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민주주의는 다원적 정당 생태계로부터

by 남재준

한 이념 진영 안에서 1.5 체제가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일본 : 민주당 + 사회민주당 (90년대-2000년대)

- 한국 : 민주당계 + 진보정당 (2000년대-2010년대)

- 대만 : 민주진보당 + 시대역량 (2010년대 후반)

- 캐나다 : 자유당 + 신민주당

- 영국 : 노동당 + 자유민주당


고도화/복잡화된 현대 대의 민주정치체제 안에서는, 정당의 기능이 긴요하다.


정당은 매우 특수한 조직인데, 국가기관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익집단이나 사회운동조직 등처럼 단순히 투입이나 환류(Feedback)를 제공하거나 또는 국민들의 투입이나 환류를 집약하는 역할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정당은 언론처럼 아예 와치독으로서 권력 자체와는 거리를 두고 외부자적 시선에서 감시하고 비판하며 국민의 의사 그 자체를 위한 표현 통로가 되는 등의 기능을 하지 않는다.


정당은 순수하고 좁은 의미의 정치조직으로서, 그 자체가 권력체가 된다.


정당은 유사한 정치이념을 지닌 시민들의 의사를 집약하고, 정책결정기구와 시민들을 연결하고, 동시에 입법-행정을 통합하는 이음새가 된다.


또 무엇보다 정당은 정치적 충원을 담당한다.


사회가 복잡화될수록 질서와 체계의 필요성이 커지는데, 그 과정에서 정당은 특히 막강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하여 정당은 현대정치에서 이음새가 아닌 그 자체로 일종의 권력기구가 되어 있다.


정치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은 비록 지원에 한계가 크다 한들 공천을 통해 거대 정당의 네임 밸류를 빌려야 당선 가능성이 현실화된다.


또 유권자들은 보통 거대 양당 중 하나를 고르지 않으면 사표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최근에는 거대 양당이 당원중심주의를 강화하며 정당은 일반사회와는 멀어지면서 동시에 내적인 이념적 순수성에 대한 요청은 강화되었다.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헌법 제8조 제1항)하고, 동시에 정당이 법률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고 운영 보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한다(헌법 제8조 제3항).


정당은 그 설립 요건과 절차에 관하여 법적 규제(정당법 제4조~제18조)를 둘 뿐만 아니라 정당해산심판제도(헌법 제8조 제4항)가 있다.


그런데 헌법상 복수정당제는 반드시 다당제를 예정하지 않는다.


복수라는 것은 일당제만 피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서를 갖춘 현실 정치에서는 보통 양당제로 수렴하여 권력 획득을 최대한 용이하게 하기 마련이다.


양당제는 많은 국가들에서 형성되었는데, 거대 양당은 그 자체로 국가기관에 준하게 인식되기도 하고 헌법이나 정당법의 규제는 큰 의미가 없다.


한 마디로 거대 양당이라는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나아가 권력기구가 되는 정당들은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당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아닌 개별 정당은 언제든 흥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양당을 견제하기 위해 정당 자체에 대한 규제를 두는 건 적절치 않다.


양당제의 폐해는 현실 정치의 문제이기에 대책도 현실 정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정치공학적 차원에서건 이념-정책적 차원에서건 거대 당이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견제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중소 규모 정당이 있는 형태의 구도가 제일 바람직하다.


이런 경우의 전형이 바로 독일이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나 벨기에처럼 말 그대로 수많은 정당들이 난립하고 동등하게 앞서는 주요 정당이 원내에 최소 4개 정도 되면 정국과 국정 운영의 효율성이 과하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거대 양당이 각각 의석의 1/3씩 분점하고 나머지 1/3을 여러 성향의 중소 규모 정당들이 분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이것이 가장 잘 구현된 경우가 바로 2016년 총선의 결과로 구성된 제20대 국회라고 할 것이다.


이 국회는 법안 처리 비효율 관련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법안 처리 정도가 높다고 해서 바람직한 건 아니다.


입법량이 곧 입법 성과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수당이 혼자 독주하면서 입법량을 증가시키는 경우, 되레 부실 입법이 많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입법영향평가제도의 내실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또한 입법과정 자체에서 좀 더 숙의와 합의가 가능한 방향으로 정당 간 정치역학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거대 양당 간 차이가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세대나 감정 차원의 정체성에 기초하는 경우, 역대 국회에서 보아 왔듯이 거대 양당 중 한 축이 주도하는 양당제면 다른 축의 격렬한 저항이 있게 되고 여러 정당이 분점하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된다.


결국 이러한 조건 하에서는, 시행착오와 학습 경험을 통해 좀 더 정치를 생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데 정당들이 스스로 자제하지 않을 것이므로 아예 제도나 구도 자체가 정당의 폭주를 붙들어 매는 식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다당제가 매우 바람직하다는 것이 개인적 결론이다.


다당제가 자리 잡으면 어느 한 당이 감정과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폭주하는 것을 강제로 막고, 입법/정책 내용 차원에서도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을 지향하는 정당들이 상호 견제하며 의무적으로 숙의해야 한다.


또 지금보다 여러 정당이 경쟁하는 경우, 당원보다 국민에게 많은 표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양당 중 어느 하나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안 전제에서는 정당들이 국민보다 당원 위주로 자기들끼리 뭉친다 해도 이를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법 자체를 통한 구도/구조 차원에서의 정당 견제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다당제가 형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제도 등을 개혁해 나갈 필요가 있고, 민심 역시 여기에 관심을 가져 거대 양당을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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