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사인으로서의 행위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소위 '인테그리티(Integrity)'의 문제이다.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이 주어진 제약 조건 안에서 어느 정도로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공인(公人)은 공인이면서 동시에 사인(私人)이기도 하다.
이는 규범적 차원에서 볼 때, 통상 공인이 지니게 되는 위상과 영향력에 비례하는 의무와 책임을 부담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동시에 사인으로서 다른 많은 이들과 평등하게 주어진 제약 조건과 환경 안에서 자신에게 최선을 선택하며 사적 영역을 보장 받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이 문제는 까다롭다.
우리는 자연인(국민)으로서의 권리(기본권)와 대통령으로서의 의무가 충돌한 사안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서 본 바 있다.
공인의 타인으로부터의 비난ㆍ비판 등에 대한 수인한도의 문제도 있다.
예컨대 공인을 대상으로 한 비난 또는 비판이 과연 사인에 대한 명예훼손인지 공적 사안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인지를 가리는 문제는 쉽지 않다.
타인의 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했듯 공인은 대외적 위상ㆍ영향력이 상당하므로 그에 비례하는 자신에 대한 비난ㆍ비판의 수인 의무를 지닌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공인의 차원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으므로 사인에 대한 비난이 더 무거우면 수인 한도를 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한동훈-유시민 간 소송에서 개인적으로는 유시민의 표현은 사인 한동훈이 아니라 공인 한동훈을 겨눈 것이고, 또 그것이 심각한 공적 평판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힘들기 때문에 한동훈이 수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타인이 아니라 공인이 자기 자신에 관하여 한 행위는 어떨까?
만약 공인이 공적 주장(e.g. 특목고는 폐지되어야 한다)을 하는데 사인으로서는 '배치되어 보이는' 행동(e.g. 자녀를 특목고에 입학시킴)을 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일률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률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란, 본인이 사인으로서 받게 되는 현실적 제약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특목고를 폐지해야 한다'라는 공적 주장을 하는 것이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지 않는다'는 사적 선택으로 이어져야만 한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인, 한 부모로서는 어쨌든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데 당장으로서는 경우에 따라 특목고 진학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공적 행보 때문에 자녀가 구태여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거나 최선의 선택을 방해 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 해당 공인이 부정행위 등을 배후에서 하거나 하지 않는 한, 이런 경우 입학을 지원한다고 해서 합격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다른 이들과 평등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진학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 진학이나 진로에서 계속 순탄하기만 하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자기 자식은 잘 되고 나중에 올 사람들은 못 되어도 된다는 거냐.'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고 본다.
만약 구조가 변동하면 환경도 변동하기 때문에 '잘 되는 것'의 조건과 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부동산 투기를 엄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 본인이 다주택자라고 한다면 이것은 비난의 확률을 높인다.
'확률을 높인다'고 함은 몇 가지 구체적인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부동산 투기를 엄금해야 하지만 다주택자라고 하더라도 투기용으로 쓰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뭐라 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고 또 본인도 다주택자이긴 하더라도 딱히 매매가 활발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다주택자이면서 투기를 했다는 이유로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투기와 투자는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애초에 살아가는 데에는 1채면 충분한 것을 구태여 다주택 보유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본인은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다주택 보유를 상당 기간 해 왔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아예 근본적으로 '부동산 투기와 투자는 구분 불가하다. 그리고 사유재산권은 가능한 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기조 자체에 반대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다주택 보유를 하는 경우 당연히 문제되지 않는다.
어차피 단일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이 주어진 제약 조건 안에서 어느 정도로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인이라고 해서 그의 공적 언행을 반드시 사인으로서의 사적 언행에 직결시켜 규범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다지 타당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