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치가 소중하다

by 남재준

최근 정치적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생활자.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든 현대인들 한 사람 한 사람. 본래 경제적으로는 가계의 소비자ㆍ노동자로서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사회적으로는 중산층ㆍ서민, 화이트ㆍ블루 칼라 직장인, 주부, 청년ㆍ사회초년생ㆍ장노년층ㆍ아동과 청소년ㆍ사회적 소수자 등 중상층 이상 전문직ㆍ고소득자ㆍ자산가 등을 제외한 '일반사회'를 가리키기도 한다.

또 하나의 의의는, 생활자 즉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정책대상이 아니라 각자 자기 삶에서 싫건 좋건 주연을 맡아야만 하는 주체들이라는 점이다. '천부'인권이 되는 이유이다. 인간존엄성과 인권은 객관적으로 개인들에게 일신전속되는 가치이며 질서이다.

사람의 자율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에 대해 자립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Empower하는 방향으로 정책설계와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단지 설계자적 관점에서 국민들을 '적용 대상'으로만 취급할 수 없다. 예컨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직장인들을 더욱 과로사회와 불안정고용으로 내몰거나, 함부로 개전하여 군인들의 생명을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


돌봄.

단지 흔히 생각하는 보육, 요양, 간호 등을 말하지 않는다. 기존의 전반적ㆍ지속적인 우울 증가세에 더하여 특히 최근 청년의 고립ㆍ은둔ㆍ우울ㆍ불안 등 실존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마음건강지원사업 등 정신의학ㆍ임상심리 등에 의존할 부분도 있겠으나, 전문적 서비스나 정책만으로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사회 전반의 구조적 모순이나 문화적 바이브 등이 영향을 미치는 면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람들은 대상으로 취급되어서 안 되기 때문에 정치적 리더십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가 행정이나 정책 및 경영 등 다른 제반 사회경제 기능들과 구분되는 특질이다.


자비와 무위.

동아시아적 가치의 원류에는 위계와 예의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소박한 본성에 기초한 자율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중심으로 하는 공존을 도모하는 도가와 불교도 있다. 유-불-도의 동아시아 사상은 공통 근본에 만물의 상호연결성과 인격적 선(善)에의 지향이 있다. 사실 서구적 가치에도 기독교와 자주 연계되는 인격주의(Personalism)가 있다. 이는 동서양을 가로질러 매우 심원하게 연결된다.

오늘날 개별성을 강조하는 서구적 가치가 결국에는 극단적인 상대주의와 동시에 자기만 옳다는 폭력으로 귀결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인과 사회 어느 일방을 강조하기보다 개인은 타인과 공존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배려의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는 개인이 돌봄의 사각지대에 빠지지 않고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지지대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호보완성을 통한 중용과 균형이 조화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부드럽게 도모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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