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걸까

미성숙 정치ㆍ무비전 국정을 지켜보며

by 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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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고물가 등 '3고'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집권여당이 민생보다 이념형 논쟁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가 크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일반 국민을 향한 경제·민생 의제는 사라지고 일부 지지층을 겨냥한 개혁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 관련 건이라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공소 취소 국정조사 추진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다"고 했다.]

이제야 민주당의 2016년 총선 공천 때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정청래가 낙천된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민주화운동권식 바이브나 사고방식이 왜 정치에 들어오면 안 되는지도.

구체적 현실대책 아닌 추상적 교조주의에 사로잡힌 조직화된 폭력. 강경파는 액셀러레이터나 양심으로만 남아야지, 운전대를 맡기면 안 된다.

민주당은 보수당이 주류였을 때의 폐단을 자기들 버전으로 착실하게 전철을 밟는 중이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는 법이다. 지금 치르지 않는다 해도 나중에 축적되어 크게 돌아오게 된다.

과연 이게 '대통령을 위한 길'일까? 하기사 이자들도 대통령 본인이 당대표 때 꽂아넣은 자들이니, 책임도 후에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동으로 질 것이다.

대통령과 당에 직언이라도 하는 여당 정치인을 한 사람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금태섭을 쫓아냈을 때 크게 분개했는데, 호기롭게 대체한 강선우의 현재를 보라.

문재인 정부 때도 직언하는 이가 한 사람이 아니라 몇 사람은 있었고, 민주당의 내부 권위주의ㆍ포퓰리즘은 그때부터 이미 시작되었어도 각료 출신ㆍ비주류 중진이 독자 창당도 아니고 국민의힘으로 이탈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이낙연 대표 때는 되레 '너무 풀어줘서 시끄러운 거 아니냐'라는 말까지 있었다. 차라리 그게 백배는 나았다. 문재인 정부 1년차 즈음에는 이탈했던 비문 국민의당 호남계 중진들이 서서히 유화적으로 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런 감화 능력은 전혀 없다.

이런 상황ㆍ문화를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또 윤석열과 국민의힘 뒤에 숨으려고? 180석짜리 집권여당이? 소비에트 혁명조차 안티테제가 아닌 철저하게 진테제를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의 진테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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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전 의원은 정치의 극단화를 키우는 요인으로 팬덤 정치와 유튜브 등을 거론하며 “언젠가 사람들이 ‘이건 우리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고 깨닫는 지점이 올 것”이라며 “중산층 복원과 함께 평형감각을 가진 깨어 있는 시민들이 사회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서로 대화하지 않는 건 정치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당사에 여야가 반목하지 않은 예는 없었다. 역대 국회 원내대표단은 비슷한 여건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시도했고, 명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뤄낸 경우가 많았다. 19·20대 국회를 이끈 전직 원내대표들은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의 대화도 잃은 22대 국회를 향해 “정치 퇴보를 퇴보로 느끼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19대 국회는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협상의 통로가 살아 있던 시기로 평가된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 분위기를 떠올리며 “책임 규명 과정에서 집권당이 ‘야당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야당도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토론과 의견 수렴 경로가 많았다”며 “사회적 상식에 부합했기 때문에 협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간 만남이 잦았다. 같이 식사도 많이 하며 ‘서로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로 싸우더라도 공익을 챙기자는 공통분모로 일정 부분 협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은 “당시엔 ‘안전한 국가’라는 퍼블릭 베네핏(Public benefit)을 놓고 토론이 많았는데, 지금 국회는 특정 집단 이익을 위한 토론만 많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 전 의원도 ‘대화와 타협’을 의회 정치의 본령으로 짚었다. 그는 2015년 원내를 이끌던 당시를 거론하며 “국무총리 인준안, 김영란법,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할 때마다 야당 원내대표를 설득했다. 원내가 합의해도 각자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하니 진을 뺐다”고 돌이켰다. 특히 공무원연금법의 경우 “청와대가 원하는 수준과 야당의 주장 사이 중간 타협점을 찾느라 밤낮으로 만났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게 의회 정치”라며 “지금처럼 퇴보를 당연한 듯 여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19대 국회 야당 원내대표를 지낸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지금의 국회를 ‘팬덤에 목숨 거는 극단적 정치 퇴행’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금 정치권은 똘똘 뭉친 소수의 극단주의자가 정당 내 의사결정을 상당히 좌우하는 구조”라며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을 내팽개치고 팬덤에만 목숨을 거니 정치 퇴행이 일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배신자로 낙인찍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할 소수파가 설 자리를 잃었다며 쓴소리도 했다.

