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의사가 아니다

by 남재준

https://youtu.be/sFbmsuX147A?si=FT8a9v7VA-hj_aZ8


이 보도는 포퓰리즘적이다. 판사는 의사가 아니다. 과학적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판단을 한다.


이 보도만 보면 마치 법원이 백신의 일반적 유독성을 인정한 것처럼 보인다. 백신의 일반적 유독성 문제는 생물학이나 의학 등 학계에서의 연구와 논의를 통한 합의가 확정되지 않는 한 단언할 수 없다.


이 재판의 쟁점은 [국가가 '코로나19 백신은 이 사안에서의 사망에 있어 적어도 다른 요인보다는 열위의 요인이다. 따라서 보상의 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편 논리를 뒤집을 수 있느냐]에 있다.


법원의 판단은, 만약 백신으로 인한 것은 확실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다시 말해 최소한 백신이 다른 원인과 동등한 수준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개연성을 가진다면 국가보상 거부 처분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의학이나 생물학 등의 차원에서 백신이 최소한 더 우위의 요인이 됨을 확정하지는 않는다.


설령 이 사안과 같이 개별 경우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신의 일반적 유독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보도에서 변호사도 원인이 어느 쪽인지 '우열 판단을 못하면' 그것으로 곧 국가(질병관리청)의 논리가 뒤집힌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더구나 법적으로 '추단(推斷)'이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이미 밝혀진 증거나 상황(경험칙)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그럴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행위를 말한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존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연구 결과나 학계의 견해 그리고 이 사안 사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백신 때문이) 적어도 명백히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고, 법적으로는 그 정도만 충족된다 하더라도 국가의 보상 책임은 인정된다(무과실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법적 판단이라는 필요에 의한 사실관게의 검토일 뿐인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급성횡단성척수염 및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é-Syndrome) 등의 진단을 받은 사람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 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


판결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AZ 백신의 의약품 정보에 ‘이 백신 투여 후 길랭-바레 증후군 및 횡단성 척수염의 사례가 매우 드물게 보고된 바 있다’는 기재가 있고, 관련 해외 의학 논문 및 국내 증례 보고가 확인된다. 이 사건 장애 등이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 사건 장애 등은 적어도 원인불명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다.]


이 판결을 비롯해 유사 사안에 인용된 대법원 판결(폐렴구균 예방접종의 경우)에서는, 기본적으로 감염병예방법 제71조상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 책임은 무과실 책임(다시 말해 과실을 추정하고 들어감)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또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


특히 피해자가 해당 장애 등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 등에 대한 보고 내지 신고 또는 그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 없다면,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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