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문제는 참새가 봉황의 뜻을 모르는 것일까

by 남재준

민주당의 진정한 문제는 '참새(당)가 봉황(대통령)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다.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을 봉쇄했다는 점이다. 몸집은 커졌고 주류 권력으로 자리잡았는데 되레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들과의 교감 노력도, 정책 중심의 책임정치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뉴이재명이건 찐명이건 친명이건 제3자인 국민들 다수의 입장에서는 되도 않는 짓거리일 뿐이다.

솔직히 유시민, 김어준, 조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들의 그 잘난 의리론 덕분에 민주당은 사실상 집단주의와 포퓰리즘이라는 블랙박스에 갇혀 버렸다. 그리고 이제 그자들은 이재명이라는 절대 틀리지 않는 리더를 '진정으로' 따르는 자들을 참칭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 유시민 등은 자기들이 '진정으로' 따른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잘 나갈 때도 이런 코미디 같은 정치 - '누가 더 대통령을 위하나', '누가 더 대통령의 뜻을 잘 실현하나' - 는 없었다.

유시민의 '이익' 중심이니 '가치' 중심이니 하는 구분도 황당한 얘기이다. 그는 2023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때 하나 둘씩 표출되고 지도부가 결국 안정시키지 못한 자발적 표심을 이익을 노린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일반적으로 기율이 강한 대형 정당에서, 그것도 야당인 상황에서 구심점도 없으면서 자당 대표의 언행일치와 포용적 당 운영을 주문하는 건 자기 이익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만약 당시에 이재명이 잡혀 들어갔으면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친명이 비명을 가만히 내버려 뒀겠는가?

실제로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색출', '배신', '동지를 팔았다' 이런 공포정치가 대대적으로 등장하고, 다음 해 총선 공천에서 친명 측 공관위-의원-당원 등이 합심해서 암묵적이고 '민주적으로' 비주류를 숙청했는데?

대의원제 축소에 반대한 의원들 상당수는 동교동계가 아니라 친노-친문 출신이었다. 홍영표 전 의원 같은 경우는 유시민과 개혁국민정당에 같이 있기도 했다. 다시 말해, 최근의 팬덤이나 강성 당원 중심 흐름에 대한 견제 필요악으로서 대의원제 유지를 주장한 것인데 대의원 기득권을 주장한 것처럼 프레이밍을 당했다.

이성적인 목소리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모조리 봉쇄해 버린 시스템은 시간의 문제일 뿐 이미 파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이다. 역사상 모든 단위의 체제나 조직이 그랬듯이.

이재명을 순수하게 지지하건 이익 동기를 가지고 지지하건, 둘 다 문제이다. 당의 중도적 확장성과 통합적 운영을 주문한 소수 의원들은 결국 분노에 찬 친명 의원과 지지층의 린치를 받았고 강선우와 양문석 등 '혁신' 공천을 통해 국회에 온 사람들은 하나둘씩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정성호는 친명의 외곽에 있는 정도에 불과한(고민정이 이재명 리더십에 대해 제대로 비판한 기억이 전혀 없다) 고민정에게 최고위원직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가 진정으로 사퇴하니 사과했던 원조 친명이다. '덜 강경하고 상식적인' 친명의 입장에서 이 사람이 그래도 '상식적'이어 보인다면 말 다 한 것이다.

숙의란 근본적으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 간의 논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방향을 가지고 더 강경하게 해야 하느냐를 다투는 건 숙의라고 하지 않는다. 의견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린치하고 숙청해 놓고서는 이제와서 통합이니 숙의니 하는 건 좀 뻔뻔스럽지 않은가?

유시민부터 강득구까지, 그자들에게는 이재명을 '악마화'하거나, 이재명의 '상식적 행보'를 지지하거나 둘 중 하나에 불과해 보인다. 지금 더 강경한 검찰개혁파들이 설치게 놔두고, 서로 누가 '더 제대로 친명'이냐를 다투는 되도 않는 모습들의 기반은 전부 이재명 본인이 깔아준 것이다. 애초에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후보 경선을 보면 이재명과 추미애가 이낙연을 협공하는 양상이었다.

그 판 밖에 있는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팔짱을 끼고 보고 있을 따름이다.

왜 자꾸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하느냐 하는데, 기본적으로 리더십은 그 사람의 표면적인 말만이 아니라 결국 그의 태도나 이제까지의 행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말은 강한데 지향점은 불분명하고, 앞에서 A라고 말해 놓고 뒤에서는 또 B라고 말하는 사람이며, 다른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대화를 한다기 보다 훈시를 하는 사람에 가깝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에서부터 관료들에 이르기까지, 이재명 대통령을 좀 더 중립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를 비판하는 건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보적으로 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때의 비판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책 자체를 두고 하는 말이지, 민주당과 정권 요인들이 합심하여 밀어붙이고 있는 사안을 '더 강하게' 밀어 붙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하는 건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이 아니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로부터 배웠어야 하는 것은 당이 좀 더 성숙한 리더십을 보이고 기르며, 동시에 정책과 입법 역량을 키우면서 청와대와 정부를 건전하게 견제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당정분리를 한 상황에서 당이 미숙하게 설쳐서 망했는데, 심지어 이재명 정부는 역대 어느 민주당계 지도자보다 대통령이 꽉 쥐고 있다.

만약 국회가 난장판이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 지난 4년 여 간 압도적 다수당과 나아가 국회를 주도해 온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 그 판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듯이 성숙하고 통합적인 지도자인 양 행세를 한다.

여당은 무비판적 거수기거나 아니면 제동 장치 없는 강경파거나 둘 중 하나만 존재하고 건전한 비판을 제시하고 수평적 당정 협력이 가능한 역량을 갖추지 못해 왔다. 이번 정부는 야당 시절, 집권 과정, 그리고 여당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올라갔으면 내려올 일을 걱정해야 하기 마련이다. 지금 국회 의석과 지지율에 만족한다면 그만큼 언젠가 더 호되게 대가를 치를 것이고, 여기에는 현재 소위 비명이라고 부르는 인사들을 포함해 민주당과 그 지지자 전체가 모두 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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