19대 국회 때는 세월호 참사라는 사회적 충격이 발생하며 국민의 안전이라는 공공이익을 중심으로 거국적 논의와 논쟁이 벌어졌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과 다당제 구도로 다수당의 일방 처리를 저지할 수 있는 정치 지형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특히 국회의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갖는 관례가 유지돼 법안 처리를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수였다.

2016년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의 다당제 구조가 형성됐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국회 여당 원내대표 출신의 민주당 한 중진은 “당시에는 교섭단체가 여러 개였고 어느 쪽도 절대다수 의석이 없어 일방 처리는 못 했다”며 “쟁점 법안은 이견이 있어 막히기도 했지만 비쟁점 법안까지 정치 사안에 연동해 붙잡고 늘어지는 일은 지금처럼 흔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비쟁점 법안도 쟁점화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남발하고, 당대표 등 지도부가 원내 협상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원내대표 간 합의가 뒤집히는 일도 잦아졌다”고 지적했다.

20대 원내를 경험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해 “자유당 시절에도 보기 힘들었던 야당 경멸”이라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현 집권 세력의 초헌법적 태도를 협치 실종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힘의 균형이 깨진 국회에서 다수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확신을 갖기 쉽고, 소수는 ‘막을 수 없다’는 체념에 빠진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지낸 심재철 전 의원은 원인을 “여야 간 지나친 세력 차이”에서 찾았다. 그는 “세력 관계가 크게 벌어지면 다수는 이야기를 들을 유인이 줄고, 소수는 협상력을 잃는다”며 “지금은 물밑 조율을 통해 의견 차이를 줄이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5.3.17. 청와대에서 회동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함께 배석했다.)


2025.9.23.


나는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전부 나름의 '통치자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이재명 대통령은 제외하고.

물론 나도 알고 있다.

그들은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었고, 아들이 설치게 두고, 외환위기를 초래했으며, 정계 은퇴를 번복하고, 대통령치고는 즉흥적일 때가 상당했고, 국민-야당과 잘 소통하지 않거나, 언론과 시민사회에 부당한 압박을 가하거나, 대규모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비선 실세가 있거나, 내로남불과 사회 분열을 묵인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통치자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 평의원들 중 몇몇이 설쳐도 적어도 '최종보스'인 당대표나 대통령 만큼은 무언가 남다르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들은 어찌되었건 자신들 나름대로의 경륜, 화두, 신념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국정을 나름대로 방향성을 가지고 꾸려나갔다.

일례로, 나는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보수가 보수답고, 진보가 진보다운 마지막 세대였다.

물론 두 정부 모두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상당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세상에 완벽하게 모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정치가 있을까?

사실 두 대통령이 모두 내향적인 편에 말이 많지 않은 편이라 그런 오해를 받은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 나는 기본적으로 리버럴 성향이었지만 보수 세력에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긴 했지만, '응당 내가 가져야 할 책무'라는 것이 있기는 했던 것 같다.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품위와 역량이 동시에 없지는 않았다.

국정을 하는 연기를 했다면, 박 전 대통령은 그 연기라도 잘 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최소한의 정치적 성숙의 시대는 문재인 정부의 종료와 함께 끝났다.

윤석열-이재명 두 정부는 어느모로 보나 정부의 권위가 실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전체에 문제가 되었다.

물론 이는 이전 정부들이 신뢰에 타격을 주고 사회 분열을 조장한 측면들이 돌아온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핵심은, 이 두 정부가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보다 그 전 세대보다 못하게 정치의 질을 퇴보시켰다는 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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