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비난, 모욕의 문제

by 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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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들은 '그알' 방송 이전부터 이미 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고, 해당 방송은 이를 공론화하고 검증하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개 PD를 콕 집어 전혀 사실과 다른 인사이동 이력까지 장문으로 언급한 의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지지자들을 향해 '조리돌림 할 대상이 여기 있노라' 좌표를 찍으려 한 것 아닌가. '정치적 목적으로 거짓의 무덤에 사람을 매장하는 일'은 대통령 말마따나 있어서는 안 될 일"라고 했다.]


대통령도 사람인 만큼, 자기에 대한 평가의 문제에 민감할 수 있다.

그런데 고려할만한 것은, 그 방송 여부와 무관하게 이재명 대통령의 평판이나 지지도나 권력은 거의 한결같이 낮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판, 비난, 모욕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특히 개인성과 사회성을 모두 가지는 경우 판단이 어렵다. 비판은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적인 행위이다. 비난은 감정을 실어 상대의 잘못이나 결점을 나쁘게 말하거나 인격을 공격하는 파괴적 행위이다.

공인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나뉠 수 있는데 근거가 없음을 내포하는 비난은 수인 한도를 넘는 경우 제재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수인 한도는 표현의 자유에서 비롯된다.

나아가 근거가 있건 없건 심하게 자극적ㆍ원색적ㆍ폭력적 표현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모욕의 경우 면책이 어렵다. 하지만 비판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공사 차원이나 표현 방식 등과 무관하게 면책된다고 본다. 근거가 있고 표현 방식이 적절한데 개인의 주관적 모욕감이 크고 사회적 평가가 낮아지더라도 그 경우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이러한 평가에 있어서는 인신모욕성 여부, 당사자의 권력 관계 여부, 사회적 평판의 추이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이재명에 대한 평가는 호오가 뚜렷하게 갈리고 분위기를 크게 바꿀 중간층이라는 게 딱히 없다(이는 투표 등 여부와 별도의 문제이다). 그러니 적어도 당시로서는 이 방송이 있었다 해서 특별히 그에게 견디기 어려운 평판 훼손이 있었다 보기 어렵다고 본다. 일전에 유시민의 한동훈에 대한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에 대해 내가 했던 주장과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이재명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수인 한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이재명은 현직 대통령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행위는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대개 권력 작용이 된다. 이런 견지에서 그릇되다.

문재인도 현직 대통령 시절 모욕죄 고소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사안은 이 경우와 다르다고 본다. 왜냐하면 문재인이 고소한 전단의 내용에는 일본 음란물 이미지나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 등 인신모욕성 표현이 심했는데, 이것이 어떤 공적 목적을 담고 있다손 치더라도 수위가 과했기 때문이다.

또 고소는 어디까지나 법적 영역이므로 대통령 본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나 기소되는 경우 법원의 판단이 최종적 판가름을 한다. 물론 고소를 하필 현직 대통령일 때 하는 건 결국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에 대한 신호가 될 수 있어 위험하다. 다만 이 사건은 법적 절차 진입이라는 가시적인 행동을 한 것이어서 고소 취하라는 가시적 행동을 통해 일단은 명확히 이 사안을 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사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공적 방송이고 장기 프로그램으로서 국민에 대한 신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려면 정치적 논란이 있는 이슈라도 피하지 않되, 보수ㆍ진보에 모두 공정하게 엄격해야 했다. 박근혜 5촌 살인 사건도 이 방송에서 다루었다. 또 인신모욕에 불과한 내용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새삼 이재명이라는 공인에 대한 평가가 이 보도를 촉매로 급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이재명은 사과를 요구한 것 뿐이어서 문재인보다는 온건한 스탠스를 취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그 뒤의 대응이 모호한 면이 있어서 상대 입장에선 더 불안하다. 사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에는 여러 후보지가 있는데, 그중엔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한 압박도 있다. 명확히 고소를 택한 문재인의 경우 간접적 압박 우려는 있어도 일단 수사기관에 판단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은 사과하지 않으면 본인이 권력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처럼 들릴 소지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이재명 개인이 상대가 사과하지 않는다고 해서 치사하게 보복할 사람이 아니라는 사회적ㆍ공적 신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당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되갚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고 이번 사과 요구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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