 압력 등을 완화하고, 교육혁신과 삶의 질 개선 등을 통해 인재들이 자기 뜻을 펼치는 것이 지금보다 용이하도록 만들어 간다는 의미이다. '창조적 선도자'가 되려면 정책도 '직접 양성' 마인드에서 '토양 조성' 마인드로 인식과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양한 인재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중기적으로는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슈퍼 사이클 종기에 사전 대비해야 한다. 한동훈의 말대로 비메모리ㆍ파운드리 등 아직은 약한 분야에 힘을 실어 국민경제 입장에서의 위험 분산, 포트폴리오 전략을 펼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고용 창출 유관 산업을 좀 더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와 연계해서, 사실 제일 핵심은 (한동훈도 언급했던) 체감 경기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한국은행에서는 경기회복의 이익이 상층에만 집중되는 K자형 성장 양상을 지적했다. 계속 고질적 문제였고 나도 계속 말해 왔으며 우리 국민 모두가 체감경기 개선을 느끼지 못하고 고용 없는 성장과 워킹푸어, 청년 비경제활동인구화 등의 문제는 계속된다.
이재명의 그나마 있던 장점이라면 자동화와 노동-소득-소비 연계 고리의 약화나 전체적으로 극심한 양극화를 기본소득-기본사회 등 좀 더 공세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사실 당시의 문제는 민주당 경제정책 기조 자체가 소비만으로 경제성장이나 국민경제를 지지할 수 있을 것마냥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건 잘못된 주장이지만 그래도 소비가 부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건 맞다. 다만 현금 지원 위주는 안 되고 구조개혁이 필수이다. 헌데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후부터는 그나마 있던 장점마저 없어졌다. 뜬금없이 보수 흉내를 내며 친시장을 강조하고, 구조개혁은 신년에 들어오면서 말은 던져 놨는데 관심이나 진척이 안 보인다.
주식 투자는 그게 되는 자본이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 정책대상의 차원에서 정말 중요한 건 적은 돈으로만 투자해 보거나 그럴 여력이 없는 이들이다. 그들이 한계소비 성향이 높고 많은 국민들이 여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두터운 중산층을 복원하고 저출생-고령화 등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초점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에서는 현재의 경기 개선이 일시적이며 구조개혁을 요구 받는 저출생ㆍ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들의 근본적 해결 필요를 시사했다. 아직까지 소비보다 저축의 유인이 크다는 것이다.
조국당에서는 한동훈이 개미 투자자가 아니라는 말을 했는데, 오히려 주식 투자자라면 자기 이익이 결부되어 있는데 공정한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에 집착하는 것도 본인의 이해가 있어 왔기에 은연 중에 기운 면이 있다고 본다.
또 누누이 언급해왔듯이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정책은 개미 투자자들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뿐더러, 정부가 자꾸 주식시장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빚투 등 요행을 바라는 사행성 선택을 조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내외부의 지적은커녕 자화자찬을 넘어 아예 대놓고 아부하고 옹호하기에 여념이 없는 민주당과 조국당은 여당과 야당으로 결격이다.
결론적으로 한동훈의 말은 지금 누구도 제대로 짚지 못하는 이재명 정권의 자화자찬 뒤 본질을 제대로 타격했다. 주식투자 자체의 비판이나 윤석열 옹호로 읽었으면 비합리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오독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론 강조 부분은 조금 염려된다. 한동훈은 민주당 구주류와 상당히 비슷한 바이브와 정책을 내면서도 견고한 재정 전략이 없었다. 이는 지난 2025년 (그 대선에서의 모든 거대양당 경선 후보들과 매한가지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도 그러했다. 그가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대책을 앞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
어쨌든 비록 바이브나 감성(좀 더 차분한 바이브를 바라지만.. 뭐 본래 본인 성격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 철학에는 그다지 감흥이 없지만 그래도 한동훈의 견해는 지금 필요한 '정책야당'의 모습을 부분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한동훈을 버린 것은 대실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